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배송노동자 죽음이 노란봉투법 때문? 보수 언론에 반박한다

박성우 2026. 4. 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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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문제 원인은 경찰의 안일한 대응과 기업의 대화 거부... 노동부도 제도 개선 적극 나서야

[박성우 기자]

 ‘살인기업 CU(BGF리테일) 규탄 민주노총 긴급 기자회견’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BGF리테일 본사앞에서 열렸다. 지난 20일 경남 진주 CU물류센터앞에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들이 처우개선을 위한 교섭을 욕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중 대체차량의 출차 강행 과정에서 한 노동자가 치여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민주노총은 교섭을 거부한 BGF리테일과 강제 해산과 대체차량 투입을 지원한 경찰을 규탄했다.
ⓒ 권우성
지난 20일 경남 진주 CU 물류센터 앞, 화물연대 조합원인 한 노동자가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숨을 거뒀다. 그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노동인권이 가야 할 길이 여전히 멀다는 것을 보여준 참극이었다. 하지만 이 비극을 기록하고 평가해야 할 일부 언론의 시각은 기괴할 정도로 뒤틀려 있다.

사건 직후 보수 언론들이 쏟아낸 사설들의 제목을 보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일명 '노란봉투법'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조선일보> "노동자 사망 사고까지 부른 노란봉투법 갈등"
<문화일보> "노봉법 혼란에 '法(법) 무시' 행태 겹친 안타까운 사망 사고"
<국민일보> "화물연대 사망 사고, 노봉법 혼란 방치했기 때문 아닌가"

이들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CU 물류센터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나, CU를 운영하는 원청인 BGF리테일의 대화 거부와 다단계 하청 구조, 혹은 경찰의 무리한 진압에서 찾지 않았다. 대신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라는 법 자체를 참변의 원흉으로 지목했다. 노란봉투법이 사용자 범위를 확대한 이후 하청·특수고용노동자들이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하면서 노사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는 것.

화물연대 편의점지부 CU지회 조합원들이 원청에 문제 개선을 위한 교섭을 요구하며 지난 5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게 노란봉투법 때문이고, 이번에 집회 중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 또한 갈등을 유발한 법에 있다는 주장은 과연 맞을까?

이 사고의 표면적 원인은 경찰의 안일함에 있다. 사고는 파업에 따른 대체 차량 운행을 강행한 BGF로지스(BGF리테일의 물류 담당 자회사)를 막고자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도로 위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현장에서 조합원들을 저지하던 경찰이 차량들의 출고를 유도하기보다 먼저 사람들의 안전에 신경썼다면 이런 사고가 나지 않았을 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근본적인 원인은 노동자와 대화를 거부하는 원청에 있다. 화물연대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부터 BGF리테일이 '진짜 사장'이라며 처우 개선을 위한 대화를 요구해왔다. 무엇보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인 배송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노란봉투법상 교섭권이 없다. 정부에서도 해당 사고가 노란봉투법과 연관 있다는 주장을 거론하며 "이번 사안은 노란봉투법상 원·하청 교섭 문제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화물연대가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한 것은 노란봉투법 때문이 아니다. 이미 다른 편의점 브랜드들이 원청 교섭을 통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온 상식적인 선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화물연대 CU지회는 올해 들어 BGF리테일에 7번 교섭 요구를 했지만 '사용자가 아니다'라며 매번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화물연대 조합원 사망사고 뒤인 지난 22일 교섭에 착수했다. - 편집자 말).

사용자 범위를 두고 기업과 노조의 생각이 다를 수는 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이번에 파업한 CU 배송노동자들은 BGF리테일이 아니라, 자회사인 BGF로지스가 계약한 물류센터들의 협력 운송사와 일하는 개인사업자(노무제공자, 특수고용노동자)이기 때문에 BGF리테일이 직접적인 사용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CU 배송노동자들은 BGF리테일와 BGF로지스가 사실상 휴무일과 운송료 등 노동조건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자 출신이 장관인 노동부의 어이없는 입장
 사건 직후 보수 언론들이 쏟아낸 사설들의 제목을 보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일명 '노란봉투법'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 <조선일보>, <문화일보>, <국민일보>
 20일 오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에서 화물연대 관계자가 센터 입구로 진입하려는 과정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 나아가 노란봉투법에 적용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왜 이 법이 제정됐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법률의 취지는 실질적 지배력을 지닌 원청이 교섭에 나서도록 하고, 노동쟁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을 느끼는 기업이라면 사용자성 판단이 없다는 이유로 교섭을 배척할 게 아니라 대화에 나서며 정의로운 발걸음에 동참하는 게 맞을 테다. 그런데 BGF리테일은 그동안 교섭 거부, 대체 차량 투입을 넘어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에게 총 2억원 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이런데도 고인의 죽음을 노란봉투법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같은 선상에서, 고용노동부의 "노란봉투법에 따른 교섭 문제가 아니다" "노조법상 교섭으로 보기 어렵다"라는 입장도 문제다. 화물연대는 개인사업자들이 조합원인 단체여서 노조법상 설립 신고가 된 '법적 노조'가 아니며,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판단도 받지 않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들이 그동안 있어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6월 화물연대 조합원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며 안전운임제 요구 파업이 정당한 단체행동이라고 판결했다. 개별사안에 대한 판단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추세를 고려해 정부는 더욱 노동자의 입장에서 제도 개선에 힘쓰고 사건의 근본 원인에 맞는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노동자 출신이 장관인 노동부라면 더더욱 그렇다.

언론이라면 이처럼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야 노력해야 한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 처우를 조명하고 실질적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 그것이 언론이 돌아가야 할 본연의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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