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관의 뉴스프레소] 이코노미스트 원문에 '희생양' 없는데... 왜?
[손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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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15일 한국일보 23면 칼럼. |
| ⓒ 한국일보 |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저주' 악순환과 관련해 자신도 같은 운명에 처할 가능성이 "꽤 높다(pretty high)"고 말한 사실이 공개된 것이 정치권의 화제가 됐었다.
그런데 한국일보 김정우 이슈365부장은 15일 칼럼에서 이코노미스트 영어 기사 원문에 '희생양'으로 번역될 수 있는 'scapegoat', 'sacrifice', 'fall guy', 'victim' 등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인터뷰 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직접 발언으로 확인된 건 "꽤 높다"뿐이다. 이 대통령이 민주화 이후 절반 이상의 한국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수감됐다는 이코노미스트 기자의 서술에 동의하고, 대통령 임기 중 재판 중단 상태인 형사사건 5건에 대해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기소'라고 주장한 게 전부다.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다는 뜻의 은어)로 나온 '희생양' 표현에 꽂혀 야당의 다수 의원과 당 대변인은 '피해자 코스프레'라며 대통령을 비난했다.
김정우가 주목한 것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반응이다. 평소 언론 보도에 오류가 있으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냈다"며 보도를 질타하고 바로잡았을 대통령과 청와대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정우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이재명 = 희생양' 프레임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둘째는 '피해자 서사'를 재구축해 지지층 결집을 꾀하는 포석이다.
실제로 기사를 "읽는 내내 가슴이 무거웠다"는 여당 의원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송영길), "당정청이 하나가 돼야 대통령을 지킬 수 있다"(강득구)는 반응을 보였다.
김정우는 "(대통령의) 노림수는 역시 '공소취소'일 것이다. 검찰개혁과 관련해 취임 후 이 대통령의 진심이 느껴진 건 오로지 '조작기소, 공소취소'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2. 넷플릭스에 나온 '교권보호국', 현실화되나?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참교육'이 전 세계 시청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여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드라마 속 가상의 조직 '교권보호국'을 현실 정책으로 옮기는 방안을 제안했다.
드라마는 특수부대 출신의 교권보호국 감독관들이 학부모나 학생들의 교권 침해를 폭력과 편법으로 응징하는 줄거리를 담았다.
민주연구원은 14일 '교육부 교육활동보호국 신설 방안' 정책브리핑을 통해 악성 민원·교권 침해 사안에 교사 개인 대신 교육청과 국가가 우선 대응하는 기관 책임 구조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교육부 내 교육활동보호국을 컨트롤타워로 두고, 시도교육청 지원센터를 법정기구화하는 3단계 체계를 골자로 한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자도 12일 페이스북에 "민주연구원 이경아 연구원이 교육부 '교권보호국' 설치를 제안했다"며 "경기도교육청의 교권보호국 신설 여부에 대한 공개 토론을 제안한다"고 썼다. '참교육'을 모두 봤다는 안민석은 "'경기도형 교권보호국'은 학생의 등교가 설레고, 교사가 존중받고, 학부모가 안심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며 "찬반 의견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드라마 속 조직과 달리 '응징형 특수기구'가 아닌 '지원 체계'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드라마에서 착안한 정책 제안 방식에 우려를 표시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한겨레에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 이름을 차용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모든 문제 사안에 '응징'이 필요하다는 식의 불필요한 오해와 논쟁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수는 "특정 이슈에 전담 기관을 만드는 방식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교육 활동 보호업무는 기존 교육행정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분리해 다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13일 논평에서 "교사 개인이 민원과 분쟁의 최전선에 홀로 서는 현실에서 벗어나 학교와 교육청, 국가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교권 침해와 교실 붕괴에 대한 분노가 체벌에 대한 향수로 이어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3. '공유 오피스 시대'의 검사들, "수사권 폐지 실감난다"
검찰이 이르면 7월부터 검사들이 다른 청사에서도 근무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센터' 시범 운영에 들어갈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검찰청은 전국 16개 검찰청사에 총 160여 석 규모의 스마트워크센터 사무실을 마련 중이다. 사무실 1개당 6명 안팎의 검사가 일할 수 있는 규모로, 소속 기관장 승인을 받아 예약하면 어느 청사에서든 이용이 가능하다.
스마트워크센터 도입의 배경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형사 사건 수사기록 전자화다. 대면 조사나 재판 출석을 제외한 업무는 원격 근무가 가능해졌다고 보고 공유 오피스 형태의 센터 운영을 추진하게 됐다. 법원은 이미 2016년부터 전국 28개 법원에 406석 규모의 스마트워크센터를 운영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하는 제도"라며 "시범 운영 결과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스마트워크센터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이번 조치를 놓고 "검사 수사권이 폐지되는 게 실감난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방에서 근무중인 한 검사는 "대면 조사가 필수였던 검사가 서류만 보고 일처리가 가능한 직업이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수사기관으로서의 검찰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도 "피의자 얼굴 한 번 안 보고 기소하는 건 '검사의 수치'라고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피의자 조사가 '예외적인 일'이 됐다"고 말했다.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법은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10월 2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공소청은 기소와 공소유지만 전담하며 검사의 직접 수사권은 원칙적으로 사라진다. 수도권 지검의 한 평검사는 "보완 수사권마저 없는 공소청이 탄생하면 검사 상당수가 재택근무하는 날도 오는 것 아니냐"고 했다.
4. 스페이스X 한 주도 못 받은 미래에셋증권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12일(현지 시간) 나스닥에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로 상장하면서 첫날 주가가 19% 넘게 뛰었지만,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수단으로 참여한 미래에셋증권이 공모주를 단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공모주 배정이 무산된 직접 원인은 미국 IPO 특유의 대표주관사 재량권에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공모 물량의 약 70%가 장기 투자 목적의 자산운용사와 국부펀드에 배정됐고, 개인 투자자 몫은 당초 30%에서 20%로 축소됐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주문을 넣은 기관 중 3분의 1 가량이 단 한 주도 배정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래에셋증권은 SEC 공시상 231만 4815주(공모가 기준 약 4748억원)를 배정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표주관사 골드만삭스는 상장 5시간 전 전량 삭감을 일방 통보했다. 처음부터 인수단 참여로 발생한 인수 미달분을 떠안는 구조였을 뿐 물량을 보장하는 계약이 아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미즈호 증권이 신청액의 30% 이상을 배정받은 것과 대비된다. 투자자들은 금감원·경찰청·국민신문고에 기망 행위를 신고하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증권의 공모주 미배정 경위와 투자자 보호 조치의 적정성을 집중 점검하면서 이해상충 의혹도 살펴볼 방침이다. 미래에셋증권이 고객 판매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것과 별개로, 자기 고유자금으로 스페이스X 공모주를 일부 배정받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투자 설명서에 배정 물량이 없을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5. 'AI 수출 통제' 장벽 세운 트럼프 행정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12일(현지 시간) 앤스로픽의 최첨단 인공지능(AI) 모델 '미토스 5'와 '페이블 5'를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하고, 외국인의 접근을 전면 차단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에게 서한을 보내 수출통제를 통보했는데, AI 모델 자체를 반도체처럼 국가 안보 자산으로 지정해 수출을 통제한 첫 사례다.
이번 조치는 앤스로픽의 최대 투자사인 아마존의 연구진이 페이블 5의 안전장치를 우회하는 이른바 '탈옥(jailbreaking)'에 성공해 사이버 공격에 악용 가능하다는 사실을 미 정부에 보고하면서 시작됐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 고위 당국자들이 아모데이와 직접 통화하며 모델 철회를 설득했지만 거부당하자, 정부가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앤스로픽은 서비스 중단을 수용하면서도 "오해에서 비롯된 과도한 조치"라고 반발했다. 아마존이 지적한 문제는 GPT-5.5 등 다른 상용 AI 모델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수준의 취약점이라는 주장이다. 앤스로픽은 외국인만 선별 차단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해 미국 이용자를 포함한 전체 고객 접근을 끊었다.
우리나라도 이번 조치의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텔레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글로벌 보안 연합체 '프로젝트 글래스윙'에 합류해 미토스 접근권을 확보한 지 불과 10일 만에 접근이 차단됐다.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은 페이스북에 "이런 일은 언제든 계속해서 생길 수 있다"며 "한 국가의 자체적인 AI 역량, 즉 소버린 AI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6. 오늘의 1면 톱
▲ 경향신문 = 이 대통령, 밖서도 '여당 질책'
▲ 국민일보 = 미·이란 종전 MOU 막판 기싸움
▲ 동아일보 = 李, 與에 "해결책 없이 편가르면 무능한 선동가"
▲ 서울신문 = 서명만 남은 종전 걸림돌은 '선전戰'
▲ 세계일보 = "與, 국민 전체 향해야"… 李, 또 鄭조준
▲ 조선일보 = 선거날도 출근 안 한다, 유명무실 선관위원
▲ 중앙일보 = 입원하면 돈 주는 수상한 요양병원
▲ 한겨레 = 트럼프 "호르무즈, '종전 MOU' 즉시 개방"
▲ 한국일보 = 일자리 삼키는 AI, 고학력 실업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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