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침에만 있었던 ‘버팀대’… 서울시 “지지 필요성 점검 중 사고”

조민아,장은현,임송수,황인호 2026. 5. 28.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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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2.9㎝ 단차 작은 크기 아냐
드론 아닌 인력 투입 신중했어야”
警 현장 감식… 檢은 전담팀 구성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의 이틀째 모습. 서울시는 이날 브리핑에서 도로 상판 처짐을 확인하고도 고가 아래를 지나는 도로와 철도를 통제하지 않은 채 현장점검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최현규 기자


3명이 숨진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와 관련해 서울시가 마련한 철거공사 지침서에 ‘침하나 붕괴를 막기 위해 구조물에 필요시 지지대를 설치하라’는 내용이 있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시는 “지지대 설치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한 안전점검을 하다가 사고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고 12시간 전 이상 징후가 있었음에도 안전 조치 없이 인력 투입이 이뤄진 것이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27일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해 3월 작성한 ‘서소문 고가 개축 용역 공사시방서(기존 교량 철거)’에는 “구조물의 변형 침하 또는 붕괴를 막고 인접 시설물이 손상되지 않도록 필요시 철거 구조물에 버팀대 또는 지주(기둥) 등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시방서는 공사 시작에 앞서 시공법과 안전 규범 등을 상세히 적어놓은 지침서다. ‘철거 작업장 주변 보행자의 안전 확보는 물론 인접 구조물과 각종 시설물 및 인명에 피해가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는 지난 26일 새벽 슬래브 절단 과정에서 발견된 2.9㎝ 단차의 침하에 대해 외부 전문가와 함께 진행한 안전점검 도중 발생했다. 점검 당시 사고 현장에 시방서에 규정된 지지대는 별도로 설치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현장 관계자들은 지지대를 대야 하는 상황인지 위험성 판단을 위해 점검에 나섰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고 구간은 아래에 철도가 있어 이상 현상 발견 직후 지지대를 세우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공사 관계자들이 안전점검 때 교량 아래 거더(구조물을 받치는 보)에 들어간 데 대해 임춘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교량 슬래브 하부가 공중비계로 가려져서 (외부에서)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이 부분에 대해 상황 판단을 하려고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철거 계획 최초 수립 당시 내용을 보면 거더의 안전과 관련된 부분에선 크게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2.9㎝의 단차는 결코 작은 크기가 아니다”며 “철거 작업을 중단할 정도의 위험 상황이었으면 드론 등 기계로 점검하는 방안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사고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업안전보건공단과 현장 정밀감식을 진행했다. 또 서울시에서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 관련 안전관리계획서, 입찰 및 발주 계약서 등을 제출받았다. 서울서부지검도 안전사고 분야 전문성이 있는 소재환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검사 4명과 수사관 6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구성했다. 서울시는 위험 요인을 없애고 열차 통행 정상화 등을 위해 서소문 고가차도에 대해 40시간에 걸친 완전 철거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조민아 장은현 임송수 황인호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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