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생각 같다는데 중국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전쟁"

안홍기 2026. 5. 1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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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 입장문 내 설명, '이란 핵무기 비보유' 결론은 같지만 맥락 전혀 달라

[안홍기 기자]

 2026년 5월 15일 베이징 중난하이 정원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와중에 중국 외교부가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과 관련한 자국 방침을 설명하고 나섰다. 미국 쪽에서 '중국도 우리와 비슷한 생각'이라고 알리자 중국이 적극 해명하고 나선 모양새다.

중국 외교부는 15일 이란 정세에 관련한 기자 질의에 대변인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입장문을 냈다. 제시된 질문은 '중·미 정상회담에서 이란 정세에 대해 논의했느냐, 중국은 어떻게 보고 있느냐'라는 것이다.

대변인은 "본래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이 전쟁은 더 이상 지속될 필요가 없으며, 조속히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미·이란 양측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지역 각국과 나아가 전 세계에도 유리하다"라며 "중국은 항상 대화와 협상이야말로 올바른 길이며, 무력 해결에는 출구가 없다고 생각해 왔다. 대화의 문이 열렸으니 다시 닫혀서는 안 된다"라고 답했다.

대변인은 이어 "현 상황을 안정시키고 완화하는 기세를 유지하며, 정치적 해결이라는 큰 방향을 고수하고, 대화와 협의를 통해 이란 핵 문제 등에 대해 각국의 우려를 모두 고려한 해결책을 도출해야 한다"라며 "조속히 해상 통로를 재개하고,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여 전 세계 생산·공급망의 안정과 원활한 흐름을 공동으로 유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조속히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휴전을 달성하여 중동·걸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조기에 회복되도록 추진하고, 지속 가능한 지역 안보 체제 구축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라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평화공존 ▲주권보장 ▲국제법 준수 ▲발전과 안보의 균형 등 4대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은 기존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 둘째 날 일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굳이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기존 방침을 재확인하는 입장문을 낸 것은 전날 회담 내용에 대한 미국 측의 설명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양측은 에너지의 자유로운 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된 상태로 유지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라며 "양국은 모두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했다"라고 발표했다.
 2026년 5월 15일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지도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AP/연합뉴스
'이란 핵 비보유' 결론은 같지만 맥락과 해법은 전혀 다른 미·중

백악관의 설명은 '핵무기 보유 저지'를 이란에 대한 전쟁 명분으로 내세우는 미국에 중국이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날 나온 중국 외교부 입장문의 행간에는 미국의 생각과 다른 부분이 상당히 반영돼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이 전쟁"이라고 표현한 것은 전쟁을 일으킨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또 "대화의 문이 열렸으니 다시 닫혀서는 안 된다", "대화와 협상", "대화와 협의" 등을 여러 번 강조한 것은 더이상 무력 행사에 의존하지 말라는 충고에 가깝다. 미국은 현재 '협상이 조속히 타결되지 않으면 다시 대규모 공습을 퍼붓겠다'라고 이란을 을러대고 있지만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칭하지 않고 "조속히 해상 통로를 재개해야 한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공급망의 흐름을 막고 있는 것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이란뿐 아니라 이란에 대한 해상봉쇄를 펼치고 있는 미국에도 그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생각이 같다. 하지만 맥락은 서로 다르다. '이란이 우라늄을 농축하는 것은 결국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므로 저농도 우라늄 농축도 인정할 수 없다'라는 게 미국의 방침이라면, 중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않겠다고 하니 평화적 핵 이용 권리는 인정한다'라는 쪽이다.

시 주석은 지난 2025년 9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한 정상회담에서 "이란이 핵무기 개발 불허 의지를 거듭 밝힌 것을 높이 평가한다"라며 "이란의 평화적 핵 에너지 이용 권리를 존중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을 만난 왕이 중국 외교부장 역시 "중국은 이란의 핵무기 비개발 약속을 높이 평가하는 한편, 이란이 핵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정상회담 이틀째인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난하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차담을 나누면서 "이란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우리는 이란에 대해 매우 비슷하게 느끼고 있다"라면서 "우리는 그 상황이 끝나길 바라고, 그들이 핵무기를 갖는 걸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이란 핵 문제에 대한 시 주석의 지지는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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