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방산 명성 뒤에 가려진 위험한 근로 현장

2026. 6. 3.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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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참사, 안전대책은 작동했나
첨단 무기 공장에서 되풀이된 비극
근로자 안전·산업 경쟁력 함께 가야
2일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안으로 소방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방산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졌다. 2018년과 2019년에도 폭발 사고로 각각 5명과 3명이 숨졌던 곳이다. 8년 사이 세 번째 대형 참사다. K방산을 대표하는 기업에서 비슷한 비극이 반복됐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과거 참사 이후 마련하겠다던 안전 대책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했는지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

이 사업장은 로켓과 미사일 등을 연구·개발하는 국가보안시설이다. 사고는 세척실에서 작업자들이 화약이 묻은 공구를 물로 세척하던 중 발생했다. 사측은 과거 사고를 계기로 공정 자동화와 작업장 격리화 등 안전대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사고가 난 세척 공정은 자동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면 아직도 화약 잔류물을 노동자가 직접 다루는 환경에 대한 안전 조치가 왜 미흡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이번 사고는 K방산의 눈부신 성장 뒤에 가려진 현장의 실상도 돌아보게 한다. 국내 방산업계는 유럽과 중동 등에서 수출 호조를 이어가고 있고 관련 기업 가치도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첨단 무기를 생산하는 산업 현장에서 이 같은 중대재해가 반복된다면 방산 강국으로서의 신뢰성과 지속 가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진정한 산업 경쟁력은 외형적 성장뿐 아니라, 작업 현장의 안전 기준이 세계적 수준에 부합할 때 확보되는 것이다.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 사고를 부른 것은 아닌지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과거 사고 당시 책임자들은 대부분 집행유예에 그쳤고, 법인에 부과된 벌금도 수천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첫 사고 직후 특별근로감독에서 수백건의 안전 관리 규정 위반이 적발됐다. 그럼에도 유사 사고가 재발했다는 것은 기존의 처벌과 감시 체계에 한계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사과했다. 하지만 국민이 듣고 싶은 것은 단순한 사과가 아니다. 왜 같은 사업장에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됐는지, 약속했던 안전대책은 어디까지 이행됐는지 밝혀야 한다. K방산의 미래는 수출 실적이나 주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근로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장이 될 때 비로소 그 성장도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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