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진 메모리·비메모리 갈등… ‘원 삼성’ 과제로
성과급이 사업부 간 갈등 씨앗
반도체 호황이 성과 격차 키워
노조 비반도체 제외에 소외감
‘보상 단일화’ 한계 봉착 지적도

삼성전자 노사가 20일 진통끝에 극적으로 타협하며 ‘생산라인 스톱’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하지만 이번 노사 갈등을 거치며 삼성전자 내부에 남긴 상처는 결코 가볍지 않다. 무엇보다 임금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반도체(DS) 부문과 가전·스마트폰을 만드는 완제품(DX) 부문 사이의 ‘괴리’는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균열이 생긴 ‘원 삼성(One Samsung)’의 결속력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가 우선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사업부 실적에 따라 차등 보상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를 근간으로 조직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반도체 시장 불황과 호황이 반복되면서 이 같은 성과주의 시스템은 사업부 간 갈등의 불씨가 됐다. DS 부문과 DX 부문이 서로 다른 산업 구조와 실적 흐름 속에서도 동일한 성과급 체계로 묶이면서 불만이 축적된 것이다.
불씨에 기름을 부은 계기는 인공지능(AI) 호황이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인프라 확대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메모리 반도체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 됐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반도체 사업으로만 5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세웠다. 전사 영업이익 약 94%를 반도체 홀로 책임졌다. DS 부문을 중심으로 “성과를 낸 사업부가 더 많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자 DX 부문에서 “전사 차원의 공동 기여도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가전·스마트폰 사업 역시 오랜 기간 회사 실적을 떠받쳐 왔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과거 메모리 불황기에 DX가 벌어들인 자금으로 반도체 투자를 지속했기에 오늘의 성과가 가능했다고 강조한다.

이에 더해 사측과의 임금 협상에서 철저히 DS 부문 우선주의로 대응하는 초기업노조 집행부의 행보가 DX 부문의 소외감을 키웠다. DX 소속 조합원 비중이 높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삼성전자노조동행(동행노조)이 지난 18일 2차 사후조정 회의장 앞에서 “DX부문 직원 5만명의 목소리를 반영하라”며 공개 항의에 나선 장면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와중에 노조 집행부에서 나온 거친 발언은 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2차 사후조정 회의 뒤 노조 내부 소통방에 “마무리되면 노조 분리를 고민해 보자. 전삼노, 동행이 너무한다. DX는 솔직히 못 해먹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송이 부위원장도 “분사할 거면 하라”고 해 반발을 샀다.
한 삼성전자 직원은 “2024년 DS 부문이 적자를 기록해 성과급을 못 받았을 땐 DX 부문에서 ‘돈을 벌지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 나왔었다”며 “서로 남남으로 생각한 지 오래여서 사실상 분사하는 것만이 해결책 같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분단 직전 한반도 같다”며 “양 부문이 화해할 계기를 마련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고 토로했다.
반도체와 비반도체라는 서로 다른 산업을 하나의 보상 체계에 맞추려는 현행 방식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사업부 단위가 아닌 개별 기여도에 따른 보상 체계를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호 양윤선 박선영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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