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내 주식 한도 또 늘린 국민연금, 출구전략은 있나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한도를 대폭 확대했다. 어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현재 전체 운용 자산의 14.9%인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20.8%로 5.9%포인트 높인다고 밝혔다. 시장 대응을 위해 이 목표 비중을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시장 여건 변화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코스피가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국내 주식 비중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24.5% 수준으로 불어났고, 최근에는 30% 선까지 높아졌을 것이란 게 업계 추산이다. 기존 목표치의 두 배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금이 한도를 맞추기 위해 대규모 주식 매도에 나설 경우 증시에 찬물을 끼얹고, 연금 수익률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물론 최근 연금 수익률 상승으로 향후 기금 고갈 걱정을 다소 덜게 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국내 주식 한도 확대는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다. 연금을 이처럼 단기 시장 상황에 맞춰 운영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연금 운용에서 중요한 건 단기 수익률이 아닌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이다. 별도의 운용위원회를 두고 특정 자산에 과도하게 쏠리지 않도록 중장기 목표 비중을 설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이 계속 늘어나자 연금이 정부의 증시 부양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다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한국노총·참여연대 등 300여 개 단체가 참여하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도 지난 26일 성명에서 “최근 기금 운용을 두고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며 거버넌스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 또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1400만 명에 이르는 개인투자자의 압력을 생각하면 한번 늘어난 국내 투자 비중을 다시 줄이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가 연금 지급을 위해 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오면 증시가 감당하지 못할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기금위는 임시변통식 비중 조정만 남발할 게 아니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역풍을 줄일 출구전략과 함께 연금 운용의 장기 안정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연금의 정치화’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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