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덕에 1.7% 깜짝 성장했지만…가계·자영업자 "체감은 한겨울"

정지수 2026. 4. 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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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과 건설투자 '의외의 선전'
고물가 등 실물경제 '경고음'
중동 리스크 4월부터 본격화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있다.ⓒ뉴시스

올해 1분기 우리 경제가 반도체 수출 호조와 투자 반등에 힘입어 전기보다 1.7% 성장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반도체가 성장의 절반 이상을 견인하고 기업 투자 심리도 살아나며 회복 기대감이 커지는 듯하다.

다만 이달부터 본격화된 중동 사태가 이번 성장의 온기를 얼마나 상쇄할지가 향후 경기 흐름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 경제는 전기 대비 1.7% 성장했다.

앞서 2월 한은이 제시한 전망치인 0.9%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제조업이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를 중심으로 급증하고, 수출 역시 반도체 등 IT 품목의 호조에 힘입어 늘어난 결과다.

특히 반도체 제조업의 성장 기여도가 전체의 약 5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주춤했던 설비투자가 기계류와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4.8% 반등하고, 우려했던 건설투자까지 2.8%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와 관련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한국 경제의 복원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1분기 만에 역성장에서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성장폭도 예상보다 컸던 점을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임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제 성장세가 오히려 더 크게 개선된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향후 경기 향방을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 구조가 반도체에 과도하게 편중돼 있는 데다, 중동 사태로 인한 대외 리스크가 공존해서다.

이현영(왼쪽부터) 지출국민소득팀장, 이동원 경제통계2국장, 서정석 국민소득총괄팀장, 이재진 국민소득총괄팀 과장이 설명회에 참석했다.ⓒ한국은행

올 1분기 성장은 사실상 반도체가 주도했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지난해 연간 실적에 육박할 만큼 호조를 보였지만, 업계에서는 이 정도의 슈퍼 사이클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반면 내수 경기의 핵심인 서비스업(0.4%)과 민간소비(0.5%) 성적표는 전체 성장률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특히 자영업 비중이 높은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은 전 분기 대비 0.6% 성장에 머물렀고, 운수업은 오히려 -1.3%로 역성장했다.

그나마 우리 경제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역성장하지 않고 버팀목 역할을 해준 덕분에 전체 성장률의 하방을 지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건설투자(2.8%)는 플러스 전환하며 힘을 보탰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공공주택 착공과 공사비 갈등 타결 등이 반영된 결과다.

1년 전 동기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1.4%) 최악은 면했다는 평가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향후 내수 부진을 타개할 핵심 열쇠로 실질 국내총소득(GDI)의 급증을 꼽았다.

1분기 GDI는 전기 대비 7.5% 증가하며 GDP 성장률을 4배 이상 웃돌았다.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교역 조건이 대폭 개선된 덕분이다.

이 국장은 "수출품 가격 상승으로 기업 영업이익이 확대되면 이것이 설비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동력이 된다"며 "기업 실적 개선이 임금 인상과 세수 증대로 연결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1분기 수치에는 지난 2월 말 발발한 중동 전쟁의 여파가 거의 반영되지 않아서다.

이 국장은 "1분기 90일 중 전쟁 영향은 열흘 정도에 불과했다"며 "본격적인 하방 압력은 4월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4년 만에 최대폭인 1.6% 올랐고, 특히 석탄 및 석유제품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다.

시차를 두고 반영될 소비자물가를 고려하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은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가 충격이 실제 기업의 실적 악화와 고용 둔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가계에까지 회복의 흐름이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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