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그렇게 커질 줄 몰랐다”…늑구 AI사진 유포한 40대 검거
대전 오월드 동물원 늑대 ‘늑구’ 탈출 직후 AI(인공지능)로 만든 가짜 사진을 유포한 40대 남자가 붙잡혔다. 늑구 탈출 당시 이 사진으로 인해 재난 문자 송출과 수색에 혼선을 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AI늑구 사진 만든 40대 검거
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AI를 활용해 조작한 늑대 목격 사진을 생성·유포해 소방 당국의 수색을 방해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 A씨를 검거했다고 24일 밝혔다. 대전에 거주하는 A씨(40·회사원)는 늑구가 지난 8일 오전 9시 15분쯤 오월드 사파리 철조망 밑 땅을 파고 탈출하자, 늑대가 오월드 네거리 인근 거리를 배회하는 듯한 가짜 사진을 만들어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를 불구속 의견으로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해당 사진이 수색 당국에까지 보고되자 대전시는 이날 오후 1시 56분 ‘늑대가 오월드 네거리 쪽으로 나갔다’며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내용의 재난 문자를 송출했다. 또 조작 사진은 대전시의 포획 상황 브리핑, 소방 당국의 공식 발표 등에 사용되기도 했다.
당시 오월드 인접 야산을 중심으로 수색하던 당국은 이 사진 한장으로 수색 범위를 대전 중구 사정동으로 긴급 변경 후 수색 본부마저 인근 초등학교로 옮겼다. 또 대전시 중구 산성동 일대 주민은 불안에 떨었고, 산성초등학교는 휴교까지 했다. 해당 사진이 조작된 것이 드러난 이후에는 있지도 않은 늑대를 찾으려고 우왕좌왕하다 수색 적기를 놓쳤다는 비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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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A씨 현장 와서 사진 찍은 뒤 조작"
경찰은 조작 사진과 오월드 주변 폐쇄회로TV(CCTV) 자료를 대조 분석하는 방식으로 A씨를 용의자로 특정한 뒤 AI 프로그램 사용기록, 업로드 이력 등을 확인해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남성이 현장 사진을 찍은 뒤 AI에 합성 사진 생성을 요구해 만든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시인하며 “재미로 그랬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 정보 유포는 단순 장난을 넘어서 시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적기를 빼앗는 중대 범죄”라며 “앞으로도 불법 행위에 대해 끝까지 추적해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오월드 장기 휴장으로 피해 호소
이런 가운데 늑구 탈출 이후 오월드 개장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오월드 내 입점 업체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또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늑구 등 동물을 보고 싶어하는 시민은 “어디 가서 동물을 구경하냐”는 반응이 나온다.
24일 대전시와 오월드 등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은 늑구 탈출 사건을 동물원수족관법에 따른 ‘안전관리 의무 위반 사항’이라고 판단, 지난 20일 오월드에 대해 재발 방지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관련 시설 사용 중지 명령을 내렸다. 2018년 퓨마 ‘뽀롱이’ 탈출 사태 당시에는 오월드 일부 사육시설에 대해 1개월 폐쇄 명령을 내린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월드 전체 사육시설을 대상으로 중지 명령을 내렸다.

금강유역환경청 측은 “퓨마사는 야생생물 보호·관리법상 해당 사육시설이 개별 등록이 가능한 대상이었기 때문에 개별 사육시설만 폐쇄 명령을 내린 것”며 “늑대사는 늑구가 울타리 밖으로 나가기도 했고 개별 사육시설 등록 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적용 법령이 다르다”고 말했다. 법률상 이행 기간은 6개월 이내이고, 1년에 한해 연장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오월드를 운영하는 대전도시공사는 “한 달 안에 재발 방지책을 담은 조치계획서와 완료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이행 명령이 내려왔고, 전문가들 입회하에 개선 조치할 예정”이라면서 “이후 금강유역환경청 현장 실사를 거쳐 재개장 여부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오월드 개장이 당분간 어려워지자 이곳에 입점해 있는 카페·음식점·캐릭터샵·편의점 등 11개 업체는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지난 8일 늑구 탈출 사고 이후 문을 닫은 상황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야외 테마파크인 오월드는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는 비수기고, 현장체험 학습과 가정의 달이 있는 4∼5월 두 달 벌어서 먹고산다”고 말했다. 또 5월 가정의 달을 앞둔 시민들은 “어린이날 등 휴일에 어디 가서 동물구경을 하냐”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대전도시공사 측은 “입점업체 피해는 적절하게 보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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