[단독] “암환자에 페이백? 의료계 퇴출해야” 요양병원협회장 작심 비판

“암 환자에게 ‘페이백’을 제공하는 요양병원은 의료계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게 협회의 뜻입니다.”
암 전문을 내세운 요양병원이 고가의 비급여 치료 대가로 환자에게 현금 보상을 제공하는 페이백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자 임선재 대한요양병원협회 회장이 내놓은 ‘작심 발언’이다.
일부 암 요양·한방병원과 환자의 ‘은밀한 거래’가 확인되면서〈중앙일보 6월 15일자 1·8면〉대한요양병원협회도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제도 개선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 협회는 전국 요양병원 498곳이 가입된 요양병원 대표 단체다.
임 회장은 16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대로라면 암 요양병원이라는 이름에서 ‘요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페이백 병원들이 말기 환자 돌봄이라는 요양병원 본연의 역할에서 한참 벗어나 잘못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있다.
임 회장은 암 요양병원 간 과열 경쟁이 페이백 관행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 요양병원과 암 요양병원이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라, 암 요양병원끼리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며 “환자들이 이 병원에서 저 병원으로 몰려다니고, 사무장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면 함께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전국적으로 퍼진 페이백은 불법적인 환자 유인을 넘어 사회 복귀가 가능한 암 환자들까지 병원에 묶어두면서 전 사회적 손실을 키우고 있다는 게 임 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요양병원 역할 중 하나는 생애 말기 환자의 통증을 관리하고 웰다잉(잘 죽는 것)을 돕는 것”이라며 “일부 요양·한방병원들이 실손 보험금을 노리고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비급여 치료를 남발하면서 본래의 운영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암 요양병원을 찾는 환자 대부분은 수술이 잘 돼 큰 고비를 넘긴 사람들”이라며 “페이백으로 사회에 충분히 복귀할 수 있는 환자들까지 병원에 장기간 머무르게 되면서 건강한 복귀를 막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병원의 도 넘은 일탈로 인해 전체 요양병원이 불신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임 회장은 “일부 요양·한방병원 때문에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다수의 요양병원까지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래서 페이백하는 병원은 퇴출해야 한다”고 했다. 내과 전문의인 그는 암 요양병원에서 많이 이뤄지는 고가의 비급여 진료와 관련해선 “(비급여보단) 제도권 안에 들어 있는 건강보험 급여 진료를 중심으로 치료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페이백 문제는 수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의 단속 의지 부족 등으로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임 회장은 “과거 페이백 문제를 제기했던 병원이 오히려 경쟁에서 밀려 폐업할 정도”라며 “협회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협회엔 조사 권한도, 문제 병원을 퇴출할 권한도 없다”며 “정부가 철저한 조사와 강도 높은 단속을 통해 업계에 만연한 불법 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 페이백 병원도 이번 기회에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늦었지만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지난 15일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관련 회의에선 페이백을 환자 유인 행위로 보고, 의료법 위반에 따른 의료인 면허 자격정지 등 강도 높은 제재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페이백 병원의 진료비 청구 경향, 비급여 진료 실태 등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혜선·정종훈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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