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충동으로 전쟁 일으켜... 이란인들은 비통한 심정"
[토끼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적으로 침공했다. '장엄한 분노'라는 이름으로 이뤄진 이 작전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와 고위 간부들을 살해했다. 이란이 즉각 중동 내 미군 기지들을 공격하며 맞불을 놓으면서 이 공격은 중동 국가 대부분이 연루된 전쟁으로 번졌다. 이란은 페르시아만에서 태평양으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20%가량이 운송되는 중요 길목인데, 폭이 약 39km로 좁아 통제가 용이하다.
전 세계의 유가가 폭등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체 석유 소비량의 70%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돼 타격이 컸다. 지난 40년간 유례가 없던 '최고가격제'가 실시됐다. 플라스틱이나 고무, 화장품 등 생활용품들이 전부 석유를 이용해 만들어지므로 국제 유가가 오르면 물가에 주는 영향도 크다. 결국 중동에서 일어나는 전쟁으로 지구 반대편 대한민국의 일반인들, 청소년들까지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우리가 중동 지역 정세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이유다.
이 전쟁은 누가 일으켰고 얼마나 오래 지속되며, 이란은 앞으로 어떤 나라로 변할까.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지만 의견은 반으로 갈린다. 누군가는 이 전쟁을 '해방 전쟁'이라 칭하고, 누군가는 내정간섭의 성격을 띤 침공 전쟁이라 부른다. 심지어는 최고지도자가 사망했을 때 거리로 나온 시민들도 반으로 나뉘어 한 쪽에서는 춤을 췄고 다른 쪽에서는 추모했다.
맥락을 보고 스스로 판단해야 할 이 전쟁, 대다수 기성 언론에서는 단순히 유가 폭등과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과 같은 숫자들로만 소식을 전한다. 정파적으로 상대 편을 비난하는 보도 외에 이란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 실제 이란 시민들이 원하는 건 무엇일까.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은 지난 3월 16일, 이란 출신의 쿠로시 지아바리(Kourosh Ziabari) 프리랜서 기자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추가적인 내용은 인스타그램 DM으로 보충했다.
지아바리 기자는 현재 미국 뉴욕에 거주하며 <포린 폴리시> 등 매체에 두루 기고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학교 신문의 편집장을 2년간 맡았다고도 했다. 학교 관리자들의 반대를 뿌리치고 직접 자금을 모아 24쪽짜리 신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토끼풀>과 비슷한 점도 느낄 수 있었다.
|
|
| ▲ 쿠로시 지아바리 기자 |
| ⓒ 쿠로시 지아바리 |
"예측하기 정말 어렵다. 모든 것이 트럼프의 충동과 그날그날의 기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의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조차도, 비록 갖은 말장난으로 에둘러 표현하긴 했지만, 이란과의 전쟁 결정이 트럼프의 "느낌"에 근거했음을 암시했다.
그래서 전쟁이 언제 끝나는지는 전적으로 트럼프의 판단에 달려 있다. 그가 느끼기에 너무 많은 이가 죽었거나, 아니면 비용이 너무 커졌거나, 국제 에너지 위기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거나, MAGA 지지층의 압력이 거세진다면 전쟁을 중단할 것이다. 아무도 왜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하는지, 애초에 이게 미국의 전쟁인지조차 모르고 있다."
- 트럼프가 전쟁을 시작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 '엡스타인 파일' 논란에서 관심을 돌리려는 의도였다는 주장도 있는데.
"트럼프가 왜 전쟁을 시작했는지 명확한 이유는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곳저곳에서 제기된 논란들을 합치면 이 무모한 선택이 어떻게 나왔는지 부분적으로나마 알 수는 있겠다. 트럼프는 보통 정치인이 아니다. 책임 있는 지도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고, 궁극적인 목표는 개인의 이익이다. 그는 임기 말에 가능한한 많은 트로피와 훈장을 거머쥐고 백악관을 나서기만을 원하고 있다.
이란과의 핵 협상은 성질 급한 대통령과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 외교 참모들이 기대한 것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다. 이란 내부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가 정권 붕괴가 임박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심지어는 팔레비 가문을 비롯해 영향력 있는 '디아스포라 행동가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광범위하게 로비를 벌였다. 트럼프는 전임자들이 남기지 못한 업적을 남기겠다는 집착이 있다. 이번에는 신속한 군사 작전을 통한 이란 정권교체가 바로 그 특별한 업적이 될 수 있었다고 믿었던 것 같다.
'엡스타인 파일'에서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만 이 막대한 모험을 단행했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이 모험은 결과적으로 대중과 언론, 의회가 트럼프의 성 추문과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 트럼프와 이스라엘은 이 전쟁이 '억압받는 이란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전례 없는 인명피해와 인프라·환경 파괴, 강제 이주를 일으키는 이 대규모 공습이 이란 국민을 돕고 있다고 주장하는 건 터무니없다. 이제는 MAGA 세력의 일부 이란 지지자들과 왕정 복고 숭배자들에게도 분명해졌다.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이란 국민의 복지와 인권에는 관심이 없다.
사실 두 정치인 모두가 이란 국민을 돕는다고 주장해왔지만, 그들의 행동과 발언을 보면 절대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는 이란을 "공포와 증오의 국가"라 칭하고 이란인들을 "지구상에서 가장 사악한 민족"이라 칭했을 정도다. 이런 혐오 발언에서 '우정'은 찾아볼 수 없다.
이스라엘도 이란 국민을 존중하고 있지 않다. 가자 전쟁에서는 2년에 걸쳐 7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을 학살했다. '민족 청소' 의도를 공개적으로 내세우고 아랍 주민들을 경멸하는 언어를 구사하는 건 다른 민족이나 문화에 대한 존중으로 볼 수 없다.
- 미국 내 여론은 어떤가. MAGA 세력의 지지도 잃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전 하원의원 마조리 테일러 그린과 전 폭스뉴스 앵커 터커 칼슨과 같은 MAGA 운동의 핵심 인사들조차 분명하게 반대하고 있다. 최신 YouGov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 36%만이 이란 전쟁을 지지한다. 미국이 참전한 그 어떤 군사 작전보다도 압도적으로 높은 반대 수치다. 무자비한 폭격을 견디며 집과 꿈과 삶이 폐허가 되고 있는 이란인들은 더욱 비통한 상황일 것이다. 이란은 외세 개입에 큰 거부감을 가진 나라다. 이란 사람들은 아직도 미국과 영국이 개입해 왕조를 복귀시킨 1953년 쿠데타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 전쟁이 시작되면서 이란 내 인터넷이 차단되고 기자들의 접근이 제한됐다. 동시에 미국에서는 언론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 이 전쟁 보도가 왜 어렵고, 그 공백을 어떤 목소리가 채우고 있다고 보나.
"이란 보도는 언제나 어려웠다. 이란 정부는 외신 기자를 환영하지 않고, 언론 통제가 너무나 광범위해 '독립 언론'이라는 개념의 실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제적인 제재를 받고 있어서 이란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규모가 적은 것도 문제다. 이란 내부 사회에 다양한 관점이 제공되지 못하기도 하고, 사실에 근거한 보도가 외부로 나가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모든 소식은 페르시아어도 쓰지 못하고, 이란에 직접 가보거나 이란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가 없이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추측성 의견만 제시하는 평론가들의 상투적 분석에 의존하게 된다. 반민주적 정부들의 언론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이 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 이란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 같나.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이란은, 모든 시민이 법적으로 보호받고 상상력을 꽃피우며, 모든 권리와 자유가 존중받고 '집단적 진보'라는 정신 속에서 민주적인 토론과 공존을 실천하는 나라다. 이란의 전통 예술과 공예, 기술이 편향적 시각 없이 세계에 소개되는 것도 기대한다.
그리고 이란인들이 집에서는 가부장제에, 밖에서는 타국 정부들의 잔인한 제재와 규제로 억압받지 않고 권리와 자유, 기회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를 북돋우게 될 날도 기다린다.
이런 상상은 민주주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들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는 이란의 민주화가 임박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특히 이렇게 시민사회의 유연한 변화를 틀어막고 취약한 도시 중산층에게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군사적 충돌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국민들의 오래도록 지속된 투쟁에, 특히 교육 분야에 가져다준 피해의 규모는 많은 시간이 흘러야 드러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토끼풀에도 실립니다.토끼풀은 서울 지역 청소년들이 모여 만드는 독립언론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밥 먹었냐'... 농촌에선 이 질문의 의미가 다른 거 아세요?
- "오직 이것 때문에 한국에 와", BTS 공연 앞 설렘으로 가득찬 광화문
- [영상] BTS 광화문 공연에 '샛문'으로 들어간 서울교육감 후보?
- 감옥에서 탈옥한 김구, 50여 일 은신했던 마을에서 한 일
- 알레르기비염은 차라리 낫지, 50 앞두고 민감해지는 것들
- 하늘에 수박이 주렁주렁... 팔순 화가가 만든 '특별한 세계'
- 모임통장까지 있는 이웃과 차린 밥상, 군침 넘어갑니다
- 이재명 대통령님, 청소년에게도 관심을 가져주세요
- "사망자 9명 발견된 헬스장, 임의로 마련된 복층... 도면상 없어"
- "도민에게 직접 심판받겠다"... 김영환 지사, 무소속 출마 시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