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쿠팡이 앞으로 해야 할 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 쿠팡 법인으로 돼 있던 쿠팡의 동일인을 자연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으로 변경해 지정했다. 쿠팡은 이제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시 의무가 생기게 되고,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는 행위(사익 편취)를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쿠팡은 “향후 행정 소송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겠다”며 정부의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쿠팡은 많은 국민의 손발이 되며 이용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지난해 4분기 기준 활성 고객 수는 2460만명에 달한다. 오늘 밤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는 ‘로켓배송’은 한국 소비자의 생활 방식을 바꿔놓았다. 많은 주부와 1인 가구는 ‘로켓프레시’를 통해 채소, 과일, 우유, 달걀 등 신선식품을 새벽이나 당일에 받아본다. 앱에서 몇 번만 누르면 식탁에 필요한 물건이 문 앞에 도착하는 편리함은 소비자들을 쿠팡 생태계 안에 머물게 하는 강력한 ‘록인 효과’를 만들었다.
한국 사회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맞물리며 쿠팡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45조4555억원에 달했고, 같은 기간 2조288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제 쿠팡은 단순한 온라인 쇼핑몰이 아니라 국민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생활 인프라가 됐다. 사실 쿠팡 성장의 배경엔 김 의장의 역할이 아주 컸다. 쿠팡은 2010년 한국계 미국인인 김 의장이 창업했다. 초기엔 티몬·위메프와 비슷한 소셜커머스였지만 김 의장은 모델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고 보고 2014년부터 방향을 틀어 지금의 직매입, 자체 물류, 직접배송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기간 천운이 있었는지 손정의 소프트뱅크 의장에게 무려 30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김 의장은 이 돈으로 물류센터를 확충하고 로켓배송 인력 확대, 기술 확대까지 이뤄내며 지금의 쿠팡을 만들었다. 이런 인기에 크게 흠집이 난 것은 결국 지난해 후반 벌어진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다. 그때부터 쿠팡은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여줬다. 김 의장은 여러 핑계를 대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정부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피해 조사를 발표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안하무인’으로 비쳤다. 5000원짜리 쿠폰도 생색내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실 다른 기업이 쿠팡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쿠팡은 전국 30개 도시에 100개 이상의 물류 인프라를 갖췄고, 그동안 물류 인프라에 약 6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국내 대기업 중 이런 물량을 한 번에 한 분야에 쏟아부을 수 있는 곳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쿠팡이 이 점을 믿고 안심하면 안 된다. 다른 국가에서 쿠팡의 물류 배송은 통하지 않는다. 미국은 땅덩어리가 너무 커 당일배송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비교적 인구 집적이 비슷한 일본은 대면 배송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 계속된 오판으로 우리 국민의 역린을 건드릴 경우 대규모 보이콧 운동이 벌어질 수 있다.
쿠팡은 부디 당분간 자중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어차피 돈은 계속 크게 벌 것이니 당분간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말고 침묵하라는 것이다. 미 의회 로비도 멈추고, 동일인 지정 취소를 위한 행정 소송도 하지 말았으면 한다. 순금 이벤트 등도 중단해야 한다. 계속하면 할수록 국민적 분노만 사게 될 뿐이다. 사회봉사 활동 등을 조용히 전개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쿠팡은 추락한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팎에선 쿠팡의 최근 공격적 대응을 외국계 임원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법대로 하는데 왜 우리한테 이러느냐”라고 한다. 한국인 임직원들이 이들을 잘 설득했으면 한다.
모규엽 산업2부장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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