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애의 시시각각] 정두언의 눈물, 민주당의 내전

권력의 이면이 참으로 스산하다고 느낀 때가 있었다. 2018년 초 이명박(MB)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 출신 A로부터 그 7년 전 정두언 의원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서였다. 당시 수화기 너머로 울음소리가 선명할 정도로 정 의원이 흐느꼈다고 했다. A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말했다. “그때까진 MB가 불러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게 사라진 후 화가 난 것이다. 그러곤 이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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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바뀌어 반복되는 권력 내전
피할 순 없어도 피해 줄일 수도
대통령·당대표 지금 싸울 때인가
」
MB와 정 의원의 관계는 널리 알려져 있다. MB를 대통령으로 만든 과정은 강렬했으나, 돌연한 결별은 그 이상으로 강렬했다.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1차로 멀어졌고, 총선 과정에서 MB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며 더 멀어졌다. 정부 출범 100일 시점에 한 언론인에게 “청와대를 일부가 장악했다”고 토로한 게 활자화되며 더더욱 멀어졌다.
그게 2008년의 일이었다. 이후 둘의 관계가 개선됐다, 아니다란 말이 들려왔지만, 이전으로 돌아가진 않았다. 간헐적으로 그가 MB 정권의 그늘을 들추기도 했다. 그런데 2011년까지 MB가 불러주길 기대했다니….
시기가 문제였을 뿐, 둘은 갈라설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집권’이란 공동의 목표를 이룬 후 둘의 지향점이 갈라져서다. 정 의원이 자의식이 강하기도 했다. 박근혜란 미래 권력의 존재도 둘의 관계를 뒤틀었다. 정 의원에 따르면 MB도 “차기에 박근혜가 되어서도 안 되고 될 수도 없다”고 봤지만, 박으로의 원심력을 절감한 순간 ‘순응’했다. 170여 석의 여당을 좌지우지한 건 MB가 아니라 박이란 현실도 감내했다. 정 의원은 마지막까지 ‘비박’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월 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 중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왼쪽),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손을 잡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민석 국무총리, 홍익표 정무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7/joongang/20260617001941707vauh.jpg)
그렇더라도 둘이 덜 불화하거나 한참 후 불화했더라면 어떠했을까 상상하곤 한다. MB 정권이 덜 덜컹거리지 않았을까, 정 의원이 발견한 수도권·중도의 가능성이 보수에 착근하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소설가 밀란 쿤데라는 “몸짓들이 우리를 그들의 도구로, 그들의 매개체로 사용하는 것”(『불멸』)이라고 썼다. 인간 스스로 독창적이고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믿지만, 몸짓들이 변주하는 피조물일 뿐이란 고찰이다. 때론 권력도 그러하다고 느끼곤 한다. 실제 정치학자 카를 슈미트는 “권력은 그때그때 권력을 장악하는 모든 인간 개인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고유한 법칙을 갖는 존재”(『정전과 내전』)라고 했다.
고조하는 민주당의 ‘내전’을 보며 다시금 절감한다. 이명박과 정두언, 박근혜와 김무성·유승민, 문재인과 윤석열, 윤석열과 한동훈 등의 이름에 이재명과 정청래를 추가한 격이어서다. 물론 변주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실상 정청래 대표를 공격하고 있다는 점, 단지 둘의 충돌이 아니라, 세력(친명 대 친청(또는 친문))의 충돌이며 팬덤 간 충돌이란 점 등이다. 정권 초인 데다 과도하게 몰입한다는 점도 차이다. 이 대통령은 정상 외교란 엄중한 일정 중에도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가 이에 얼마나 골몰하고 있는지 드러난다. 정청래 대표는 때때로 고개를 숙이지만 반격 의도를 감추지 않는다.
역대 대통령의 항로에서 보듯, 단기적으론 이 대통령이 당의 통제권을 되찾을 수도 있다. 장기적으론 그러나 시간은 대통령의 편이 아니다. 손가락 사이로 모래 빠져나가듯 권력이 빠져나간다. 대통령은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덜 상처받거나(이명박), 더 좌절할 뿐(박근혜·윤석열)이다. 최근 A에게 “MB는 참았다”고 했더니 “MB도 화를 많이 냈지만 참모들이 그게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잘 막은 거다”라고 반응했다. 현 청와대에도 필요한 지혜다. 정두언 의원의 절친이었던 정 대표도 MB와의 조기 갈등으로 정 의원이 치렀던 '비용'을 기억하는 게 좋겠다.
만일 지금의 경로대로 충돌한다면 내파(內破)의 골은 과거보다 더 깊고 길게 파일 것이다. 둘 다 원하는 게 그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권력 싸움 말고 더 중요한 일이 많지 않은가.
고정애 중앙SUNDAY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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