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여전히 불안정… ‘3高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유가, 국내 물가 반영까지 2~3개월
금리 인상 예고에 내수 침체 우려
1500원대 환율·자금 이탈도 불안

“106일은 길었다.”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 106일 만에 종전 수순에 들어갔지만 한국 경제의 위기가 끝났다고 보기엔 어렵다. 전쟁 기간 누적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 위기’가 여전히 남아있다. 유가가 떨어져도 이미 오른 물가가 곧바로 잡히진 않는다. ‘뉴노멀’이 된 1500원대 환율은 수입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정부가 종전 이후 한국 경제 불안을 최소화할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이 사실상 종전에 합의한 뒤 국제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곧바로 국내 물가가 안정되긴 쉽지 않다. 전쟁 기간 급등한 에너지 비용이 이미 운송비와 공공요금, 외식비 등 생활비 전반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올라 전월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생활물가지수는 3.3%, 근원물가도 2.5% 상승했다. 유가 하락은 휘발유·경유 가격과 물류비를 낮추는 요인이다. 다만 국내 물가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2~3개월의 시차가 있다. 당장 가계가 체감하는 장바구니 부담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금리 부담도 계속된다. 고물가에 환율과 집값 부담까지 겹치면서 한국은행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금리를 올리면 가계의 대출 이자 부담은 커지고 소비는 위축된다. 고물가가 고금리를 부르고, 고금리가 다시 내수 침체를 압박하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3.50~3.75% 수준에서 유지하거나 물가 흐름에 따라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 금리 차가 벌어질수록 원화 약세와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도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환율도 안심하기 어렵다. 종전 절차가 마무리될 경우 현재 1500원대 환율이 1400원대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연준의 고금리 기조와 외국인 자금 흐름은 변수로 남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 금리 추세와 국내 통화량을 고려했을 때 환율이 눈에 띄게 확 떨어질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유가가 내려도 고환율이 이어지면 기름값과 생활물가 인하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수출은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다.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한 877억5000만 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도 269억5000만 달러 흑자를 냈다. 반도체 수출이 169.4% 급증한 영향이 컸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정상화되고 해운 운임과 보험료 상승 압력이 완화되면 제조업 원가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수출 호조가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미·중 기술 갈등이나 글로벌 투자 둔화가 나타나면 성장세도 흔들릴 수 있다. 수출로 벌어들인 초과 이익이 투자와 고용, 내수 회복으로 얼마나 이어질지도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종전 이후 3고 위기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양극화 완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지만 성장 한계에 부딪힌 중소기업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관건”이라며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그로 인한 취약계층과 중소기업의 부담을 완화할 보완책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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