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같던 이웃 틀어지게 만든 주범은 산비탈 고사리
경남 진주의 한 농촌 마을에서 산비탈에 심은 고사리를 둘러싸고 이웃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함께 심은 고사리를 누가 수확할 수 있는지를 두고 입장이 엇갈리면서다.
문제가 된 땅은 과거 주민 A씨 소유였으나 45년여 전 저수지 조성 과정에서 국유지로 편입됐다. 이후 오랜 기간 방치돼 사실상 경작하지 않는 '묵전' 상태로 남아 있던 곳이다.
5년 전 이웃사촌이던 A씨와 B씨는 이 산비탈 묵전에 고사리를 함께 심었다. 당시 모종 비용은 A씨가 부담했고 두 사람은 함께 수확해 나누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사리는 3년 전부터 수확이 시작됐다. 이후 주민 A씨가 사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초기에 주민 A씨의 아들 C씨가 몇 차례 수확했고 이후 B씨도 채취를 이어갔다.
갈등은 최근 불거졌다. B씨가 고사리를 채취하러 간 자리에서 C씨가 제지하면서다. C씨는 "가족이 관리해온 만큼 더 이상 채취는 안 된다"고 주장했고, B씨는 "A씨와 함께 심고 나누기로 약속한 만큼 권리가 있다"고 맞섰다. 현재 양측은 자녀 등 다른 가족에까지 문제로 확산돼 서로 다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부지는 현재 국유지로, 개인 간 명확한 권리 설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과거의 구두 약속과 관행에 의존해 온 탓에 기준이 불분명한 상황이다.
마을에서는 씁쓸한 반응이 나온다. 한 주민은 "예전 같으면 서로 나눠먹고 끝났을 일"이라며 "요즘은 작은 일도 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지역 관계자는 "법적으로 따지면 누구도 명확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결국 이웃 간 신뢰와 합의가 해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적으로는 둘다 실익이 없을 수 있다는 뜻이다.
농촌에서도 개인 권리 의식이 강화되면서 기존 공동체 문화와 충돌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현실이다. 사소한 이해관계가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갈등이 길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고사리 몇 줌에서 시작된 다툼은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점점 낯설어지는 농촌의 단면이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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