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세무조사 영구히 차단” 초유의 대통령 셀프 면책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족, 회사의 과거 세금에 대해 미 국세청(IRS)이 영구히 세무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미 법무부 측 발표가 나왔다. 국세청은 아직 관련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았지만, 초유의 ‘대통령 셀프 면책 조항’이란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미 법무부는 19일(현지시간) 국세청과의 합의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2026년 5월 18일 또는 그 이전에 제출된 트럼프 대통령과 그 일가, 회사 등의 세금 신고서를 감사하는 것이 영구히 금지된다”고 밝혔다. 이어 “2025년 12월 31일 또는 그 이전 과세연도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 관련 납세 소송에서 제기됐거나 제기될 수 있었던 세금 청구 및 추징도 영구 금지된다”고 했다. 다만 “18일 이후 제출된 세금 신고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세청에 제기한 약 100억 달러(약 15조원) 규모의 소송을 취하하는 대신 받은 ‘정치적 보상’이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는 국세청 직원이 과거 납세 기록을 뉴욕타임스(NYT) 등에 유출한 것과 관련해 지난 1월 소송을 냈다가 최근 취하했다. NYT가 당시 납세기록을 분석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기준 이전 18개 연도 중 11개 연도에서 연방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 또 2017년 대통령이 된 이후 낸 연방소득세 신고액도 750달러(약 112만원)에 그쳤다.
소송 취하로 받은 것은 이뿐 아니다. 미 국세청, 법무부 등은 약 18억 달러(약 2조7120억원) 규모의 ‘(사법) 무기화 방지 기금(Anti-weaponization fund)’도 조성하기로 했다. 트럼프 진영은 그간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가 사법 기관을 정치적 무기로 사용해 보수진영을 탄압했다고 주장해왔는데, 정부 수사나 기소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보상하기 위한 기금이다. 그러나 보상금 지급 심사를 맡게될 5인 위원회의 인사 권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 트럼프가 자신의 측근을 위해 이 기금을 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 의회도 초당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19일 미 상원 세출위원회 산하 법무부 예산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토드 블랜치 미 법무장관 대행을 향해 “현직 대통령이 자기 이익을 위해 국고를 털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2021년 1·6 의사당 폭동(트럼프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의사당 난입) 가담자들도 보상 대상이 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나마 무기화 방지 기금 관련 합의문에는 블랜치 대행과 프랭크 비시냐노 국세청장 등이 함께 서명했지만, 트럼프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 금지 내용을 담은 추가 합의문에는 국세청 측의 서명이 없다. ‘반쪽 짜리’ 합의문인 셈이다. NYT는 “법무부와 IRS에 관련 논평을 요청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법적 논란 소지도 있다. 미국 연방법은 대통령, 부통령 및 기타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국세청에 특정 세무감사를 시작하거나 중단하라고 지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국세청장을 지낸 대니 워펠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영구적으로 금지한 전례를 알지 못한다”며 “대통령이든 평범한 시민이든 동일한 세법과 집행 체계가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기대”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그룹은 이번 합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두 아들, 그리고 500개에 달하는 트럼프그룹 관련 법인의 세무정보가 불법적으로 유출됐다”며 “IRS의 체계적 실패에 의미 있는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이라고 자평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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