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덮친 ‘영업익 N% 성과급’ 요구…경총 “교섭대상 아냐”

임지혜 2026. 5. 3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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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임금교섭 공동투쟁본부는 23일 경기 평택 고덕 삼성전자캠퍼스 앞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남동균 인턴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최근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자동차·조선·통신·IT 업계까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노조의 요구가 이어지자 경총은 “기업 이익 배분은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다”라며 경영계 특별 권고를 발표했다.

경총은 31일 ‘노동조합의 기업 이익 배분 요구에 대한 경영계 특별 권고’를 회원사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경총은 최근 일부 대기업 노동조합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내용을 단체협약 등에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는 데 대해 “기존 성과급 제도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것으로 기업 이익의 직접적인 배분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이익은 지속가능성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 고용, 연구개발(R&D), 재무구조 개선 등에 활용돼야 하는 경영자원”이라며 “노동조합이 기업 이익의 선제적 배분을 요구하는 것은 주주의 권리를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총이 이례적으로 특별 권고까지 내놓은 배경에는 ‘영업이익 N% 성과급’ 논의가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0일 사업성과(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반도체 사업부문(DS)에 특별경영성과급을 지급하는 내용의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 지회가 지난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우진 기자

주요 제조업과 서비스업 노조들도 유사한 요구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기아 노조 역시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진 조선업계에선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영업이익의 30%를 요구하고 나섰다. 통신업계에서도 LG유플러스 노조가 임금 총액 8% 인상과 함께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 성과급 제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IT·플랫폼 업계에서는 카카오 노조가 영업이익의 13~14% 수준 성과급 지급을 주장하며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경총은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을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성과급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경우 각종 법정수당과 퇴직금 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성과급의 임금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경총은 “대법원은 경영실적 등에 따라 지급 여부나 지급 수준이 달라지는 성과배분은 근로 제공과 밀접한 관련성이 없고 근로자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다른 요인들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임금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고 설명했다.

경총은 노동조합법상 의무적 단체교섭 대상은 임금, 근로시간, 복지 등 ‘근로조건’에 한정되고, 기업 이익 배분 기준을 정하는 문제는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이 아닌 경영 판단에 해당하는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 배분 문제를 노사 간 의무 교섭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총은 “기업은 노동조합의 기업 이익 배분 요구에 응할 법적 의무가 없다”며 “일반적으로 노동조합이 기업 이익 배분을 주된 목적으로 벌이는 파업 등 쟁의행위는 목적상 위법한 쟁의행위가 될 수 있음을 주지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과급은 단순한 이익 배분이 아니라 근로자 생산성 향상과 기업 성과 창출을 유인하기 위한 보상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단기적 현금 위주 보상보다 조건부 주식 보장 등 회사와 근로자 모두의 이익을 중장기적으로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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