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목의 안목…221% 수익엔 사연이 있다

‘사모펀드 쇼크’. 2020년대 초는 라임·옵티머스 등 불완전판매 사태로 사모펀드 시장이 뒤숭숭하던 때였다. ‘1세대 행동주의 펀드매니저’인 강성부 KCGI 의장은 그런 분위기에서 사모펀드 운용사 케이글로벌자산운용(현 KCGI대체투자운용)을 차렸다. 그는 당시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를 이끌던 목대균 본부장을 대표로 영입해 시장 공략에 나섰다. 둘은 1999년 만들어진 서울대 주식투자 동아리 ‘스믹(SMIC)’ 1기 출신이다. 업력과 실적 면에서 스타와 스타의 의기투합이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사모펀드, 그것도 신생 운용사에 선뜻 돈을 맡길 사람은 없었다. 결국 케이글로벌운용은 대체투자로 방향을 틀었다.
도원결의의 힘일까. 목 대표의 실력을 썩히기 아까웠던 강 의장은 2023년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해 목 대표에게 운용총괄대표(CIO)를 맡겼다. 대체투자 부문은 유지하되 공모펀드로 외연 확장을 꾀하는 ‘투트랙’ 전략의 ‘키맨(key man, 핵심인물)’으로 쓴 것이다. 이는 두 사람이 20년 이상 공유해온 투자 철학 덕분에 가능했다. 5조6000억원을 굴리는 KCGI자산운용이 탄생한 배경이다. 간판 펀드인 ‘KCGI 코리아’는 지난 3년간 221%(21일 기준)의 수익을 냈다. 100억원 이상 국내 주식형 펀드 125개 중 4위다. 비결이 뭘까. 머니랩 ‘더 하우스(The House)’가 KCGI 강성부 의장을 비롯해 KCGI자산운용의 목대균 대표이사, 김홍석 주식운용본부장, 강영수 글로벌운용본부장 등에게서 투자 운용 원칙을 심층 탐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핵심 투자 철학은.
A : “장기적으로 고객의 복리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Q : 여전히 KCGI 하면 주식을 사들여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주의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A : “펀드 운용 전략에 행동주의는 들어가 있지 않다. KCGI가 회사 지분을 갖고 있을 뿐,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Q : 2023년 사명 변경 뒤 ‘코리아펀드’ 성과가 좋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 “KCGI자산운용 출범 뒤 몇 가지 손을 본 부분이 있다. 그 전까지는 코스피를 상당 부분 추종하는, 특색 없는 펀드가 많았다. 펀드당 종목 수도 50개 가까이 운용했다. 그런데 KCGI로 바뀐 뒤 ‘압축 포트폴리오’를 구축했고, 펀드 투자 종목을 정할 때도 시가총액이 1조원에 못 미치는 종목을 ‘톱 5’에 넣는 등 과감하게 베팅했다.”

당시 펀드 리밸런싱(재조정)을 밀어붙인 사람이 목 대표다. “무색무취로 해선 시장에서 잊힐 수밖에 없다. 펀드 포트폴리오에 담는 종목 수를 30개 이하로 줄여라. 수익을 내든 죽든, 둘 중 선택하겠다는 마인드로 펀드매니저가 벼랑 끝에 서야 한다”는 취지의 주문을 했다고 한다.
Q : 펀드의 투자 종목을 정할 때 기준은.
A : “국내 주식 쪽은 ▶펀더멘털(실적 등 기초체력)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모멘텀(동력) 등 세 가지 기준이 있다. 펀더멘털 측면에선 매출 성장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본다. ROE는 10% 이상 나오는 종목을 선택한다. 성장률의 경우, 성장주는 연평균 15% 이상 성장하는 걸 선호하고 가치주는 플러스 수익률만 나오면 된다. 밸류에이션 측면을 보면 성장주는 GARP(Growth at reasonable price·합리적 가격의 성장주)를 선호한다. 밸류에이션이 너무 비싼 건 좋아하지 않는다.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15~25배는 괜찮다. 모멘텀은 주가와 실적을 본다. 추세적으로 상향하는지, 꺾여 하락하는지 등을 고려한다. 해외 주식은 성장주 중심으로 투자한다. 인공지능, 고령화 등 거대한 구조적 변화의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하는데, 매출 성장이나 현금 흐름이 발생하는지를 보고 결정한다.”
Q : 코스피가 6400선을 넘어서며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전망은.
A : “골드만삭스가 코스피 목표치를 8000선으로 올렸는데, 무리한 숫자가 아니라고 본다. 반도체와 산업재의 이익 사이클이 좋은 데다,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으로 주주 환원율이 30%대로 올라갔다. 고객예탁금이 110조원대로, 유동성도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외국인 투자자가 최근 국내 주식을 팔면서 언더웨이트(비중 축소) 상태가 돼버렸다. 다시 채워야 하는 거다.”
Q : 유망하게 보는 섹터는.
A : “반도체와 산업재다. 반도체는 이익 성장률이 올해 200%가 넘는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마진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 수퍼사이클(초호황) 한가운데에 있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도 낙수효과로 실적 추정치가 상향되고 있다. 산업재에선 조선, 방산(방위산업), 원전을 좋게 본다.”

Q : 어떤 운용사가 되길 원하나.
A : “국내 증시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을 잘 골라 투자하고, 해외에서는 성장 기업에 투자하면서 서로 다른 리스크&리턴(위험과 수익)을 결합하는 데 중점을 두려 한다. 투자자에게 경쟁력 있는 수익률을 전달하고, 고객과 소통을 잘하는 운용사가 되길 바란다.”
황의영 기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억이면 평생 먹고 산다” 은퇴 후 ‘월 200만원’ 꽂히는 비결 | 중앙일보
- 아들 주식 수익률 8224%…흙수저 엄마가 40억 모은 비결 | 중앙일보
- “소 심장 먹고 겨털 제모 필수”…홀란의 6000칼로리 괴물 루틴 | 중앙일보
- 인도 민박집 투숙 美여성 “음료 마신뒤 성폭행”…주인 행동 경악 | 중앙일보
- “저긴 좀 춥겠는데”…알프스 정상서 딱 걸린 알몸남녀 애정행각 | 중앙일보
- 4월 월급명세서에 ‘깜놀’…건보료 추가 납부액 4.5조 역대 최고 | 중앙일보
- “성심당이 또 일냈다”…26년 만에 뒤집힌 ‘대전의 맛’ 무슨 일 | 중앙일보
- 잠들기 전 ‘이 냄새’ 맡았더니…노인 기억력 226% 좋아졌다 | 중앙일보
- 여교사에 “일진 4명 다 끌고와”…탐정 푼 엄마의 ‘학폭 복수’ | 중앙일보
- 내연녀 아들집서 체납자 잡았다…“오직 성과” 국세청장 지시에 승진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