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3명 올라간 뒤 무너졌다”…안전조치 없이 점검 참변

오삼권, 김예정 2026. 5. 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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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붕괴 사고로 6명의 사상자가 나온 가운데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다수의 점검 인력이 한꺼번에 구조물로 올라간 게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2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 현장을 목격한 한 서울시 관계자는 “작업 재개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담당 팀장이 ‘거더’(교량 등을 떠받치는 보) 사이에 올라갔는데, 하중이 가해지자 곧바로 구조물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철거 과정에서 구조물이 약해진 게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 오전 2시 30분쯤 상판(슬래브) 절단 작업 중 2.9㎝ 단차가 발생해 철거 공사가 중단됐는데 이를 점검하기 위해 투입된 13명의 전문가 등이 동시에 구조물에 들어섰고, 그 뒤 붕괴가 시작됐다는 취지다.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사고 그래픽 이미지.

이날 외부 전문가를 동원한 안전진단은 슬래브가 내려앉은 오전 2시 30분부터 약 12시간 지난 뒤인 오후 2시쯤 본격 시작됐다. 오전엔 시공사 등이 자체 점검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학부 교수는 “본격적인 안전진단을 하기 전에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두는 게 당연한 절차”라며 “이미 약해진 구조물에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여러 명의 진단 인력이 올라서니 붕괴 위험이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시가 제시한 세부 공사 지침인 시방서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소문 고가 개축(성능개선) 실시설계 용역 공사시방서’는 “철거 구조물의 변형 침하 또는 붕괴를 막고 인접 시설물이 손상되지 않도록 필요시에는 철거 구조물에 버팀대 또는 지주 등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철거 계획대로 작업을 진행했다”며 “해야 할 조치를 하지 않거나 작업 절차를 어긴 건 없다”고 답했다.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고가차도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하지만 전문가들은 계획 수립부터 시공·감리까지 모든 과정에서 결함을 잡아내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시공사와 감리단뿐만 아니라 계획서를 짠 엔지니어 회사, 이를 감독한 서울시까지 어느 한 군데라도 제대로 작동했다면 붕괴가 일어났을 리 없다”고 말했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도 “해체 작업 계획서 자체가 잘못 작성되었거나, 현장에서 계획서상의 작업 방법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 현장 인근 주민 사이에선 노후 건축물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했단 비판이 나온다. 1966년 준공된 서소문 고가는 2019년 하부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지는 등 안전 문제가 제기되다가 정밀안전진단에서 ‘안전성 미달’인 D등급을 받고 지난해 철거 공사에 들어갔다. 주민 최모(40대)씨는 “전에도 손가락만 한 콘크리트가 종종 떨어져서 민원을 넣은 적이 있다”며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고 했다.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와 서울시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경찰은 사고 당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 수사팀을 편성하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수사팀은 이날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로부터 안전관리계획서 등 관련 서류를 임의 제출받았다. 이후 경찰은 27일 오전 4시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관계 기관 합동으로 사고 현장에서 정밀 감식을 진행했다.

검찰도 전담검사 4명과 수사관 6명 등을 투입해 27일 전담팀을 꾸렸다. 팀장은 소재환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장이 맡았다. 서울서부지검은 “경찰과 노동청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철저히 규명하고 신속한 피해자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삼권·김예정 기자 oh.sam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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