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리의 시시각각] 참교육, 그리고 잠실의 2030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에서 나화진 감독관(김무열 분)은 패서라도 학생을 가르친다. 어른 말에도 피해자를 향한 폭력을 멈추지 않는 극히 일부 폭력 가해자에게만 되돌려주는 폭력이다. [사진 넷플릭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0/joongang/20260610002204269jgpw.jpg)
참교육. 이건 교육 얘기가 아니다.
지난 금요일(5일) 공개되자마자 단숨에 글로벌 TV쇼 부문 3위(비영어권 1위, 9일 플릭스패트롤 기준)에 오르며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을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이다. 가상의 정부 조직인 교육부 산하 교권보호국 감독관을 내세워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선 넘은 폭력·도박·마약 등 온갖 부조리를 때론 주먹을 써서라도 반드시 응징하는 사이다 전개에 시청자들이 열광하는데, 대체 교육 아니면 무슨 얘기냐고?
답부터 말하자면 오로지 자신의 이해와 욕망을 위해 무고한 남의 인생을 지옥으로 몰아넣고도 반성은커녕 변명과 자기 연민에 찌든 기성세대 권력, 바로 그 위선을 고발하는 얘기다. 스승이 응당 해주길 기대하는 학생 보호 대신 "월급쟁이" 운운하며 권력 앞에 먼저 드러누운 교장, 남의 집 아이 죽어 나가거나 말거나 자기 자식 죄 덮기 급급하면서 "사람답게"를 캐치프레이즈 삼은 유력 대선 후보, 자기 진영 유불리만 따져 진짜 문제 해결엔 아무 관심 없이 일 좀 해보려는 사람한테 프레임 씌워 발목 잡는 또 다른 유력 대선 대표, 교육감 욕심에 참스승 코스프레를 하지만 차별로 학생 인생 숱하게 망가뜨린 교사, 자기 자식 위한 거라면 힘없는 젊은 교사 인생 망가져도 상관없다는 진상 부모, 학폭 가해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학폭 전문 변호사, 본인 욕심 채우려 자식 옭아매면서도 혼자 희생한다고 징징거리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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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성세대 위선 고발 드라마 인기
무너진 원칙에 2030은 잠실 모여
어른이 망가뜨린 현실 경고인가
」
이렇게 극 중 빌런(악당) 캐릭터는 매번 달라지지만, 전부 어른답지 못한 쪽팔린 어른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불거진 참정권 침해에 반발해 잠실로 뛰쳐나온 요즘 2030이 분노하는 윗세대의 표리부동한 모든 행태가 다 이 드라마에 녹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나하나 뜯어보자. 여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는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자기 아들의 학폭 사건을 덮으려다 성희롱 등 본인 비리까지 폭로돼 나락행 위기에 처하자 교권국을 만든 최강석 교육부 장관에게 고함친다. "우리 같은 당이라고! 대체 왜?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나보다 더한 놈들이 널렸어. " 나는 억울하다.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레퍼토리다.
야당 대표는 또 어떤가. 교권국이 유력 대선 후보 아버지를 등에 업고 군림하던 학폭 가해자를 응징해 박수받자 당력을 총동원해 교권국 해체에 나선다. 본심은 잠정적 대선 경쟁자가 될까 두려운 교육부 장관 제거, 하지만 "군홧발로 학생 통제하던 군사 독재 시절 교련으로 돌아가자는 거냐"면서 필패의 마법 단어 인권으로 포장한다. 해결해야 할 사건과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인권 논쟁만 남는다. 어디선가 많이 본 교묘한 본질 흐리기다.
이처럼 전부 어디선가 봤음 직한 소재지만 결론은 사뭇 다르다. 피해자만 고통받고 가해자는 제대로 된 법적 처벌조차 받지 않는 현실과 달리, 드라마에선 가해자가 자신이 한 행동을 고스란히 돌려받는 인과응보식 죗값을 치른다. 이 드라마를 다들 판타지라 부르는 이유다.
![드라마 '참교육' 속 가상 조직인 교권보호국의 성과를 발표하는 교육부 장관. 현실에선 볼 수 없는 피해자 편에 선 교육부 장관 캐릭터 자체가 판타지다. [사진 넷플릭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0/joongang/20260610002205821eskb.jpg)
난 사실 가해자 응징보다 교육부 장관의 당당한 대응이 현실과 달라도 너무 달라 판타지로 다가왔다. 자식 성적 조작이 드러나도 "모함이야,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거야"라며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현직 교육위 의원 앞에서 현실 속 교육부 장관이라면 아마 무작정 고개 숙일 거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선 일갈한다. "닥쳐." 그리고 이어간다. "안 쪽팔립니까? 왜 자식 교육 얘기만 나오면 여야, 각종 직업 상관없이 눈 가리고 귀 닫고 입 막고 어리석게 행동하는 겁니까. "
드라마 속 누구처럼 현실의 자칭 진보 인사나 단체들은 또 이 드라마에 '폭력 미화' 프레임을 씌운다. 미성년자 대상 폭력을 사이다로 포장하는 드라마란다. 어른이 어린 학생 패는 장면 보며 통쾌해하다니, 끔찍하단다. 무고한 남교사를 성폭행범으로 몰아 죽음에 이르게 한 여학생 인플루언서를 등장시킨 건 미투 운동 폄훼 의도가 있단다. 정작 무고한 피해자 얘기는 아예 없다.
그래서 이런 드라마가 나오는 거다. 그래서 2030이 잠실로 가는 거다.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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