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40만원 줘도 일 안해요…여기선 50대도 재롱둥이" 늙어가는 건설현장
사망사고 10명 중 4명은 60대
고령층 의존…"산업 지속성 위기"
"요즘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현장소장도 환갑에 막내 소리 들어. 옛날 같으면 집에서 쉴 나이의 어르신들이 다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거지."
서울 한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 현장. 이모씨(66)는 철근이 쌓인 작업장 한쪽에서 안전모를 벗으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희끗희끗한 머리 아래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건설 현장에서 일한 지 5년 차라는 김한수씨(53)는 "여기선 나도 나이로 못 까분다"며 "형님들 사이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으면 나보다 10년, 15년 더 나이 많은 분들이 '한창 좋을 나이'라면서 귀여워하신다"고 웃어 보였다. 철근·미장·형틀·방수 등 숙련도를 요구하는 공정에선 이들과 같은 고령 기능공들이 작업자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며 현장을 이끌고 있었다.

건설 현장의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숙련 기능인력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년층 유입은 줄어든 반면, 현장은 고령 근로자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안전사고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
15일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기능인력은 134만명으로 전년 대비 11만7000명 감소했다. 비중은 50대가 33.7%로 가장 높았고 60대 이상도 30%에 육박했다. 건설기능인력 평균 연령은 51.7세로 10년 전보다 2.8세 높아졌다. 전체 건설 인력 가운데 40대 이상 비율은 83.2%에 달한다.
현장에서는 고령화가 일상이 됐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건축사무소 현장소장은 "예전에는 20~30대 기능공들이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기술을 배웠지만, 지금은 일당 40만원을 준다 해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숙련공들이 은퇴하기 시작하면 기술을 이어받을 사람이 없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이 같은 건설 현장 고령화는 안전 문제와도 직결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9~2023년 건설업 업무상 사고로 숨진 근로자는 2061명이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은 900명으로 43.7%를 차지했다. 50대까지 포함하면 비중은 78.6%에 달한다. 건설 현장 사망자 10명 중 8명이 50대 이상의 '아버지 근로자'인 셈이다.
고령 근로자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7월 경남 함양군과 창녕군을 잇는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80대 노동자가 천공기 작업 중 안전대 고리가 장비에 끼이면서 목숨을 잃었다. 최근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에서도 감리단장과 현장소장 등 60대 전문가들이 숨졌다. 2024년 6월에도 전북 남원시 한 노인복지센터 신축 현장에선 87세 근로자가 이동 중 넘어져 사망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고위험 공정에 대해 65세를 기준으로 채용을 제한하거나 별도 신체능력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 규모 현장이나 지방 공사장은 극심한 인력난 탓에 이런 기준을 적용하기 쉽지 않다. 국내 5대 건설사의 한 안전관리자는 "하루 단위로 오는 일용직 근로자들은 당장 급한 공정을 맞추기 위해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며 "꼭 사고가 나서 보면 고령인 경우가 많아 우리도 더욱 조심하고 있다"고 했다.

부족한 자리를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현장에서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형틀이나 철거 작업은 외국인 인력으로 일부 보완할 수 있지만, 미장이나 타일 분야는 최소 20~30년 숙련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지금 현장을 떠받치고 있는 숙련공들이 은퇴하면 기술 공백이 한꺼번에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령화 문제는 기능공뿐 아니라 감리·관리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 관계자는 "감리자의 경우 일반 건설사를 은퇴한 뒤 제2의 직업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평균 연령이 70세 이상"이라며 "현장에서는 80세가 넘는 고령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업계 내부에서 이를 위험요소로 인식하면서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를 꺼린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감리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고령자라도 자격만 있으면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사고가 나면 문제산지만 평소에는 다들 알고도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건설 현장의 고령화가 산업 전반의 구조적 위험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청년층 유입이 끊긴 상황에서 숙련 인력의 은퇴가 본격화될 경우 생산성 저하는 물론 안전관리 체계에도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건설 현장의 고령화는 단순한 인력 부족 문제가 아니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청년 기능인력 유입을 늘리고 스마트 건설기술 도입을 확대하는 등 구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호수 기자 l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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