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원유 수출 즉시 허용…종전 대가로 초기 제재 완화
핵 프로그램 해체 시 금융지원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의 종전 합의에 따라 이란의 원유 수출을 즉시 허용하기로 했다. 전쟁 종식을 위한 초기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장기적인 제재 완화는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 및 핵 포기와 연동시키겠다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 주 예정된 미국·이란 종전 양해각서(MOU) 최종 서명과 동시에 이란의 원유 판매에 대한 제재 면제를 발효할 예정이다. 제재 면제 범위에는 원유 거래를 위한 은행 결제, 운송, 보험 서비스까지 포함된다.
이는 미국이 이란에 제공하는 첫 실질적 경제 혜택이다. 미국은 그동안 4월부터 해상 봉쇄를 통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사실상 차단해왔다.
이런 가운데 WSJ는 미국 핵무기 반대 단체(United Against Nuclear Iran)를 인용해 이란산 원유를 실은 초대형 유조선 한 척이 최근 차바하르항을 출발해 미국 봉쇄를 넘어 오만만을 항해했다고 전했다. 이는 4월 봉쇄 이후 확인된 첫 사례다.
다만 미국은 이번 조치를 전면적인 제재 해제로 보지 않고 있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WSJ에 "이란이 원유 판매를 통해 선제적으로 숨통을 틀 수는 있지만, 지속적인 제재 완화는 이란의 실제 이행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핵심 조건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완전 개방과 핵 프로그램 제한이 제시됐다.
특히 미국은 이란이 보유 중인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폐기하거나 국외 반출하고, 핵 프로그램을 사실상 해체할 경우 더 큰 규모의 금융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 인스티튜트의 이란 전문가 파진 나디미는 "원유 수출 허용은 미국이 가진 핵심 협상 카드 일부를 내려놓는 것"이라며 "백악관은 이란의 양보를 끌어내려면 이런 경제적 유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합의에서 가장 민감한 쟁점 중 하나는 이란 동결 자산 해제다. 미국은 이란 중앙은행이 지정하는 지급 목적에 한해 동결 자산 일부에 대한 접근도 허용할 의향이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이란의 해외 동결 자산은 약 1000억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대부분 원유 판매 대금과 외환보유액이다. 이란은 초기 합의 시 120억달러를 먼저 받고, 이후 60일 협상 기간 동안 240억달러 추가 지급을 요구해왔다. 동결 자금은 대부분 중국, 카타르, 오만, 이라크 등에 묶여 있다.
한편, 미국과 이란은 앞서 전자 서명을 통해 종전 MOU 초안에 합의했으며, 이번 주 스위스에서 최종 서명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MOU에는 교전 중단 연장, 미국과 이란의 상호 봉쇄 해제, 핵 협상 재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미국)=황윤주 특파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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