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눈 감은 영남권 의원… 마이웨이 장동혁 바람막이
위기 때마다 팔짱 끼고 눈치보기
張퇴진 공감하지만 어정쩡한 동거
한동훈 당권 장악땐 대미지 우려
‘포스트 張’ 사실상 영남권에 달려
보수 망가지는데 공천에만 눈독

국민의힘이 장동혁 체제 유지 문제로 수렁에 빠진 모양새다. 장 대표 노선으론 당이 활로를 찾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지만 당내 핵심 파벌로 꼽히는 영남권 의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어정쩡한 동거가 유지되고 있다. 장 대표가 전면 재선거 팻말을 들고 외곽에서 세를 불리는 동안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원내 세력화에 나섰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15일 “장 대표 체제의 미래를 결정하는 건 결국 영남 주류들”이라고 말했다. 친한(친한동훈)계와 개혁성향 의원 모임 대안과미래가 장 대표 측근으로 구성된 당권파와 정면충돌하는 상황에서 영남 주류의 선택이 장 대표 재신임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들은 대구·경북(TK) 지역을 기반으로 둔 30여명을 지칭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당 요직과 원내지도부를 장악하며 당내 실권을 행사해 왔다는 평가다. 조직을 갖춘 결사체라기보다 느슨한 연대에 가깝지만 지역 당원 중심의 핵심 지지층이 겹치며 당내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공천 등 핵심이익이 위협받을 때는 강하게 결집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구시장 공천 당시 ‘중진 전원 공천배제(컷오프)’에 반발해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영남 주류는 지난해 전당대회 땐 장 대표를 물밑 지원했으나 6·3 지방선거를 거치며 당권파와 결을 달리하고 있다. 이들이 대거 장 대표 체제에서 이탈하면서 당권파는 현역인 정희용 사무총장, 박준태 비서실장과 김민수, 조광한 원외 최고위원 등 10명 남짓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영남 주류들이 안고 있는 복잡한 상황이다. 한 중진 의원은 장 대표 거취를 둘러싼 당내 상황에 대해 “묘안이 없다”고 말했다. 사퇴 필요성에는 다수가 공감하나 사퇴를 강제할 방법이 없고, 내홍이 심화하는 데 대한 부담감도 크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장 대표가 희생하는 모습으로 정치력을 발휘하길 바랐는데, 충정을 거부하고 잠실(시위)로 도망갔으니 일단 잠자코 있는 수밖에 없다”며 “온건한 퇴진을 생각했던 다수 의원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영남 주류들은 “장 대표가 싫지만 한 의원은 더 싫다”는 인식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 과거 친윤(친윤석열)계였던 이들은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한 의원과 대척점에 섰다. 그래서 한 의원이 당권을 거머쥐면 차기 총선 때 대거 물갈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다른 TK 재선 의원은 “장 대표를 지키라는 당원 목소리도 크다”고 전했다.
영남 주류가 당의 위기마다 팔짱만 끼고 사태를 관망해 왔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당의 미래야 어찌 됐든 일단 ‘배지’ 한 번 더 다는 게 목표 아니냐”고 비판했다. 대안과미래 소속 한 의원도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고 생각하니 누가 당권을 쥘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난 돌이 되기 싫은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장 대표와 한 의원에 대한 당내 반감의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 오 시장은 지선 때 철근 누락 이슈 방어에 나섰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만찬을 잡는 등 당내 접촉면을 늘리는 모습이다. 지도부는 또다시 총사퇴 문제로 충돌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이 현 지도부를 ‘좀비 지도부’로 규정하자 장 대표는 “국민 모욕”이라고 일축했다.
정우진 이형민 박준상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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