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 핵시설 공공연한 비밀인데 ‘중동戰·장관 입’이라 문제

최예슬,송태화,정우진 2026. 4. 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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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한·미 갈등 번진 정동영 발언
연합뉴스


정동영(사진)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새로운 핵시설 소재지로 거론한 ‘구성’은 정보 자체의 중요성이나 기밀성이 크게 높지는 않다는 게 중론이다. 각종 학술보고서가 10여년 전부터 핵시설 소재지로 거론했을 만큼 공공연한 비밀로 평가됐다. 그런데도 미국이 대북 정보 공유 제한이라는 강수에 나선 건 우선 중동 전쟁 여파로 분석된다. 이란 핵무기를 빌미로 전쟁을 시작한 미국으로선 북한의 추가 핵시설 공식화가 부담스러웠고, 이에 대한 경고성 조처에 나섰다는 것이다. 또 공공연한 비밀이었더라도 장관 목소리로 공개된 이상 권위가 부여되고, 북한의 보안조치 강화가 예상되는 만큼 공식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는 23일 “북한 핵시설은 최소 세 군데가 있다는 말이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핵시설은 지하화·분산화가 당연하고, 미국에서만 알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구성은 2010년대 중반부터 핵시설 소재지로 의심받았으나 한·미 당국이 공식 확인한 적은 없었다. 구성 핵시설은 정보의 중요도와 민감도 측면에서 한·미 공조를 흔들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의견도 우세했다. 구성 외에도 추가 핵시설이 다수 존재할 가능성 역시 적지 않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의 핵시설은 영변·강선·구성 말고도 여러 곳이 있을 수 있다”며 “특히 우라늄 원심 분리기는 부피와 크기가 작아서 보통 건물 하나에도 넣을 수 있어 얼마든지 추가로 은닉돼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구성 핵시설을 우라늄 농축 시설로 밝혔지만 명확한 실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라늄 농축 시설, 고성능 폭약 실험(기폭장치 개발) 등의 의견이 분분하다. 위성으로는 건물 형태만 보일 뿐 내부가 원심분리기인지, 폭약 실험장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정 장관 발언을 이유로 정보 공유까지 제한한 건 지나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고위 당국자의 발언 역시 세심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안보 전문가는 “구성 핵시설 자체가 핵심 쟁점이 될 이유는 없으나 통일부 장관의 입으로 나와서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동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도 “(구성 핵시설은) 이미 권위 있는 연구소 등에서 발표한 사실이기 때문에 정 장관의 발언 자체를 정보 유출로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그전부터 알려졌고 일반적인 이야기라 해도 정부 당국자의 말은 권위 있는 첩보 수준의 정보로 격상된다”고 강조했다.

중동 전쟁이라는 외부 요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란 핵무기 개발 저지를 명분 삼아 전쟁을 일으켰다. 무력행사까지 불사하며 이란을 견제한 것과 달리 북한의 핵무력 증진에는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비판이 불거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 장관은 북한이 이란의 농축우라늄(60%)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무기급 우라늄(90%)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명예교수는 “핵무기 때문에 전쟁을 일으켜놓고 북한은 이미 세 군데나 핵시설을 갖고 있다고 공식 확인되면 미국이 난처해질 수 있어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앞으로 핵시설을 더욱 은폐할 수 있고, 정보가 알려진 경로를 역추적해 정보 통제를 강화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통일부는 정 장관 발언에 대해 “북핵 문제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역시 구성 핵시설의 위험성에는 이견이 없다. 이 전 연구위원은 “가장 최근에 지어진 핵시설이니 설비·시설·자재 등 시설 현대화, 보안 강화, 폭격을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지하화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고 명예교수는 “핵시설이 여러 군데 있다는 건 농축량이 더 많고, 핵 보유고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정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제출키로 했다. 장동혁 대표는 “정 장관을 탄핵해야 할 사안이라 생각하지만 우선 해임 건의안 제출로 당론을 모았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구성이라는) 지명은 북도 알고 우리도 알고 미국도 아는데 그것이 어떻게 기밀인가”라며 “지나친 정략”이라고 말했다.

최예슬 송태화 정우진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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