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 빚졌다” 옛정 잊지 않은 젠슨 황
신제품 부재에 시장불만 잠재우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방한 일정 중 T1 소속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과 김택진 엔씨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등 국내 게임 산업계 주요 인사들과 연달아 회동했다. 전사적 역량이 인공지능(AI) 칩과 데이터센터 사업에 집중된 상황에서 황 CEO의 이번 행보는 엔비디아의 오랜 주력 사업이었던 게임 업계와의 유대감을 재확인하려는 상징적 제스처로 풀이된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엔비디아의 핵심 사업은 ‘지포스’ 시리즈로 대표되는 게이밍 그래픽카드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체 매출의 90%가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발생할 정도로 주력 사업이 AI 가속기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됐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엔비디아는 1995년 첫 멀티미디어 가속 칩인 ‘NV1’을 선보인 이후 매년 이어오던 게이밍 신제품 출시 관례를 올해 처음으로 멈출 거란 유력 외신 보도가 나왔다. 전 세계적인 메모리 공급난 속에서 마진이 높은 AI 전용 칩 생산에 물량을 최우선으로 배정하겠다는 의지다. 실제 수년간 주요 IT 행사에서 게이밍 신제품을 공개해 온 엔비디아는 지난 1월 열린 ‘CES 2026’ 직전 공식 X 계정을 통해 “이번엔 새 GPU 발표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사측은 관련 의혹을 굳이 부정하지 않고 있다.
화려한 그래픽의 게임을 제약 없이 즐기기 위한 필수 장치인 지포스 그래픽카드는 전 세계 게이머들이 매년 큰 기대를 모으는 핵심 하드웨어다. 올해 신제품 부재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게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실망감이 빠르게 확산됐다.
황 CEO의 이번 방한 중 ‘게임 행보’는 이러한 시장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소통 의지로 해석된다. e스포츠의 상징적 인물인 이상혁과 국내 대표 게임사 수장들을 만난 것은 엔비디아의 정체성이 여전히 게임 산업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전 세계 30억명의 게이머에게 각인시키려는 전략이라는 평가다.
지난 7일 서울 강남의 한 PC방을 찾은 황 CEO는 “e스포츠는 한국에 의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고 치켜세우며 “저는 게이머 여러분을 사랑하고, 또 여러분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PC용 차세대 칩 ‘RTX 스파크’를 탑재한 세계 최초 노트북과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 5090’를 현장 추첨을 통해 선물했다.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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