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점검 중 상판 와르르… 사고 12시간 전 ‘붕괴 조짐’ 있었다
철로 위 구간 새벽 3시간만 공사
부식·느린 작업, 영향 줬을 수도
상인들 “점심시간이면 엄청난 피해”

26일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사고 현장 관계자들은 침하 현상이 발생한 고가의 안전점검을 하다가 상판이 무너지면서 참변을 당했다. 지난해 8월부터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던 이 고가에서는 사고 발생 약 12시간 전 상판이 주저앉는 현상이 나타났다. 전조 증상이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안전 불감증’에 따른 사고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진우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이날 새벽 1시30분부터 2시30분까지 S9구역 슬래브(상판) 절단을 실시했다”며 “작업 중 슬래브가 2.9㎝ 단차로 주저앉아 공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후 오후 2시쯤 해당 구역을 점검하다가 거더(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보)가 갑자기 붕괴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게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사고가 난 상판 구간은 사실상 썩어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28m 길이 상판이 대부분 썩어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구조물이 부식되면 ‘강도 발현’(시간이 지나면서 단단한 힘을 나타내는 것)이 되지 않아 붕괴 위험이 높아진다. 빠른 철거 작업이 중요했던 이유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곳은 철도가 지나가는 구간인 탓에 작업은 새벽 1시30분부터 4시까지 하루 약 3시간만 할 수 있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관계자 13명 중 감리단장 안모(60대)씨, 현장관리소장 이모(60대)씨, 외부 전문가 이모(50대)씨가 숨졌다. 숨진 전문가는 국내에서도 구조물 안전 분야 권위자로 손꼽히는 인사로 알려졌다. 구조된 3명은 머리와 허리, 갈비뼈 등을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부상자는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직원 2명과 주민센터 직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행인 포함 나머지 7명은 대피해 사고를 피했다.

사고를 목격한 남기혁(58)씨는 “‘쿵’하면서 무언가 주저앉는 소리가 났고 ‘사람 살려달라’는 외침이 들렸다”며 “이후 119가 왔지만 (구조) 장비가 없어서 구조가 5~10분가량 지체된 것 같다”고 말했다. 주변에 있었던 상인 A씨도 “어마어마한 굉음이 들려 ‘큰 사고가 났구나’라고 직감했다”며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 점심시간 때 사고가 났다면 인명 피해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고가차도 옆 가림막이 무너졌다’ ‘먼지가 너무 많다’는 내용으로 신고를 했다. 인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인미(67)씨는 “새벽에 안전상 문제가 발견됐다면 사람이 못 다니게 미리 조처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서소문 고가차도가 2019년 안전진단에서 D등급(안전성 미달)을 받은 데다 사고 전 이상 현상까지 감지된 만큼 안전 관련 조치가 철저했어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2.9㎝의 작은 단차라도 철거 작업을 할 때는 유심히 봤어야 한다”며 “결국 구조물이 하중을 견디지 못해 붕괴된 것으로 보이는데 지지대를 설치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D등급 구조물은 철거 작업을 할 때도 안전사고에 유념을 해야 한다”며 “매뉴얼대로 헐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고가차도는 지난해 8월 17일부터 차량 통행을 부분 통제한 뒤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1966년 6월 개통된 이 고가차도는 18개 교각으로 이뤄졌다.
조민아 장은현 김다연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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