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블록체인 ‘실험의 해’…진정한 실력자 나올 것” [인터뷰]

이채원 매경이코노미 기자(lee.chaeweon@mk.co.kr) 2026. 5. 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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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정재환 포필러스 공동창업자 겸 밸리데이터 총괄

블록체인 리서치 기업 포필러스가 사업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분석을 넘어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솔루션 기업’으로의 진화다. 정재환 포필러스 공동창업자 겸 밸리데이터 총괄은 “이제 시장은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실행까지 요구하는 단계”라며 “기관과 프로토콜(네트워크에서 데이터가 송수신되는 방식을 규정하는 통신 규약)을 연결하는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포필러스는 최근 글로벌 벤처캐피털(VC) ‘판테라 캐피탈(Pantera Capital)’과 ‘퍼더 벤처스(Further Ventures)’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밸리데이터(블록체인상에 기록되는 거래 내역을 확인하는 검증인)·스테이킹(암호화폐를 일정 기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예치하고 보상받는 방식) 인프라 사업을 본격 확대하고 있다. 정 총괄을 만나 블록체인 시장과 포필러스의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정재환 포필러스 공동창업자 겸 밸리데이터 총괄. (호프만에이전시 제공)
Q. 현재 포필러스 내에서 맡은 역할은.

A. 포필러스의 공동창업자로서 밸리데이터 사업과 거버넌스, 규제 대응(GRC)을 총괄한다. 쉽게 말해 기술과 사업, 그리고 규제 사이를 조율하는 역할이다. 포필러스는 처음부터 밸리데이터 출신 인력이 중심이 된 팀이다. 단순히 리서치만 하는 조직이 아니라, 실제 블록체인 생태계 안에서 활동해온 경험이 축적돼 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블록체인이 단순 기술이 아니라 ‘참여형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프로토콜과 직접 소통하고, 개선 제안도 하고, 거버넌스에도 참여한다. 이런 경험이 지금의 확장 전략의 기반이 됐다. 그래서 현재 방향성은 명확하다. 리서치를 기반으로 하되, 실행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분석하는 회사가 아니라, 산업 안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 목표다.

Q. 이번 투자 유치의 핵심 목적은 무엇인가.

A.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사업 구조의 ‘전문적’ 확장이다. 포필러스는 본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는 리서치 기관이다. 그런데 시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이 달라졌다. 협업하는 프로토콜에 대해 인사이트를 제공하다 보니, 이제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질문을 한다. 기관이나 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실행이 필요하다.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지, 어디에 연결할지, 어떻게 수익화할지까지 고민한다. 이런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단순 조언부터 세미나, 그리고 인프라까지 확장하게 됐다.

두 번째는 ‘글로벌’ 확장이다. 투자사는 그저 자금 공급자가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다. 포필러스가 이번에 판테라 캐피탈과 퍼더 벤처스에 투자를 유치하고자 했던 것도 그들이 각각 미국과 중동 지역에서 가장 활발한 VC였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VC들과 연결되며, 한국과 아시아 시장을 글로벌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 또 포필러스를 중심으로 검증된 참여자들을 해외 시장과도 연결할 수 있다 보니, 모두에게 도움 되는 ‘윈-윈-윈’ 구조라고 생각했다.

Q. 글로벌 VC들이 포필러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A. 리서치 역량과 로컬 네트워크라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VC들도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면 현지 파트너가 필요하다. 단순히 지역에서 인력을 채용하는 것과, 이미 네트워크를 가진 로컬 플레이어와 협력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포필러스는 한국 시장에서 리서치 역량을 인정받았고, 동시에 생태계 내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또 하나는 확장성이다. 리서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갖췄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결국 VC 입장에서도 시장을 함께 확장할 수 있는 파트너로 보고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리서치 기업에서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하며 달라진 점은.

A. 가장 큰 변화는 ‘데이터를 보는 위치’다. 리서치는 단어 그대로 ‘다시 본다(Re+Search)’는 의미다. 현상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데 집중한다. 반면 밸리데이터는 가장 날 것의 데이터를 가지고 네트워크 내부에서 직접 검증하고 기록한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내부에서 데이터를 보면 기술 구조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실제 문제도 빠르게 인지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고객과의 관계다. 리서치는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역할이지만, 인프라는 실행을 책임지는 영역이다. 기관 입장에서는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실행 파트너를 더 중요하게 본다. 포필러스가 인프라 영역까지 확장한 이유도 결국 그 지점 때문이다.

Q. 밸리데이터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A.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이다. 밸리데이터에 있어서 절대적 우선순위는 책임이다.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장애가 발생하면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기관들도 문제가 생기면 몇 분 안에 대응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보상은 그다음이다.

포필러스의 경우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안정성과 보안을 유지하는 노드 오퍼레이터 4명이 교대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상이 생기면 알람을 울리는 식으로 놓치지 않게끔 운영한다.

또 하나는 비용 구조다. 서버 운영 비용이 상당하다.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고 해도, 초기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그 자본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Q. 유심히 챙겨 보는 아시아 국가가 있다면.

A. 시장별로 접근 방식이 다르다. 흥미롭게 보는 국가는 네 곳 정도인데, 우선 홍콩은 규제나 실험이 빠른 시장이다. 이제야 우리나라에서 화두로 떠오른 스테이블코인, 주식 토큰화 같은 이슈들을 일찍부터 논의하기 시작했다. 규제도 유럽·미국의 법들을 많이 따르려고 노력했다. 다만 중국이라는 거대한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테스트베드로서는 훌륭하지만, 불확실성이 큰 국가다.

싱가포르는 VC와 자본이 집중된 일종의 금융 허브다. 그 옆에 위치한 말레이시아는 기술력 있는 빌더가 많은 시장이다. ‘이더스캔(Etherscan)’ 같은 유명 프로토콜도 많이 나온다.

일본의 경우는 변화 속도는 느리지만 정책 방향이 잡히면 삽시간에 변하는 특징이 있다. 일본 금융그룹 SBI홀딩스가 리플과 협업해 XRP 기반 송금 체계나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

Q. 블록체인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어느 수준인가.

A. 잠재력은 분명히 크다. 한국은 신기술 수용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사용자 기반도 크고 블록체인 거래량도 많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인프라를 만드는 기업이 많지 않다.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려는 시도도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규제 환경도 영향을 줬다. 사업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고, 특히 법인 계좌 문제 같은 부분이 해외 진출을 막는 요소였다. 또 ‘테라·루나 사태’ 이후 신뢰가 떨어진 것도 영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정책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다시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본다.

Q. 2026년 블록체인 시장 전망은.

A. ‘실험이 본격화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은 블록체인 시장이 투자 위주로만 돌아가기도 했고, 뜬구름 잡듯 투기가 많았다 보니 자극적으로 비친 면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동안 기술을 발전시켜온 기관과 빌더들이 두각을 드러낼 때가 왔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블록체인 시장이 침체기를 맞이한 것이 진정한 실력자들을 찾기 위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추상적이었던 블록체인 기술이 실제 결과로 도출되기 시작했다. 스테이블코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사용 사례가 나오며 잠재력을 엿본 기관들이 관심을 가지고 계속해서 실험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금은 실물자산(RWA)이나 주식 토큰화 같은 영역으로도 확장되는 추세다. 특히 인프라는 이미 상당히 고도화됐다. 이제 그 위에서 실제 서비스를 만드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미국이나 아부다비 같은 선진 시장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된다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그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갈 것이다. 가격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산업 자체는 더 건강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실험과 결과가 공존하며 일종의 사이클이 만들어진다.

Q. 블록체인 시장 구조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A. 회사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체인과 생태계가 통합되기보다는 다극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체인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구조는 아닐 것이다. 대신 특정 목적에 최적화된 체인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특정 산업이나 서비스에 맞춘 체인이 등장할 수 있다. 물론 동시에 이더리움 같은 범용 체인도 유지될 것이다. 또 기업들이 자체 체인을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요소들이 더해져서 결국은 다양한 구조가 공존하는 복합적인 생태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Q. 장기적으로 포필러스가 지향하는 모습은.

A.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신뢰가 필요 없는 시스템을 지향하지만, 현실에서 신뢰할 만한 플레이어가 부족한 것은 문제다. 정보 비대칭도 여전히 크다. 잘못된 정보나 과장된 기대가 시장을 왜곡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 사이에서 검증된 정보와 실행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리서치를 기반으로 올바른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인프라를 통해 실제 실행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산업이 더 효율적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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