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韓경제 1.8% 성장…반도체 훈풍에 ‘착시 효과’ 우려도

올해 들어 3월까지 한국 경제가 1.8% 성장했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기 대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잠정치로, 두 달 전 공개한 속보치(1.7%)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지난 2020년 3분기 2.3% 이후 5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한은은 GDP 증가율을 속보치·잠정치·확정치로 세 차례에 걸쳐 내놓는다.
속보치와 비교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각각 0.1%포인트·1.8%포인트 상향됐다. 민간소비 부문에서는 증권거래서비스와 승용차·가전제품 등 내구재 소비가 늘어 경제성장에 0.3%포인트 기여했다. 또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투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설비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도 0.6%포인트로 집계됐다. 무엇보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1.1%포인트로 성장률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물가 상승분까지 포함한 올 1분기 명목 GDP 증가율은 10.5%로 집계됐다. 1976년 1분기(13.0%) 이후 5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명목 GDP는 실질 GDP에다 물가지표인 GDP디플레이터를 반영해 산출한다. GDP디플레이터는 국내에서 생산·소비·투자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보여준다. 올해 2.7%로 예상(한은)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는 다른 지표다. 1분기에는 반도체 수출 가격 상승이 GDP디플레이터를 끌어올렸다. 수출 디플레이터가 전년 대비 23.5% 상승한 반면 내수 디플레이터는 2.1% 오르는 데에 그쳤다.
소득 지표인 국민총소득(GNI)과 국내총소득(GDI)도 반도체 호황 덕에 1분기 동반상승했다. 한 나라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뜻하는 실질 GNI는 전 분기 대비 9.2%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교역조건을 반영해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GDI는 전 분기보다 8.7% 오르며 GDP 증가율을 상당폭 웃돌았다. GDI 증가율은 원재료 가격이 내려가거나 수출품 가격이 오를수록 높아진다. 김화용 한은 경제통계2국국민소득부장은 “반도체 가격이 원유 등 에너지 수입 가격 상승 폭을 넘어서면서 GDI가 GDP를 큰 폭으로 추월하는 이례적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수출이 경제를 견인하면서 눈에 보이는 지표가 상승세를 그릴수록, 체감경기를 가리는 착시 현상도 두드러진다. 반도체 산업 온기가 다른 산업으로 미처 전해지지 못한데다, 고환율·고유가 국면이 지속되면서 서민경제의 어려움은 가속화하고 있어서다. 물가와 금리가 상승하면서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반도체 산업 특성상 고용유발효과가 제조업 평균보다 낮아 체감 경기에는 아직 온기가 전해지지 못하고 있다”며 “건설업과 석유화학산업 등은 여전히 부진한 데다 고환율로 수입 물가가 올라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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