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6억’ 성과급 줄 때 경쟁사 수십조 투자…괜찮을까

삼성전자 노사가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면서 파업위기를 넘겼으나, 매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제도가 국내 반도체업계의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요 경쟁사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위해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성과급으로 연간 수십조원을 고정적으로 부담하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 마이크론은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기존 200억 달러에서 250억달러(약 38조원)로 늘렸다. 올해 1월 착공한 미국 뉴욕주 클레이 메가팹에 향후 20년간 최대 1000억 달러(약 152조원)를 투자하는 등 현재 미국과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새로운 팹 건설에 나서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 1위인 TSMC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최대 560억 달러(약 85조원)까지 상향했다. 이는 최근 3년간 누적 설비투자액(1000억 달러)의 절반 이상이다. 대만 본토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으로 생산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올해 초 직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 규모는 약 4조7000억원이다. 올해는 25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초에는 직원들에게 약 25조원을 나눠줄 전망이다. 2027년 예상 영업이익 전망으로는 400조원도 거론된다.
이 경우 SK하이닉스는 2년 동안 65조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게 된다. 반도체 팹 1개를 짓는데 약 20조원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 팹 3개 이상을 구축할 수 있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자본 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반도체 산업에서 호황기에 충분한 자본을 확보해놓지 못하면 일종의 치킨게임이 벌어지는 불황기를 버틸 수 없다”며 “K-반도체가 경쟁국들과의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장기 경쟁력 확보가 필수”라고 말했다.
이번 이슈는 대규모 성과급 지급 합의가 주주 충실의무를 위반했는지에 대한 논의 과제도 남겼다.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의 특별성과급 결정이 주주의 권한이라며 임시 주주총회를 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상 이 같은 형태의 성과 보수는 노사가 합의할 수 있는 ’임금 등 근로조건’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상법 위반 없이 노조와 경영진이 각 주주를 설득해 주총 의결로 성과 배분을 승인받으면 되는 것”이라며 주총을 열지 않으면 무효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20일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 공동의 몫이라고 할 수 있는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을 일정 비율로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국내 기업들의 성과급 산정 기준을 보다 투명화·다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과거에는 EVA라는 경제적부가가치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산출 방식과 요소를 회사에서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EVA에 경쟁사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고려해 시황 및 경쟁사 실적을 반영하는데 이에 대한 기준이 없어 회사가 임의로 변수를 조절할 수 있다는 주장이 직원들 사이에서 계속 제기돼왔다.
이런 의구심이 단순하고 직관적인 영업이익을 성과급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직원들의 요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최근 논평을 통해 “경영진, 이사회, 임직원,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해하고 측정할 수 있는 간단한 성과 평가 및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럼에 따르면, 애플의 임원평가 및 보상은 상대 총주주수익률, 매출액 증가율, 영업이익 증가율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엔비디아 역시 3년 상대 총주주수익률, 매출액 증가율, 영업이익 증가율 지표 등을 사용한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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