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 외침에도… 눈길 안 주고 빠져나간 北선수단
대기 버스 타고 그대로 떠나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입국을 앞둔 17일 오후 2시 인천국제공항 도착층 A게이트 앞은 평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여행객들의 들뜬 목소리 대신 무거운 긴장감과 적막감이 감돌았다. 선수단 이동 통로에는 차단봉이 설치됐고 일부 취재진을 제외한 일반 시민들의 접근도 엄격히 통제됐다.
적막을 깬 건 북한 선수단의 방한을 환영하기 위해 모인 시민단체 회원들의 목소리였다. 인천함북도민회·자주통일평화연대 등 단체 회원들은 ‘내고향여자축구단 여러분 환영합니다’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선수단을 기다렸다. 이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내고향축구단” 선창에 “환영합니다!”라고 외치는 연습도 했다.
잠시 뒤 북한 선수단이 모습을 드러내자 장내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2018년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이후 북한 스포츠단의 8년 만의 방한이자, 북한 여자축구단으로서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의 방한이다. 모두 단발머리에 어두운 정장 차림인 선수들은 검은 배낭을 올려놓은 여행 캐리어를 끌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일부 선수들은 대열 간격이 벌어지자 뛰다시피 이동하기도 했다.
현철윤 단장과 리유일 감독을 포함한 코치진 12명, 선수 23명으로 구성된 선수단은 양옆의 환영 인파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정면만 응시하며 출구로 향했다. 손 인사는 물론 눈인사조차 없었다. 선수단은 곧장 대기 중이던 버스에 올라탔고 경찰의 도로 통제 속에 공항을 빠져나갔다. 일부 시민들은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지만, 검게 코팅된 창문 너머 선수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북한 선수단 방한의 의미를 저마다 되새겼다. 대전에 사는 최은아(53)씨는 “2014년 아시안게임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북한 선수단을 맞이했었다”며 “당시에도 남북 관계가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경색돼 있어 더 남다르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두 자녀와 함께 공항을 찾은 조윤정씨는 “북한 선수들을 실제로 보니 묘한 감정이 든다”며 “곳곳에서 환영 인사를 건넸는데도 선수들이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현실이 씁쓸하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내고향은 수원의 한 호텔에 머물며 훈련을 진행한다. 오는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 위민과 결승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인천공항=최원준 기자 1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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