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주의 구속과 죽음, 끝인가 시작인가

2026. 5. 20.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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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화된 교주가 구속되거나 사망한다고 사이비종교가 몰락하지 않는다.

교주가 죽었다는 사실을 거부하고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종교적 합리화, 즉 '자발적 가스라이팅'을 시작한다.

신격화된 교주가 구속되고 설령 사망하더라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고액 헌금 강요로 인해 종교 법인이 해산되고 정치권에 대한 불법적인 로비로 교주가 구속됐지만 통일교 신도들은 여전히 종교탄압을 내세우며 억울함과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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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지일 교수의 이단 제대로 보기] <8>
신천지 청년 신도들이 2020년 경기도 과천 신천지 총회 본부 건물 밖으로 장의자를 옮기고 있다. 국민일보DB


신격화된 교주가 구속되거나 사망한다고 사이비종교가 몰락하지 않는다. 교주의 부재는 새로운 시작점인 경우가 허다하다. 자칭 구세주라는 문선명의 사후에도 통일교는 건재하고 현 교주인 한학자가 구속된 후에도 마찬가지다. 이만희가 구속되거나 사망하더라도 신천지는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자신을 하나님이라고 주장한 안상홍이 사망한 후 오히려 하나님의교회는 급성장했다.

종말 예언이 실패해도

사회심리학자인 레온 페스팅거(1919~1989)는 시한부 종말론이 실패했는데도 신도들이 종교적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남아있는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 직접 종말론 집단에 참여해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의 결과가 인지부조화이론(Cognitive Dissonance Theory)이다.

교주가 예언한 종말의 순간이 다가오자 신도들은 열광적인 모습으로 종말을 준비한다. 하지만 종말은 오지 않았고 혼란에 빠져 당황한 신도들을 향해 교주는 큰소리로 외친다. “여러분의 믿음과 기도가 종말을 막고 세상을 구원했습니다.” 신도들은 교주를 향한 비난이 아니라 ‘아멘’ ‘할렐루야’로 반응한다.

가족과 지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종말론 집단을 선택하고 헌신했지만 종말은 오지 않았다. 기대와 현실이 충돌하는 인지 부조화의 공황상태를 맞는다. 자신의 선택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훨씬 더 큰 고통이다. 종말론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곧 자기 존재의 붕괴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마침내 종말론 집단을 떠나지 않고 더 열심히 활동하며 새로운 종말의 시간을 기다리기로 한다. 교주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맹신과 맹종을 선택한다.

따르던 신이 죽어도

학업과 직업과 가정을 포기하고 따르던 교주가 사망해도 진실을 직면하기보다 오히려 부정하고 회피한다. 심지어 교주의 죽음을 미화한다. 그렇게 해야 자신의 지난 선택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주가 죽었다는 사실을 거부하고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종교적 합리화, 즉 ‘자발적 가스라이팅’을 시작한다.

자신이 선택한 교주는 신적인 존재여야 한다. 그래야만 지난날의 맹신과 맹종이 설명되기 때문이다. 인지 부조화의 심리적 충돌 상황에서 현실을 수용하고 종교적 신념을 포기하기보다 현실과 정보를 왜곡하고 재해석을 시도한다. 사망한 교주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다.

문선명은 2012년 사망했지만 통일교 신도들은 여전히 그를 메시아로 믿고 따르고 있다. 그의 아내 한학자는 자녀들과 서로 메시아가 되기 위한 골육상쟁의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정치권 로비로 구속된 절망적 상황이지만 신도들은 스스로에 대한 희망 고문을 멈추지 않는다. 신격화된 교주가 구속되고 설령 사망하더라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문제의 시작이고 전환점일 뿐이다.

멈추지 않는 자발적 가스라이팅

종말 예언은 실패할 수 없고 교주도 절대 죽을 수 없다고 신도들은 믿는다. 사실과 거짓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듣는 것이 곧 진실이 된다. 자신의 선택과 과거를 합리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실을 왜곡한다. 심지어 뚜렷한 물증을 제시해도 공권력의 박해와 언론의 왜곡이라고 믿는다.

고액 헌금 강요로 인해 종교 법인이 해산되고 정치권에 대한 불법적인 로비로 교주가 구속됐지만 통일교 신도들은 여전히 종교탄압을 내세우며 억울함과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통일교로 인한 피해자들의 아픔과 사회적 혼란은 외면한 채 범죄 혐의로 구속된 한학자의 안위만 염려한다.

신천지도 마찬가지다. 거짓말과 위장 포교로 종교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코로나19 지역 감염 확산의 원인 제공자로 사회의 비난을 받았던 신천지는 지금도 여전히 책임 회피와 전가에 급급하고 있다. 현재의 어려움이 사탄의 공격이고 영적 시험이며 자신들은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면서 신도들의 결속력 강화에 집중한다.

사실을 외면하고 거짓을 합리화하는 신도들의 회복을 위해서는 통제 집단으로부터의 분리가 가장 중요하다. 또한, 허망한 교주와 교리를 ‘의심하지 않는 자신을 의심’할 수 있도록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반면 현실을 인정하고 탈퇴한 신도들은 상실감, 우울감, 공허함 속에 머물기 쉽다. 사이비 집단에서 경험한 친밀한 관계 통제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적인 신뢰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사이비종교에 빠지는 것보다 헤어나오는 일이 훨씬 더 힘들다. 천천히 확실하게 회복될 수 있도록 기다림과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탁지일 교수(부산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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