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中바이트댄스에 AI칩 공급”… ‘엔비디아 천하’ 흔드는 도전자들
HBM 수요 증가, 삼성·SK에도 호재

퀄컴이 중국 바이트댄스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주문형 반도체(ASIC)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AMD와 구글, 브로드컴에 이어 퀄컴까지 여러 도전자들이 AI 반도체 칩 시장에 가세하면서 ‘엔비디아 1강’ 독주 체제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트댄스가 퀄컴 AI 데이터센터용 ASIC 수백만 개를 구매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칩은 바이트댄스 차세대 AI 에이전트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그간 퀄컴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절대적인 강자로 군림했지만, AI 칩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입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계약을 통해 AI 반도체 시장 안착을 위한 최대 난제로 꼽혔던 ‘대형 고객사 확보’라는 과제를 해결하게 됐다.
자체 AI 칩 설계를 추진해 온 바이트댄스 입장에서도 계약이 갖는 전략적 의미는 상당하다. 반도체 설계 강자인 퀄컴과의 협업을 통해 AI 칩 설계안을 실제 상용화 및 양산 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트댄스는 올해 AI 인프라 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25% 늘린 2000억 위안(약 44조2720억원)으로 확대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계약은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라는 삼엄한 규제 장벽을 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이목이 쏠린다. 블룸버그 통신은 퀄컴 칩 성능이 미국 정부의 대중국 수출 제재 기준선 이하일 경우 TSMC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를 거쳐 바이트댄스에 들어가도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퀄컴은 미국 정부가 규정한 ‘연산 성능 상한선’ 바로 직전까지 칩 역량을 끌어올리는 우회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퀄컴까지 AI 반도체 시장 플레이어로 부상하면서 기존 경쟁 구도도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가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지만, AMD·구글·브로드컴이 자체 AI 칩을 만들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큰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AI ASIC 역시 데이터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필수적으로 탑재해야 한다는 점에서 관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올해 전 세계 HBM 수요가 전년 대비 88% 증가한 329억기가비트(Gb)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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