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에 보수 재건 민심 외면하나

어제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장동혁 대표의 거취에 대한 공방이 또 벌어졌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대다수의 국민과 지지자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보고 지도부 모두가 물러날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라며 지도부 총사퇴를 제안했다. 양 최고위원이 “보수 정당의 내일을 이끌 철학·비전·노선이 없는 ‘좀비 지도부’로 불린다”고 하자 장 대표가 “지지를 보내주신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국민의힘 당권파는 어제 나온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44.3%)이 민주당(38%)을 앞선 것과 선관위의 총체적 부실 사태를 명분 삼아 지도부 책임론을 일축하고 있다. 6·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 4대12로 패배한 지 2주도 되지 않았는데 당시의 표심은 까마득히 잊은 듯한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에서 서울·대구 시장과 경북·경남 도지사 등 4곳에서 이겼지만, 당내에서도 “대구·경북 빼고 장 대표가 안 간 곳만 승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선거는 여야 모두 이기지 못한 선거였다. 민심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을 견제했고, 계엄과 절연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한 제1 야당에 보수의 쇄신과 재건을 주문했다. 최근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진 것도 민심을 읽지 못하고 당권 경쟁에 몰두하는 여당에 실망한 여론이 반영된 측면이 크다. 그런 상황에서 장 대표가 참정권 침해에 대한 분노를 부정선거와 연결짓고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 요인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전인수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들이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한 국민의 참정권 침해를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오염시키지 말라”며 장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것도 그런 오판을 경계한 것이다.
보수의 재건이라는 민심의 심판을 받은 당사자로서 전국 재선거와 음모론을 앞세워 책임론을 회피하려는 듯한 모습은 구차해 보인다. 투명한 선거 관리 시스템으로 참정권을 회복하고자 하는 국민의 요구를 정치 생명을 연장하는 도구로 삼는 것이야말로 표심을 왜곡하고 민심을 모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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