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스톡홀름] ① 젠슨 황, 韓 선택 왜 했나…美 빅테크 '변심' 따른 '생존'

[디지털데일리 김문기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황 CEO는 5일 김포공항 입국 직후 취재진과 만나 “모든 파트너·고객에 감사를 전하고자 한국에 방문했다”라며 “올 상반기 AI 인프라 구축에 성공적이었으며 하반기에는 바빠질 것”이라고 방문 목적을 밝혔다.
이번 방한은 표면적으로 파트너십 강화를 내세웠으나, 실리콘밸리 내부의 역학 관계 변화에 따른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황 CEO는 한국 방문 직전인 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된 ‘컴퓨텍스 2026’ 현장에서 사상 최초로 한국 기업 관계자들만을 초청한 전용 저녁 행사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Korea Partner Night)’를 직접 주최했다. 엔비디아가 굳이 대만의 중심인 타이베이에서 특정 국가의 파트너만을 모아 별도 행사를 연 것은 이례적이다.

◆ 미국 빅테크의 ‘자체 칩 내재화’, 독점 체제의 균열
엔비디아는 글로벌 AI 가속기 시장에서 압도적인 주도권을 유지해 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 최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포함한 글로벌 AI 가속기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구글, 메타 등이 주요 고객사다.
그러나 특정 거대 기업에 쏠린 매출 구조는 엔비디아의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엔비디아의 2026 회계연도(FY2026) 공시 자료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매출의 약 절반이 상위 5개 클라우드 제공업체(CSP)에서 발생했다. 특히 전체 매출의 36%가 단 2곳의 직거래 고객에게서 나왔다.
이 상황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칩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글은 내부 AI 워크로드 처리를 위해 자체 개발한 8세대 텐서 처리 장치(TPU) 도입을 본격화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역시 자체 AI 가속기(ASIC) 개발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메타는 통신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협력해 맞춤형 커스텀 칩 생태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 韓 기업들, 엔비디아 인프라 생태계 진입
엔비디아는 우리나라의 대형 통신사와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데이터센터 단위의 연산 인프라를 제공하는 통합 솔루션인 ‘엔비디아 DSX 플랫폼’과 ‘AI 팩토리’ 모델을 제안했다.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의 이탈 조짐에 대응해 아시아 및 중동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인프라 동맹을 구축하겠다는 계산이다.
국내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인프라 로드맵을 수용하는 흐름이다. 지난해 1월 당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사장)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회장 자격으로 참가한 '2025년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 직후 AI 인프라 관련 GPU 도입 현황에 대해 “이미 H100 도입은 됐다. 곧 서비스가 될 예정인 데 H200도 3월 정도 도입할 예정이다. 차질없이 (관련 계획이) 시행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끊임없이 제기되는 기술 종속 우려
외견상 글로벌 AI 인프라를 선점한 성과로 평가받지만, 산업계 일각에서는 기술 종속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들이 자체 칩을 설계하며 엔비디아의 통제권에서 벗어나려는 흐름과 달리, 우리나라 기업들은 엔비디아가 설계한 인프라 패키지에 의존하는 역설적인 역학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공급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합 생태계(DSX) 위에서 구축된 인프라는 향후 국내 반도체 스타트업이나 테크 기업들이 독자적인 AI 가속기를 개발하더라도 이를 쉽게 수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거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이탈 조짐 속에서, 엔비디아가 한국 시장에 제시한 파트너십의 본질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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