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위기의식 항시 필요...성과는 차등보상해야” [장세정의 직격인터뷰]
'반도체 산증인'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삼성종합기술원장 등을 지낸 임형규(73) 전 삼성전자 사장을 찾아가 만난 이유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반도체 사업 진출 초기부터 합류해 이건희 회장 시절 10년 동안 삼성 반도체의 '2000년대 1차 황금기'를 이끌었던 그는 자타공인 '삼성 반도체의 산증인'이다. 2014년 SK에 부회장으로 영입돼 하이닉스 사내이사까지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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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경영진의 선제적 대응 실기
특별 성과 특별한 공유엔 수긍
의대 광풍 와중에 공대생에 희망
빚진 노조, 경쟁력으로 보답해야
극한 갈등으로 가면 노사 공멸
노조에 치우친 노란농투법 수술
이건희 회장처럼 위기의식 무장
현장 중시하는 경영 리더십 기대
」

Q : -삼성전자의 성과급 사태를 어떻게 봤나.
A : "메모리 슈퍼 사이클로 인해 연 50조원 수준이던 삼성 반도체 수익이 이번에 300조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일종의 '횡재'에 대한 배분을 놓고 발생한 특수한 사건이다. 삼성 메모리 사업 경쟁력을 지켜온 300여 가지 세부 기술 분야의 현장 엔지니어들이 특별한 성과의 일부 공유를 요구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협상 결렬 시 파업까지 선언한 노조와의 협상에서 영업이익의 10.5%로 성과급 재원을 만들어 구성원들에게 배분하는 과정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좋지 않은 선례다."
노조에 밀린 성과급 배분은 나쁜 선례
Q : -그동안 기술인재 보상이 불충분했나.
A : "삼성의 핵심 경쟁력을 구성하는 10~20년 경력의 책임연구원·수석연구원 같은 엔지니어들에 대한 보상이 그동안 좀 부족하다고 느꼈다. 축구 스타 손흥민과 가수 BTS·블랙핑크 멤버들도 큰 돈을 번다. 밤낮으로 일하는 엔지니어들은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을 지키는 첨병이니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
Q : -성과급은 지난해 SK하이닉스가 먼저 도입했는데.
A : "특별한 성과가 나면서 기존 보상 시스템으로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 예견됐지만, 회사의 선제적 대응이 없었기에 문제가 커졌다. 경영진이 미적거리다가 타이밍을 좀 놓치는 동안 노조가 문제를 치고 나가니 직원들이 확 쏠린 거다. 경영진이 선제적으로 대응해 창의적 해법을 제시하고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었다면 비용절감은 물론이고 개인별로 정교한 보상체계를 수립해 기업 경쟁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노조의 힘으로 더 많은 보상을 챙겼으니 경영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다."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을 몇시간 앞두고 지난 3월 20일 밤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 협상이 타결됐다. 여명구 삼성전자 DS 피플팀장,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하고 악수하는 모습. [공동취재 뉴스1]](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0/joongang/20260610001607370mfoc.jpg)
Q : -경영진이 떠밀려 너무 많이 양보했나.
A : "성과급 배분은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은 된다. 합의 내용을 자세히 보면 성과급에 전제조건이 달려 있다. 예컨대 향후 3년간은 200조원 이상 이익이 나면 지급하고, 그 이후 7년간은 100조원 이상 이익이 날 때 그렇게 준다는 것이다. 특별하게 이익이 나서 회사가 충분히 돈을 벌고 재투자할 만큼 돈이 생겼을 때 직원에게도 많이 나눠 준다는 의미다. 좀 더 알아보니 과장급 이하는 가급적 비슷하게 주고, 20년 이상 경력의 수석연구원 급들은 개인별 차등을 많이 둔다고 한다. 조직 단위 성과급은 줄여가고 능력에 따른 개인별 차등 보상으로 가야 한다."
Q : -성과급 사태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A : "메모리 사업은 300마리의 말(세부 기술)이 끄는 전차 레이스(경주) 같다. 1, 2년 레이스가 아니라 몇십 년을 달려야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된다. 1990년대 중반 반도체 치킨게임 당시 전 세계 12개 메모리 기업 중에 삼성 등 3개만 살아남았다. 삼성전자도 바로 얼마 전까지 HBM 사업으로 고전했다. 글로벌 무한경쟁 환경에서 기술 경쟁력이 없으면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반도체 사업의 속성을 한순간도 잊으면 안 된다. 이건희 회장이 강조한 위기의식을 항상 가져야 한다. 노조도 이에 대한 공감대가 없으면 존립할 수 없다."
Q : -공대생들에게 희망을 줬다는 말도 들린다.
A : "이공계 인재의 블랙홀이 된 의대 광풍 때문에 공대 기피 현상이 심했는데, 벤처창업 외에도 첨단산업 관련 대기업 엔지니어로서 기술 고도화에 매진해 성과를 내면 경제적 위상을 크게 올릴 수 있다는 사례를 경험했다. 엔지니어란 직업이 상당히 의미 있고, 보상도 잘 받고, 무엇보다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직업이란 인식이 자리 잡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1987년 7월 당시 이병철 삼성 회장이 이건희 부회장과 함께 경기도 기흥에 있는 삼성종합기술원을 방문해 첨단 기술 개발현황을 둘러보고 있다. [중앙포토]](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0/joongang/20260610001608697gibv.jpg)
이건희 회장은 기여에 파격적 보상
임 전 사장은 서울 공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76년 삼성반도체 공채 1기로 입사했다.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의 씨앗을 뿌리고 바통을 이어받은 이건희 회장이 꽃을 피우는 시기에 임 전 원장은 현장을 지켰다.
Q : -'삼성 반도체 신화'의 일원이었는데.
A : "삼성이 보유한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라는 특별한 위상은 지난 50여년간 계속된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결과다. 반도체 사업을 일으킨 창업주 이병철 회장, 이어받은 이건희 회장, 그리고 후발주자로서 기술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한 선배 세대의 헌신 위에서 오늘의 삼성 반도체가 탄생했다. 현재 경영진과 구성원들의 노력도 있겠지만 선배 세대에게 물려받은 부분이 크다. 후배들이 큰 빚을 갚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 경쟁력 있는 기업, 축적된 기술과 지식을 다음 세대에 잘 물려주는 것이다. 그런 소명감을 가져주기 바란다."
Q : -이건희 회장이 이번 성과급 사태를 봤다면.
A : "이 회장은 2000년대 초에 스톡옵션을 만들어 임원 50여명에게 시중 은행장 월급의 10배 정도로 파격적으로 보상했다. 이 회장은 생전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주지 않으면 인재가 떠나니 능력을 갖춘 직원은 최대한 대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분의 리더십을 생각하면 아마 이번에 일이 터지기 전에 뭔가 선제적으로 대응했을 것이다. 성과급 금액은 다를 수 있었겠지만, 회사가 미리 주도해 사태를 끌고 갔을 것 같다."
Q : -삼성과 SK 두 반도체 기업을 모두 경험했는데.
A : "채권단 관리 시절의 하이닉스는 인력조차 제때 확보하기 어려웠던 기업이다. 2012년에 SK에 인수됐고 2014년에 갔더니 영양실조 걸린 환자 같았다. SK를 레벨업 시켜야 삼성과 함께 선의의 경쟁 체제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삼성전자 혼자 살아남아 기술 인재를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았으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흔들렸을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2025년 1월30일 서울 삼성동 치킨집에서 '깐부 치맥' 회동을 마치고 포즈를 취했다. [중앙포토]](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0/joongang/20260610001609966xeuv.jpg)
너무 다른 DS와 DX 부문은 분리 불가피
이병철 회장은 1969년 삼성전자 설립 이래로 '인재제일'을 강조하며 무노조 경영 원칙을 지켰다. 하지만 2018년 노조가 처음 설립됐고, 지난 3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이번에 파업 직전까지 깠다.
Q : -노란봉투법은 어떻게 해야 할까.
A : "독일·일본을 보면 지금의 한국만큼 노조가 기업보다 일방적으로 유리한 선진국이 없을 정도다.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라 이제는 성과급을 이유로 파업을 압박하는데도 사용자 측은 파업 손실에 대해 소송이 어렵다. 극한 갈등은 노사 모두 공멸한다. 법 조항이 굉장히 두루뭉술해 논란과 비용만 키운다. 결국 법정에 몰려가야 하고, 판사의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면 리스크가 커지게 된다. 법 조항을 좀 더 명료하게 해서 갈등을 줄여줘야 한다. 노조의 권한이 커진 만큼 사용자에게도 쟁의 과정에서 노조를 견제할 수단을 줘야 한다. 반도체가 국가대항전이란 걸 고려하면 노동계에 치우친 노란봉투법은 경쟁국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정상화해야 한다."
Q : -'노노' 갈등 중에 반도체 분할론이 나왔다.
A : "사실 DS와 DX 부문은 성격이 아주 다르고 사고방식도 다르다. 경험에 비춰 보면 사장단 회의를 해도 두 부문의 관심사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DS와 DX가 하나의 회사에 같이 있는 경우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DS는 기술이고, DX는 마케팅인데 내 경험으로 보면 무조건 분리하는 것이 옳다. 다만 파운드리는 아직 투자가 많이 필요하다. DS에서 남성적인 메모리와 여성적인 파운드리를 분리할 것이냐는 문제는 장단점이 있으니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Q : -경영진에 해주고 싶은 조언은.
A : "한동안 삼성에서 인재들이 많이 떠났다. 성과급 이유도 있었겠지만, 인재를 알아보고 존중하고 챙겨주는 기업문화가 옛날보다 많이 약해졌다. 임원이나 부장 같은 리더들이 기술자들의 능력을 알아 봐주고 등용하고 돌봐줘야 한다. 이재용 회장이 엔지니어들에게 '기술인재가 중요하다'며 자부심을 많이 불어 넣어주면 좋겠다. 회사 구조가 복잡해지니 최고 의사결정자와 현장이 너무 멀어졌다는 지적도 들린다. 반도체는 톱다운이 아니라 현장에 답이 있다. 성과급 사태에서 보듯 제도 개선 관련 의사결정을 신속히 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 때처럼 각 부문 사장들을 믿고 현장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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