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 후 재림주와 이긴자 등극… 이단 교주 잔혹사

사이비·이단 교주 대부분은 배신의 아이콘이다. 한때 신으로 믿고 따르던 교주를 헐뜯고 배신한 후 스스로 재림주와 이긴자로 등극했다. 통일교 신도였던 JMS 정명석은 문선명을 ‘실패한 세례요한’으로 깎아내리며 재림주가 됐다. 장막성전 신도였던 신천지 이만희는 유재열을 ‘배도한 세례요한’이라고 비난하며 이긴자가 됐다. 신(神)이 되기 위한 이단들의 잔혹한 배신의 역사와 음모의 연쇄 고리는 오늘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만희의 후계자는 김남희였다. 2010년 설립된 신천지 유관 조직 사단법인 ‘만남’은 이만희의 ‘만’과 김남희의 ‘남’을 합쳐 만들었다. 만남의 캐치프레이즈는 ‘빛과 빛의 만남은 이김’이었는데, 두 사람 이름에 있는 ‘빛날 희(熙)’와 중간 글자인 ‘만’과 ‘남’ 그리고 성(姓)인 ‘이’와 ‘김’의 조합이었다. 2012년 신천지 체전에서 김남희는 왕관을 쓰고 이만희의 왕후로 등장했다. 지금은 지워지고 없지만, 이만희의 부모 묘비석에는 왕후를 뜻하는 ‘후인(后人) 김남희’라고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2017년 이만희는 교회 재산을 횡령한 혐의로 김남희를 제명했고, 김남희는 이만희의 사생활과 신천지의 내부 비리를 폭로하기 시작했다.
2024년 이만희의 유력한 후계자였던 신천지 광주전남 베드로지파 지재섭 지파장이 “미혹을 받아 신천지를 배신하고 저주”했다는 이유로 제명됐다. 2025년에는 이만희의 최측근이었던 고동안 총무가 “자기를 감추고 신천지에 잠입하여 많은 돈을 사기 쳤다”는 이유로 가족과 함께 제명됐다. 배신과 제명이 난무한 신천지 후계 구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95세 이만희는 지난 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경합동수사본부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통일교는 문선명을 ‘참 아버지’ 한학자를 ‘참 어머니’ 즉 죄가 없는 ‘참 부모’라고 부른다. 자녀들은 ‘참 자녀’이며 그들의 가정은 ‘참 가정’이라고 주장한다. 통일교의 경전인 원리강론에 따르면 문선명과 한학자에 의해 맺어진 참 가정들을 통해 한반도에 통일교 지상천국이 세워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통일교 후계 다툼을 보면 ‘참 가정’인지 ‘거짓 가정’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다. 2012년 문선명이 사망한 후 후계자로 등장했던 친아들 문현진(3남) 문국진(5남) 문형진(7남)을 어머니 한학자가 모두 쫓아내고 통일교를 장악했다. 한학자는 문선명의 존재를 노골적으로 격하시켰다. 경기도 가평의 통일교 성지 조형물 중앙에는 한학자의 전면 모습이 세워져 있고, 문선명은 뒤쪽에서 측면만 보인 채로 누군가와 손을 맞잡고 있는 초라한 모습이다. 현재 통일교의 실세가 누구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다.
문현진은 지난 2월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능한 지도자들이 이끄는 통일교는 범죄 조직이다”라며 “정부는 종교의 이름을 쓴 통일교의 종교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면서, 한학자의 측근들이 “자신들의 야욕을 위해 고등학교 졸업도 못 한 어머니를 이용”하고 착취했다고 주장했다. 막내 문형진은 유튜브를 통해 “참 어머니의 자격과 권한을 모두 박탈하고 통일교에서 추방한다”고 선언했다. 한학자는 자신의 친아들들뿐만 아니라 최측근이었던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도 외면당했다. 최근 구속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오는 30일까지 병원에 머무는 한학자의 앞날은 여전히 어둡고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의 이단 교주 대부분은 공신력 있는 사회적·신학적 교육을 받은 사례가 거의 없다. 하지만 나름 성경 내용과 구조에 대해서는 능수능란하다. 이로 인해 자의적인 성경 해석에 익숙하고, 아전인수격으로 내용을 취사선택해 비성경적인 주장을 늘어놓는 데 거침이 없다. 한편 허무맹랑한 교주의 주장을 교리적으로 체계화하고, 신도들을 통제해 결속력을 강화하며, 돈을 착취하고 관리하는 역할은 ‘영리한 측근’들의 몫이다. 환상의 팀워크다. 하지만 자신이 저지른 배신의 과거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교주는 자신도 배신당할지 모른다는 긴장과 불안에 시달리며 영리한 핵심 측근들을 늘 경계한다. 반면 교주의 실체와 한계를 속속들이 간파한 측근들은 교주의 죽음이나 구속으로 인한 부재의 순간을 이용해 조직을 장악할 기회를 호시탐탐 엿본다. 조직을 접수하기 어려우면 이권을 챙겨 분파를 형성해 독립할 준비를 한다. 예나 지금이나 배신이 난무하는 한국 이단 교주들의 잔혹사는 멈출 기미가 없다.

탁지일 교수(부산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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