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 20.8%로 상향… ‘매도 폭탄’ 피했다
SAA 범위도 확대… 25.8% 이상 가능
일각, 노후자금으로 증시 부양 지적
하락장때 손실 우려… “원칙 지켜야”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상향 조정한다. 목표 비중 유지를 위해 시장에 팔아야 하는 주식 물량이 최대 170조원에 달했지만 비중 상향으로 ‘매도 폭탄’ 부담을 덜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국내 주식 비중을 20.8%로 조정하는 내용을 심의·의결했다. 기금위는 지난 1월에도 코스피 급등 등 주식시장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국민연금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4%에서 14.9%로 상향 조정했다. 이후에도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며 국내 주식 비중은 지난 2월 기준 24.5%까지 치솟았고,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의 급등 영향으로 비중이 27% 안팎까지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기준 비중의 허용 범위 밖으로 자산 금액이 벗어나게 되면 기계적으로 매도 또는 매수를 통해 조정하는 ‘리밸런싱’을 거친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매도해야 하는 규모가 170조원에 달하고 이는 주식 시장에 큰 충격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됐다. 이번 국내 주식 비중 상향으로 당장 국민연금이 시장에 던져야 하는 매도 부담은 크게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목표 비중을 벗어나도 일정 부분 허용해주는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를 두고 있는데, 현재 3%포인트인 SAA 범위도 확대키로 했다. 자산 투자를 보다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다만 기금위는 금융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SAA를 얼마나 확대할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SAA에 더해 2%포인트 범위 내의 전술적 자산배분(TAA)까지 고려하면 새로 적용되는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은 최소 25.8%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 범위를 벗어나더라도 하루에 최대 조정할 수 있는 리밸런싱 규모를 축소해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곧장 매매에 나서는 대신 시장 상황을 보며 속도 조절을 한다는 의미다.
국내주식 비중이 늘어나면서 해외주식 비중은 37.2%에서 34.7%로 하향됐다. 또 국내채권 23.1%, 해외채권 7.4%, 대체투자 14.0%로 함께 조정됐다. 목표 비중은 다음 달 말부터 적용된다.
기금위는 이날 2027∼2031년 중기자산배분 목표비중도 확정했다. 2031년 말 기준 주식 55% 내외, 채권 30% 내외, 대체투자 15% 내외로 보유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국민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으로 국내 증시를 부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승장인 지금은 연금 운용 수익률이 좋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2022년 국내 증시가 얼어붙으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수익률은 -22.76%를 기록했다. 연금 전문가 모임인 연금연구회는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을 경우 그 손실은 고스란히 미래 연금 수급세대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분산투자와 재정안정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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