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으로 돈 받고 숨겨도 모른다”… 가상자산 탈세·유출 ‘허점’

신준섭 2026. 5. 4.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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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장외 거래’로 소득 은닉 적발
거래 흐름 불투명해 추적 난항
검·경 코인 유출 ‘보안 리스크’


가상자산이 규제 당국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탈세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가상자산은 해외 반출이 쉽고 추적하기도 까다롭다. 범죄 수익으로 환수하거나 세금 추징 차원에서 몰수한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일도 만만찮다. 가상자산이 통화로써 본격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감독·규제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며 관리에 ‘허점’이 여전한 상황이다.

가상자산이 탈세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거래 흐름을 읽기 힘들다’는 데 있다. 가상자산을 활용하면 자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수익을 가상자산으로 받아 소득을 은닉해 적발된 사례도 있다. 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제공하는 숙박사업자가 가상자산으로 대금을 받아 탈세에 악용한 사례가 확인됐다.

이 사례는 이런 구조를 보였다. 숙소 7곳을 운영하는 한 사업자는 3억원의 수익액 중 1억원을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USDT)로 수령했다. 이후 해외 거래소를 통해 콜드 월렛(암호화폐 지갑)으로 옮겼다. 투숙객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숙소를 제공하되, 대금은 가상자산으로 달라고 유도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국세청이 기민하게 확인하기는 어려운 방식이다. 에어비앤비는 소비자가 숙박 시설을 예약·결제하면 수수료를 떼고 나머지를 숙소 제공자에게 지급한다. 숙소 제공자의 소득을 확인하는 게 간단하다. 하지만 가상자산을 활용해 일종의 ‘장외 거래’를 하면 소득 확인이 막히게 된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스테이블 코인으로 급여를 달라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환차손도 적고 송금도 쉽다는 게 이유다. 지난해 충북 음성군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요구에 따라 스테이블 코인을 지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금 지급 수단은 법적 통화로 한정돼 있다. 이 경우 환율을 감안한 소득세 징수가 쉽지 않다. 고용보험료 등 4대 보험 처리 또한 간단찮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지급 수단이 다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세무, 회계 등 다양한 면에서 기존 제도와 충돌할 수 있다”며 “사업자가 임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해도 법적으로 ‘임금체불’로 인정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정부가 환수 또는 몰수 조치한 가상자산을 관리하는 일도 만만찮다. 최근 검찰과 경찰, 국세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가상자산 관리 문제가 불거졌다. 광주지검에서는 지난 1월 대법원 판결로 몰수한 비트코인 320.88개가 유출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8월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비트코인 수 등을 확인하기 위해 온라인에 접속한 게 문제였다. 특정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보안 코드가 노출된 것이다. 서울 강남경찰서에서는 보관 중인 비트코인 22개가 유출된 사실을 약 4년이 흐른 뒤인 지난 2월에서야 파악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최근 보안카드 격인 ‘니모닉 코드’ 유출로 홍역을 앓았다. 현금화가 힘든 코인이라지만 관리가 제대로 안 됐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달 ‘공공분야 가상자산 보유·관리 체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6일 기준 국세청(521억원·자산 동결), 검찰청(234억원), 경찰청(22억원), 관세청(3억원)의 가상자산을 압류·추징한 상황을 감안한 조치다. 하지만 이 역시 허점이 있다는 평가다. 기피업무로 여겨지면서 내부에서도 구인난에 시달린다. 정부 관계자는 “공직자들이 혹시나 책임 소재가 생길까봐 해당 업무를 담당하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국세청의 경우는 최근 가동한 가상자산 관련 관리체계 고도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위탁 관리로 해법을 찾았다. 외부 전문업체가 국세청에서 압류한 가상자산 관리를 맡는 형태다. 이 경우 공직자의 가상자산 관리 책임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가상자산이 통화로써 쓰이지 않는 상황에서 지금의 상황은 과도기로 평가된다. 황 교수는 “가상자산이 결제 수단이 아닌 상황에선 당분간 이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가상자산 거래 패턴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거래를 추적하는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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