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서 온 어린이날 선물”…5명 살리고 떠난 할아버지의 위로
DF장학회·심리치유 등으로 이어지는 생명나눔 지원

“할아버지께서 하늘나라에서도 제가 건강하게 잘 자라라고 영양제를 보내주신 것 같아서 정말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장기기증인의 손주 조민후(12)군이 5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어린이날 선물을 받아 든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민후군의 할아버지 고(故)조인철씨는 2010년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15년이 지난 어린이날 할아버지의 사랑은 영양제 한 통에 담겨 손주에게 다시 닿았다.
할머니 김경옥(71)씨도 같은 날 “하늘나라에 있는 남편이 기념일마다 잊지 않고 손주 민후를 위해 선물을 보내주는 것만 같아 감사하다”며 “선물을 보니 생전에 남을 돕는 것을 참 좋아했던 남편의 선한 웃음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신앙이 깊은 두 아들도 이번 어린이날 선물을 보며 ‘아빠가 하늘나라에서 여전히 민후를 챙겨주나 보다’라고 말하며 위로를 얻었다”고 전했다.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유재수)는 어린이날을 맞아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도너패밀리) 아동 100명에게 영양제 세트를 전달했다. 영양제는 연휴 전 미리 발송해 아이들이 어린이날 선물을 받아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선물을 받은 도너패밀리의 사연은 저마다 깊다. 고아로 자란 조인철씨는 생전에 요양원과 양로원을 찾아 선풍기를 몰래 갖다 줄 만큼 베푸는 삶을 살았다. 결혼 후에는 아내를 따라 교회에 다니며 양로원을 지어 어려운 어르신들을 돕겠다는 꿈을 품기도 했다. 김씨는 “그 꿈을 다 이루지 못하고 먼저 떠났지만, 다섯 명에게 생명을 나눠준 것이 우리 가족에게는 가장 큰 전도이자 사랑의 실천이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남편의 뜻을 잇고자 3년 전부터 피아노 재능을 나누고 있다. 학원비가 비싸 배우지 못하는 지역 아이들과 어르신에게 리코더와 피아노를 무료로 가르친다. 그는 “우리 사회와 교회가 장기기증을 더 널리 알리고 생명나눔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조명해, 남편이 남기고 간 나눔이 사회를 더 아름답게 만드는 밀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후군은 하늘의 할아버지에게 전하고 싶은 말로 “다섯 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가셨다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저도 할아버지의 그 멋진 마음을 꼭 본받겠다”고 했다. 또 “앞으로 피아노 치는 선교사가 돼 많은 사람을 돕고 마음을 치유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이번 선물은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할아버지가 보내주신 응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도너패밀리 노자안(68)씨의 손주 유희찬(8)군과 김도진(7)군도 이번에 영양제를 받았다. 노씨의 배우자 故천기화씨는 2011년 지방 출장 중 갑작스럽게 쓰러져 별세했다. 천씨는 장기기증으로 7명에게 장기를, 36명에게 인체조직을 나눠줬다. 유가족은 이를 신앙 안에서 드린 마지막 나눔으로 받아들였다.
노씨는 “갑자기 정신없이 남편을 보내고 이후 5년가량 공황장애로 힘들게 살았다”면서도 “하나님을 믿는 신앙과 은혜 안에서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두 딸과 의논 끝에 장기기증을 결정한 것을 두고 “지금도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나눔은 17년째 장기기증운동본부를 후원해 온 임현주 한국암웨이미래재단 리더와 ‘페이버팀’이 마련했다. 도너패밀리 어린이들을 위한 영양제 선물은 지난해 크리스마스부터 시작해 올해 어린이날도 이어졌다.
임씨와 페이버팀은 장기기증운동본부 ‘DF장학회’를 통해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도너패밀리 자녀들의 학업을 꾸준히 지원해 왔으며, 누적 후원액은 1282만 원에 달한다. 임씨는 대학 시절 NGO 활동을 계기로 사회적 약자 지원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2009년 장기기증 희망등록 이후 후원과 나눔을 지속해 왔다. 그는 “생명나눔은 사회에 선한 순환을 이루는 고귀한 나눔이라는 신념으로 장기부전 환자 회복과 기증 문화 확산에 동참해 왔다”고 밝혔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예우사업으로 DF장학회, 심리 치유 프로그램, 이식인과의 교류 활동 등을 운영하며 유가족의 일상 회복과 자긍심 고취를 돕고 있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훈련시키다 물리자 푸들 턱 14분 누른 애견유치원장 ‘벌금형’
- “이 사랑은 진짜” 챗GPT와 결혼한 41세 여성… ‘AI 연애’ 확산[이세계도쿄]
- 광주서 길 가던 고등학생 살해…20대 남성 용의자 검거
- 블랙핑크·에스파 그리고 헌트릭스…‘멧 갈라’ 빛낸 K팝 스타들
- ‘라면국물’로 붉게 물든 관악산 정상…과천시 긴급 정화 나서
- “소풍가게 해주세요” 어린이에 李대통령 ‘영상 답장’
- 어린이날 앞두고 2살 아이 ‘묻지마 폭행’ 60대 입건
- “공무원은 ‘따까리’”…탄핵 때 미국 간 김문수, 공직사회 모욕 논란 심화
- 아이도 아빠도 ‘키캡 키링’ 열풍… ‘촉감 완구’ 전성시대
- “15억 이하 집값 상승 걱정 상황 아냐… 주택 6만호 반드시 예고한 대로 공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