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문제 아니었다…소방차 삼킨 부산 ‘8m 땅꺼짐’ 주범
긴급 출동하던 소방차를 삼킨 부산 대형 싱크홀(땅 꺼짐) 사고는 지하철 공사 과정에서의 부실시공과 관리 소홀 탓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 사고 때 운전자를 다치게 한 책임을 물어 발주처인 부산교통공사 시공업체 관계자 등을 수사해 검찰로 넘겼다.
8m 싱크홀 빠진 운전자, 전치 4주 PTSD

사고는 2024년 9월 21일 부산 사상구 새벽로 일대에서 차도가 내려앉아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 크기 공동(空洞)이 발생하면서 일어났다. 이날 부산엔 379㎜의 폭우가 쏟아졌다. 긴급 출동하던 부산소방재난본부 소속 배수 지원 차량을 포함해 5t 트럭 1대 등 차량 2대가 이 구덩이에 빠졌다.
경찰에 따르면 소방 배수 지원차에는 소방관 등 3명, 5t 트럭에는 운전자 1명이 탑승해 있었다. 이 가운데 트럭 운전자인 40대 남성 A씨가 이 사고로 인해 4주간 치료를 필요로 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
시공법과 재료 부적정, ‘셀프 검수’ 관리 안돼
사고가 일어난 구간에선 부산 지하철을 확장하는 사상~하단선 공사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이 구간에서 땅 꺼짐 사고가 잇따르자 부산시가 감사를 벌여 공사 전반 및 발주처인 부산교통공사의 관리 부실 문제를 지적했고, 이를 근거로 시민단체가 지난해 6월 경찰에 고발장을 내면서 수사가 이뤄졌다.

수사에서도 사상~하단선 공사가 사고에 영향을 준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차수(遮水)공사(빗물 등이 흘러들어 굴착면이 무너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공사)를 담당한 하도급 업체들이 부적정한 공법을 적용했고, 차수 기능을 위한 차수재 또한 시방서 기준보다 부족하게 주입하거나 주입량을 증빙하지 못하는 등 부실시공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차수 공사에 앞서 국가 공인 자격을 갖춘 업체가 차수재 등 품질검사를 해야 하는데 하도급 업체가 이를 어기고 ‘셀프 품질검사’를 했으며, 부산교통공사와 시공사 측은 이런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거나 감독하지 못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은 차수공사 전 품질검사와 관련해 발주청과 감리 등에 대한 의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어 이번 사건처럼 무자격 업체에 의한 품질검사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관리ㆍ감독 주체의 참여를 의무화하는 법령 개정을 관계 기관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부산=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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