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회생인가, 청산인가... 숫자 뒤 가려진 10만 노동자의 시간
[박석운]
| 기획 배경 및 목적 |
| 2025년 기업회생을 신청한 홈플러스는 지금 9월 청산이라는 시한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때 140여 개에 달했던 매장은 60여 개로 줄었고, 두 달 치 임금이 체불된 채 현재 1만 6000명의 직원이 일터를 지키고 있지만, 이미 대량 실업이 시작되고 있다. 홈플러스의 청산은 대량 실업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붕괴라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므로 회생의 방안을 여러 각도에서 찾아보고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정부의 역할 뿐만 아니라 직원 인수 방안까지 포함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연재하여 사회적 해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
|
|
| ▲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지난 5월 14일부터 홈플러스 정상화를 촉구하며 집단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
| ⓒ 마트노조 제공 |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해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안수용 지부장 등 조합원들의 집단 단식이 28일째(6월 10일 기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절박한 단식에도 불구하고 홈플러스를 소유한 사모펀드 MBK 측은 지난 4일, 채권단의 긴급운영자금(DIP) 대출 지원을 전제로 폐점 매장 직원들에게 월급 3개월분에 해당하는 희망퇴직금 또는 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MBK 측의 노동자·국민·정부를 향한 우롱 사태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커지고 가운데 지난해 3월부터 진행된 구조조정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도 확산되고 있다.
익스프레스 매각 이후의 혼란
지난 5월 7일 홈플러스는 회생 자금 마련을 위해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하림그룹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뒤인 8일, MBK 측은 전체 104개 점포 중 수익 기여도가 낮은 37개 점포(자가 소유 16개, 임대 점포 21개)의 영업 중단을 발표했다.
MBK 측이 익스프레스 사업장 매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도 홈플러스 노조는 매각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사실상 협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어떤 연유가 있었던 걸까?
지난 4월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재명 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 "홈플러스를 살리겠다. 다만 일정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 같다"는 발언을 들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 노조는 매각 계약이 체결된 5월 7일까지도 익스프레스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이 홈플러스 회생에 사용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대통령까지 약속한 마당이니까.
그런데 6월 3일 지방선거 이후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MBK 측은 영업 중단 발표 당시 노동자 전환배치와 생계 보장을 약속했지만, 해당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채권단의 긴급운영자금 대출'을 전제로 37개 점포 폐점과 희망퇴직 방안을 거론했다.
현재 MBK는 자가 소유 점포 19개(이미 사전 계약된 자산 3개 포함) 매각을 통해 약 7530억 원의 청산가치를 회수한 뒤, 나머지 67개 점포에 대해 '영업양수도를 전제로 한 회생계획'을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방식이 실제 외부 인수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세 가지 선택지에 놓인 홈플러스
1. MBK의 청산 시나리오
|
|
| ▲ 홈플러스의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 회계적 차액을 보여주고 있다 |
| ⓒ 홈플러스살리기 시민연대 |
|
|
| ▲ 홈플러스 청산 시 사회적 비용은 막대하다. |
| ⓒ 홈플러스살리기 시민연대 |
회계상으로는 기업을 계속 운영하기보다 청산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은 이를 크게 상회한다. 이를 단순 비교하면 사회적 손실 규모가 재무적 이익보다 더 크다는 분석이다.
결국 홈플러스 청산은 일부 채권자에게는 재무적으로 유리한 선택일 수 있지만, 그 대가로 고용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 협력업체 피해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국민경제 전반에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홈플러스 청산은 막대한 규모의 사회적 추가비용이 발생될 뿐만 아니라 홈플러스 직영 직원 2만여 명과 간접고용 인력 8만~9만 명 등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여기에 협력·외주업체 직원들의 대규모 실업과 1800여 개 납품업체의 판매대금 손실, 8000여 개 입점업체 점주와 노동자들의 일자리 상실까지 이어져 엄청난 고용대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홈플러스 청산 계획, 이른바 MBK의 '먹튀 계획'은 이제라도 저지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거대한 고용대란 위기를 예방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 정부가 찾아야 할 올바른 길이 아닌가.
한진해운의 청산 과정에 나타난 국민경제적 피해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도 있다. 2016년 당시 국내 1위이자 세계 7위 규모의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은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당시 삼일회계법인은 한진해운의 청산가치를 약 1조 8000억 원, 계속기업가치는 약 9000억 원으로 평가했다.
회계상으로는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약 9000억 원 높았기 때문에, 단순 장부상의 논리로 보면 청산이 더 유리한 선택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달랐다. 한진해운 청산은 세계 7위권 컨테이너 선사를 사실상 해체하는 결과를 낳았고, 대한민국 국제물류 체계와 공급망 안정성의 핵심 축 하나를 우리 스스로 무너뜨린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더욱이 실제 파산 절차가 종료된 뒤 나타난 결과는 실로 참혹한 수준이었다. 파산 이후 7년간 한진해운의 자산을 환가했음에도 실제 확보금액은 4700억 원에 그쳤고, 채권자에게 배당된 재원도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었다.
회계상 청산가치가 높다는 평가와 실제 청산 후 회수액 사이에 큰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한진해운 사태가 남긴 뼈아픈 교훈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러한 교훈을 쉽게 잊고 있다. 오늘날 홈플러스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역사적 교훈을 어디에 내팽개치고 또다시 같은 오류를 반복하려 하는지 탄식을 금할 수 없다.
2. 유암코 중심 구조조정 모델
두 번째 길은 공적 구조조정 전문기관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를 투입해 홈플러스를 일단 살린 후, 전문 유통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이다.
홈플러스 부실의 근본 원인은 대규모 LBO(차입매수) 과정에서 발생한 과도한 금융비용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MBK는 인수 당시 연 14% 수준의 고금리 인수금융을 활용했고, 상환전환우선주(RCPS) 역시 연 9%에서 현재 12%를 웃도는 배당률을 보장하면서 막대한 자금 부담을 안겼다.
통계를 보더라도 MBK 인수 이후 2016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홈플러스의 누적 영업이익은 4713억 원에 그친 반면, 인수금융비용으로 유출된 이자비용 합계는 무려 2조 9329억 원에 달한다. 결국 영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왜곡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
|
| ▲ 유암코 중심의 제3자 관리인 체제 유암코의 등판은 시장에 강력한 회생 신호를 전달할 것이다. |
| ⓒ 홈플러스살리기 시민연대 |
유암코 주도의 금융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 건전성이 확보된다면, 홈플러스는 리테일 시장에서 나름 의미있는 인수·합병(M&A) 매물로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홈플러스가 현재도 연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메가푸드마켓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또한 홈플러스 매장은 인구 밀집도가 높은 대도시 핵심 거점에 위치해 있어 농협 하나로마트 등이 커버하지 못하는 상권을 선점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매장을 당일 배송과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 기능을 갖춘 퀵커머스(Quick-Commerce) 거점으로 활용한다면, 유통 대기업과 전략적 투자자에게 더욱 매력적인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커머스의 급성장 속에서도 이마트, 코스트코 등의 실적이 보여주듯, 오프라인 플랫폼이 가진 '신선식품 경쟁력'과 '도심 거점 물류 인프라'는 온라인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경쟁력이라고 생각된다.
3. 종업원 인수 모델
세 번째 길은 '종업원 인수 모델'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회사가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경우 노동자가 이를 인수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라며 노동자 중심의 기업 인수 모델에 힘을 실은 바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에는 우선 유암코를 통해 부실채권과 기형적인 부채 구조를 걷어내는 1차 구조조정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재무구조가 정상화된 상태에서 정부의 자금 지원과 법률 지원 프로그램이 결합된다면, '종업원 지주제' 혹은 '노동자 협동조합형 인수 방식'은 고용 안정과 기업 회생을 동시에 달성하는 선진적인 구조조정의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종업원 인수 모델은 유암코를 통한 구조조정으로 홈플러스를 우선 정상화한 뒤, 그 성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논의·추진되어야 마땅하다.
책임은 어디로 향하는가
한편 MBK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등 경영진의 위법·탈법 행위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와 법에 따른 엄정한 처분이 이뤄져야 한다.
MBK 측은 지난해 2월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를 숨긴 채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유동화 전단채)를 발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혐의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며 홈플러스가 발행한 유동화 전단채 4019억 원 어치와 기업어음(CP)·자체발행 전단채 1880억 원어치가 동결됐다.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유동화 전단채에는 개인투자자 676명의 투자금 2075억 원도 포함됐다.
|
|
| ▲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지난 5월 14일부터 홈플러스 정상화를 촉구하며 집단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
| ⓒ 마트노조 제공 |
또한 대통령의 약속을 믿고 구조조정 과정에 나름대로 협조해 온 50대, 60대 최저임금 여성노동자들이 집단 단식에 나설 정도로 처절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 참모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울 투표용지 부족 22곳 중 18곳, 대선 본투표율 50% 이상이었다
- 2라운드 시작부터 치열... "북한 핵개발 자금", "북한 싫어한다"
- 거실 누비는 로봇 청소기의 실체, 당신은 괜찮으신가요?
- "꿈이 워킹맘이에요" 후배의 말에 마음이 복잡했던 이유
- 자기만 소중하다고 믿는, 요즘 학교서 찾기 힘든 아름다운 모습
- 국힘 새 원내대표 '친윤' 정점식... "장동혁 거취, 집단지성 발휘하겠다"
- 수도원 위에 세워진 문명의 기억... 암포라, 돌리아 그리고 장독
- 정부, 방첩사 해체... 방첩·보안·안보수사 분산해 오는 7월 국방방첩본부 창설
- 이재명 캠프 관계자 '위증교사' 무죄... 검찰 '조직적 알리바이 조작' 주장 제동
- 금강 물길 막힘없이 흐른다...백제보 수문 전면 개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