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징후 12시간 동안 '통제 없었다'…철도공단과 진실 공방 예상

김보경 2026. 5. 2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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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근 도시기반시설본부장, 사고 경위 브리핑
"거더 안전성, 설계 당시 이상 없는 것으로 파악"
40시간 연속 작업 후 철거 완료·철도 운행 가능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로 서울시의 안전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고 당일 새벽 2시30분에 이상 징후를 포착했음에도 도로·철도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열차가 지나가는 순간에 구조물이 무너졌다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또한 하루 3시간만 가능했던 철도 상부 구간 공사 시간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국가철도공단의 해명이 엇갈리며 책임 공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소문 고가차도 사고 현장 이미지. 서울시 제공.

임춘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27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사고 관련 브리핑을 열고 "9번째 슬라브(다리 최상단의 콘크리트판) 해체 중 절단부에서 크랙이 발생했고, 공사 중지 후 현장 안전 점검 중 거더(구조물을 떠받치는 보)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이 사고로 안전 점검을 하던 감리단장, 현장소장, 외부전문가 등 3명이 사망했고 서울시 공무원 등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임 본부장에 따르면, 9번째 슬라브(S9)가 위치한 철도 횡단 구간은 새벽 1시30분부터 4시30분까지 하루 단 3시간 공사만이 가능했다. 공사를 시작한 지 1시간만인 사고 당일 새벽 2시 30분께 거더 처짐(29㎜) 현상을 발견하고 공사를 중지했다. 이때 추가 처짐을 방지하기 위해 거더와 거더 사이를 연결하는 플레이트 공사를 시행했다.

이 상황을 당일 오전 7시30분에 현장관계자가 서울시 관계자(광역도로과장)에게 유선보고를 했고, 오전 9시30분에는 토목부장에 대면보고가 이뤄졌다. 오전 10시50분께 감리단장, 현장소장, 정밀진단업체 등이 대책 마련을 위한 현장 점검에 나섰다. 이후 오후 1시40분에는 서울시 관계자와 외부전문가 등 9명이 합동 안전 점검에 나섰다. 구조물 붕괴 사고는 그로부터 약 50분 후인 오후 2시33분께 발생했다.

임 본부장은 "(오전 현장 점검에서) 시공사와 책임감리(감리단장)가 함께 해당 사항에 대한 현안과 향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와 관련된 논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급하게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는 책임감리의 의견이 있었던 걸로 파악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책임감리의 역할을 재차 강조하며 "책임감리는 현장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책임지고 현장을 관리하는 분"이라며 "아마 책임감리의 의견에 따라서 긴급하게 현장 점검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책임감리의 의견이 제일 중요한 판단 근거"라고 했다.

또한 임 본부장은 이번 사항과 관련해 오전에 보고받진 못했고,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당시 임 본부장은 GTX-A 삼성역 철근 누락건으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상황이었다. 그는 "오후 2시30분 이후에 배석자를 통해 언론 보도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임춘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이 27일 서울시청에서 서소문고가 붕괴사고 관련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2026.5.27 연합뉴스

이상 징후를 발견한 후 사고 발생까지 12시간이 지나도록 현장에 도로·철도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취재진이 묻자 임 본부장은 "그 부분은 정말로 통제가 필요한지 여부에 대해서 판단하기 위한 점검을 하는 과정에서 이 상황이 발생했다"고 답변했다. 또한 "거더의 안전성과 관련돼서는 철거 설계 당시에도 크게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 이렇게 거더 자체가 무너지는 어떤 사고가 있으리라고는 당시에는 파악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추측한다"고 했다.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는 지난해 4월 착공에 들어가 올해 3월까지 이번 사고가 발생한 철도 횡단 구간 이외의 구간은 철거를 완료했다. 슬라브 총 19개 중에 17개를 철거 완료했으며, 공정률 88.49%로 막바지 작업이 이뤄지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9번째 슬라브가 있는 철도 횡단 구간의 경우 코레일·국가철도공단과의 협의를 통해 하루에 3시간씩만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임 본부장에 따르면 시는 최초에 공단 측에 24시간 연속 작업을 통해 신속하게 철거하는 방안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협의 결과 하루 3시간 정도 작업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최대라는 답을 얻어서 그렇게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달에도 30일 동안 작업을 할 수 있는 일자가 있는데 그것을 다 하지 못하고, 평균 17~18일 정도의 날짜만 작업할 수 있는 일자를 받아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철도공단 측에선 서울시가 먼저 야간작업 계획서를 제시했다는 주장이 나와 양쪽 간의 진실 공방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임 본부장은 "기관과 기관 간의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향후 조사를 통해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서소문 고가차도 사고 발생 경위. 서울시 제공.

현재 해당 장소의 철거 공사는 중단된 상태로 고용노동부의 심의를 통과해야 공사를 재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시는 이날 오전 7시20분께 노동부에 작업 계획서를 제출했고, 오전 11시께 노동부의 공사 재개 심의가 시작된 상태다. 심의를 통과해 공사 재개가 이뤄지면 40시간 연속 작업을 통해 전체 슬라브 철거와 경의선 철도 개통이 가능하다고 임 본부장은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공중 비계 철거 6시간 ▲9번 슬라브 철거 24시간 ▲전차 선로 복구 10시간·8번 슬라브 철거 8시간(동시 작업) 등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시는 피해자 지원 사항과 관련해 사망자 유가족에겐 장례비와 재난지원금 등 생활안전지원금이 지급된다고 밝혔다. 부상자에겐 치료비와 장해 등급에 따라 위로금이 지급되며 다양한 심리 상담도 지원될 예정이라고 했다. 임 본부장은 "관계기관과 함께 현장 안전 확보와 피해자 지원, 사고 수습 복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정확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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