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민주당” “한동훈·박민식 고민” 부산 북갑 흔드는 3인

위문희 2026. 5. 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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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지방선거 D-18] ‘미니 총선’ 경합지를 가다 - 부산 북갑 보궐선거

「 6·3 지방선거와 같은 날 전국 14곳에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광역단체장 출마를 위해 줄줄이 의원직을 내려놓으면서 재·보선 규모가 미니 총선급으로 불어났다. 당대표 출신의 거물들(송영길·조국·한동훈)도 뛰어들어 전국적 시선도 받고 있다. 이들 중 누구라도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다면 정치 풍경을 바꾸어놓을 키 플레이어가 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앙SUNDAY가 12~14일 경기·인천·부산 접전지를 찾았다. 다자 구도가 형성된 지역에선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이 적지 않았다. 막판 단일화 여부가 선거 판세를 뒤흔들 변수가 될 가능성이 보였다.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하정우 더불어민주당ㆍ박민식 국민의힘ㆍ한동훈 무소속 후보(왼쪽부터). 송봉근 객원기자, [뉴스1, 뉴시스]

지난 12일 낮 무렵 부산 북구 덕천천을 따라 난 도로를 오르자 만덕고개 중턱에 자리잡은 대단지 아파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 달 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6·3 국회의원 부산 북갑 보궐선거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뒤 전입한 만덕2동의 백양디이스트 아파트다. 30개 동에 약 3000세대가 들어선, 부산 내에서도 손꼽히는 재건축 대단지다.

최근 북갑 지역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는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 국민의힘 후보로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확정되면서 3파전이 굳어진 부산 북갑은 순식간에 6·3 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조사 방식에 따라 하 후보가 오차범위 안팎에서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보수 표심이 박 후보와 한 후보로 갈라져 있어 이들의 단일화 성사 여부가 선거 막판 최대 변수로 꼽힌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공교롭게도 인근 상가에서 점심을 마치고 나오던 박 후보와 마주쳤다. 박 후보는 기자를 보자 “여기 어째 왔어요”라고 웃어 보인 뒤, 지나가는 주민을 발견하자 두 손을 덥석 잡고는 “꼭 한번 도와주이소”라고 했다. 박 후보는 백양디이스트에서 걸어서 5분 남짓 떨어진 만덕2동 대성아파트에 집을 얻었다고 했다.

백양디이스트 주민들 사이에서 한 후보의 이사는 여전히 화제였다. 1단지 정문 앞에서 만난 배모(52·만덕2동)씨는 “여기가 단지는 커도 부산 안에서는 약간 무시받는 느낌이 있었는데, 한 후보가 오면서 갑자기 주목 받기 시작했다”며 “보수 후보끼리 단일화를 해야 한다면 한 후보가 좀 더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주부 최모(65·만덕2동)씨도 “한 후보가 1단지로 이사왔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최씨는 “한 후보는 갑자기 (국회의원) 자리가 비니까 내려온 케이스라, 북갑을 얼마나 아는지 모르겠다”면서 “하 후보는 젊고, 사상구 출신이긴 하지만 예전에 예전 북-강서갑 시절 북-사상이 같은 선거구였기 때문에 지금은 그쪽으로 마음이 간다”고 했다.

이번에는 백양디이스트 아파트에서 덕천역 방향으로 10분 남짓 떨어진 구포시장으로 향했다. 남산정 교차로에서 북구 최대 번화가인 덕천교차로로 이어지는 도로 곳곳에는 각 후보 얼굴이 담긴 파란색·빨간색·흰색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걸려 20일 여 앞으로 다가온 들뜬 선거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구포시장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 골목 좌판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귀가 쫑긋해졌다. “박민식이는 아직까지 시장 한 번도 안 와서 섭섭한 게 있꼬…. 근데 엊그제 한동훈 사무실에는 밑에서부터 줄을 쫙 섰다 카데?”(박모씨·70대). 한 후보가 지난 10일 개소식때 자신에게 찰밥 도시락을 건넨 김복악 할머니와 시장 상인들을 무대 위로 올려 함께 인사한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는 듯 했다. 보수 성향인 듯한 좌판 주인 박씨에게 지지 후보를 묻자 “몰라, 몰라. 표 찍으러 가봐야 알지. 몰라”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직은 박 후보와 한 후보 중에서 고민하는 분위기였다.

하 후보도 이날 구포시장 상인회를 다녀갔다고 했다. 하 후보는 지난달 29일 첫 공식 방문 당시 상인들과 악수한 뒤 손을 터는 듯한 장면이 포착돼 야권의 공세를 받았다. 시장 안의 분위기는 엇갈렸다. 30년 넘게 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했다는 최모(65·만덕3동)씨는 “별걸 다 트집 잡는다”며 “나는 무조건 민주당이다. 전재수가 그동안 동네를 잘 챙겼다”고 했다. 이곳에서 내리 3선을 하고 부산시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내려놓은 전재수 후보는 2024년 총선때 부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유일하게 당선된 인물이다. 반면 구포시장 포장마차 골목에서 만난 이모(78·구포1동)씨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나는 무조건 한 후보야. 그 좋은 사람을 국민의힘이 쫓아내가지고”라고 말했다. 그는 하 후보를 두고는 “손 터는 영상은 주변 사람들이 다 봤다”면서 “그런 정치 초년생 데려다 뭐 하겠노”라며 고개를 저었다.

덕천역 일대 젊음의 거리에서 만난 2030 세대의 표심도 여러 갈래였다. 송모(36·만덕3동)씨는 “하 후보가 되면 (부산시장) 전 후보하고 시너지가 있을 것”라면서 “나머지 후보들이 단일화만 안 하면 하 후보가 되고, 단일화해도 타이트하게 되고”라고 했다. 이에 비해 “보수 찍겠다”면서 한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박모(25·덕천3동)씨는 “박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했다.

이날 북구에서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지난달 26일 박 후보와 한 후보가 신경전을 벌인 구포3동 구포초등학교 앞이었다. 박 후보의 모교인 ‘구포초 총동창회 한마음 체육대회’를 나란히 찾은 이들이었지만, 가벼운 악수가 인사의 끝이었다.

퇴근길이라는 방모(71·구포3동)씨는 “당연히 박 후보 찍죠. 성품도 괜찮고 행정 경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3위 후보가 단일화를 해야 승산이 있다”고 하자 그는 “이번에 지면 다음에 또 나오면 되지”라며 “배신자는 정치판에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2년 후 23대 총선을 각오하고서라도 박 후보가 완주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과거 보수 후보를 지지했다는 하모(45·구포3동)씨는 “한 후보도 계엄 사태랑 완전히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지 않느냐”며 “저랑 남편은 민주당을 찍으려고 한다”고 했다.

부산역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마침 자신이 북구 주민이라는 기사 임모(63·덕천3동)씨는 “아직은 3파전이 맞다”면서도 “여론조사에서 계속 하 후보가 앞서고, 다른 두 후보가 뒤처진다고 하면 결국 (보수에서) 극단의 처방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부산=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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