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성과급發 원·하청 교섭 전선 확대… 노사정 동상이몽

황민혁 2026. 5. 3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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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에 갇힌 노동운동]
정부 “교섭 의제 아니나 대화 가능”
노동계 “원청 재원은 처우와 직결”
경영계선 “임금 주제론 교섭 불가”
사진=권현구 기자


삼성전자 노사 합의를 계기로 하청 노조까지 원청을 상대로 임금·성과급 교섭을 요구하는 흐름이 확대하고 있다. 하청 노동자에 대한 금전 보상은 원칙적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원청이 하청업체에 내려보내는 인건비 재원 없이 노동자 처우 개선이 어렵다며 교섭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경영계는 제도를 우회한 교섭 시도로 보고 차단하려는 분위기다.

31일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원청교섭 투쟁본부가 산하의 지회·분회 6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하청 노동자들이 원하는 원청과의 교섭 의제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임금이다. 43곳이 임금을 교섭 의제로 언급해 직접고용, 복지, 산업안전, 고용안정 등을 앞섰다.

성과급 격차를 문제 삼으며 원청에 직접 교섭을 압박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 협력업체인 피앤에스로지스 노동자들은 원청 직원에게 수억원대 성과급이 지급되는 반면 자신들은 500만~600만원의 상생장려금만 받았다며 원청 교섭을 요구했다.

노동부는 원칙적으로 임금은 원청 교섭 의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임금은 노동 제공의 대가인 만큼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계약 당사자인 하청업체와 하청 노동자 사이에서 결정된다는 설명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다만 “협상이라는 과정의 특성상 임금이나 성과급이 공식 교섭 의제가 아니더라도 무 자르듯 말도 못 꺼내는 구조는 아니다”고 말했다.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의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임금·성과급 문제가 자연스럽게 거론될 수 있고, 정부가 이를 일일이 막을 수는 없다는 취지다.

노동계는 이 틈을 활용하려 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하청 노동자의 임금 인상액 자체를 원청에 직접 요구하기는 어렵더라도 원청이 하청업체에 내려보내는 도급비, 단가, 인건비 재원 규모 등은 노동자 처우와 직결한다”며 “이에 관한 논의는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경영계는 임금·성과급은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의제이므로 해당 주제가 거론될 경우 판을 깰 수 있다는 태세다. 인사·노무 업무를 담당하는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산업안전 등 법적으로 교섭 여지가 있는 의제로 원·하청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임금이나 성과급 관련 요구가 들어오면 교섭을 거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공은 노동위원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경영계가 임금·성과급은 원·하청 교섭 대상이 아니라며 대화를 거부하면 노동계는 이를 교섭 회피로 보고 문제 삼을 수 있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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