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대란에 中 황산 공급 차질까지…석화, 정부 역할론 커진다

이수민 2026. 4. 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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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피어오르는 여수 국가산업단지. 연합뉴스

석유화학 업계가 유례없는 대외 리스크와 내부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중동 분쟁 격화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기초 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중국이 다음 달부터 황산 수출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동시에 확산되고 있다. 누적된 적자와 글로벌 업황 부진 속에서 업계는 정부의 정책 개편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전날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산업용 전력 소비를 낮 시간대로 유인하는 것으로, 평일 오전 11~12시·오후 1~3시 구간을 최고요금에서 중간요금으로 낮추고, 오후 6~9시 구간은 중간요금에서 최고요금으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해당 조정은 오는 16일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지속적으로 요구를 해온 석화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석화 업계 입장에서는 과거 심야에 주던 할인 혜택을 단순히 낮으로 옮긴 정책”이라며 “24시간 연속 가동이 필수인 석화 업종 입장에서는 시간대별 차등으로 인한 감면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석화 기업들은 내부 정책과 외부 리스크가 동시에 압박하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의 유가 안정 정책인 ‘최고가격제’가 정유사의 휘발유 생산 확대를 유도하면서, 나프타 공급 감소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 교수는 “최고가격제를 통해 정부가 민생 안정을 위해 휘발유 가격을 인위적으로 누르자 소비가 폭증했고, 정유사들이 이로 인해 폭발한 휘발유 수요를 충당하고자, 나프타로 공급될 수 있는 물량을 휘발유 생산으로 전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호르무즈 리스크로 수입 나프타 가격 급등이 겹치며 나프타 스프레드 붕괴, 재무 악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불황 타개 전략으로 꼽히는 ‘스페셜티(고부가 제품)’ 전환 역시 변수에 직면했다. 중국의 황산 수출 중단 움직임이 관련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산은 구리·아연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구리 생산은 물론 정유와 배터리 전구체 생산에 필수적인 원료다.

다만 현장에서는 단기 충격보다는 장기적 불확실성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상 필요한 황산은 국내 수급이 가능한 상태여서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면서도 “수출 제한 조치가 장기화되거나 강도가 높아질 경우 국내 수급망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박 제조를 다루는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사용량이 많지 않은 수준이나 관련 사항을 모니터링하며 공급사와 지속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가운데 산업통상부는 14일 석유화학 기업 구조조정을 뒷받침할 ‘석유화학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업계는 이를 계기로 업황에 부합하는 추가 지원책이 마련될지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비용 보전 수준을 넘어 원료 다변화 인프라 구축과 세제 지원 등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휘발유 가격을 억누르거나 전기료를 임의로 조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에너지 요금 산식에 따라 연료비 조정 단가를 투명하게 반영하고, 석화기업 정상화에 초점을 둔 근본적인 정책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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