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물류 파업이 불러온 나비효과…“다단계식 하청구조, 특수고용 사각지대 유발”
편의점 대부분 유사한 고용 구조…“근로 환경 개선 교섭요구 지속됐다”
BGF로지스 교섭 시작, 손해배상청구 철회 등 논의…“대화 이어갈 것”

인명사고가 발생한 CU 물류 파업 사태를 계기로 편의점 업계의 다단계 물류 구조와 교섭 공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업계 대부분이 공통된 구조를 갖고 있는 가운데, 내부서 누적된 갈등이 결국 사고로까지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편의점지부 CU지회의 총파업이 지난 5일부터 이어지고 있다.
편의점 물류 기사들의 원청 교섭 요구는 CU뿐만 아니라 GS리테일, 코리아세븐, 이마트24 등 업계 전반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사안이다. 다만 상당수 사례에서 기사와 운송사 간 협상으로 갈등이 흡수되거나, 지역 단위 분쟁에 그치면서 수면 위로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특수고용 기반 물류 구조가 공통적으로 자리 잡은 편의점 업계 전반의 잠재 리스크에도 다시 관심이 모인다.
편의점 물류는 본사에서 물류 자회사 또는 물류업체를 거쳐 지역 운송사, 화물기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 구조로 운영된다. CU의 경우 BGF리테일이 물류 자회사 BGF로지스를 통해 물류를 관리하고, BGF로지스가 지역 거점 물류센터와 계약을 맺는 구조다. 물류센터는 다시 지역 운송사와 계약하고, 운송사는 화물기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배송을 담당하는 기사는 대부분 개인사업자 형태의 특수고용노동자다.
특히 BGF로지스는 전국 37개 물류센터를 운영하면서 일부는 직접 운영하고 일부는 위탁하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어 물류 체계가 복합적으로 구성돼 있다.
다른 편의점 역시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물류 자회사 GS네트웍스를 통해 물류센터를 운영하거나 위탁계약을 맺고, 운송사 및 화물기사와 단계적으로 계약을 맺는 구조를 갖고 있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그룹 물류 계열사 롯데글로벌로지스를 중심으로 외주로 물류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마트24는 별도 물류 자회사 없이 물류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처럼 업체별 운영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최종 배송 단계에서는 외주 운송사와 개인사업자 형태의 화물기사 및 배송기사에 의존하는 구조를 공통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업계는 전국 약 1만개에 달하는 점포망에 하루 두 차례 배송을 수행하기 위해 불가피한 고용 구조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고정비 절감과 배송 효율 극대화를 위해 정착된 외주 중심 물류 체계가 점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CU 파업에 대한 본사와 노동계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린다. 본사 측은 화물기사가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닌 만큼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인 반면, 화물연대는 배송 시간과 물량, 운영 방식 등이 사실상 원청의 시스템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들어 사용자 책임이 본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타 편의점 본사의 경우 과거 일부 화물기사들과 원청 또는 준원청(운송사) 차원의 협의나 대화가 이뤄진 사례가 있었던 반면, CU는 노조와 본사 간 직접적인 대화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에서 갈등이 누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일각에서 ‘노란봉투법’ 이슈를 강조하면서 본사가 부담을 느끼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노조는 특정 사안을 계기로 한 것이 아니라 화물기사와 배송기사의 근로환경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며 “일부 업체는 대화 창구를 마련해 협의가 이뤄진 사례도 있었지만, CU 배송기사들의 근무 여건과 관련한 요구는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타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공식적인 협상 테이블이나 정기 교섭 형태는 아니지만, 기사들의 계약 조건과 관련해 노조와 현장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는 지속적으로 마련해 왔다”며 “복잡한 다단계 고용 구조 속에서도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한 노력은 이어지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화물연대와 BGF로지스는 지난 22일 오후 5시쯤 대전 동구 한 호텔에서 실무 협의를 시작했다. 화물연대 측에서는 김종인 정책교섭위원장과 최삼영 부위원장 등 4명이 참석했고, BGF로지스 측에서는 6명이 자리했다. 화물연대는 향후 협의 과정에서 원청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철회, 노조 탄압 중단, 장시간 노동 개선 및 산업안전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숨진 고(故) 서모 씨 유가족과의 합의 문제 역시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BGF로지스 관계자는 “이번 만남은 공식 교섭이라기보다 향후 대화를 위한 상견례 성격”이라며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사태 해결을 위해 대화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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