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본소득' 이렇게 하면 전국민도 가능하다
[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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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생성 이미지 |
| ⓒ 오마이뉴스 |
"로꾸를 하겠지!"
다이어리 꾸미기(다꾸), 핸드폰 꾸미기(폰꾸)처럼 로꾸, 그러니까 로봇 꾸미기가 유행할 거란다. 그럴듯하다. 사람들이 각자 휴머노이드를 가지면 겉모습부터 취향대로 꾸밀 것이다. 또 로봇의 행동 방식을 조정해 자신만의 에이전트로 작동하도록 만들 것이다.
올해 1월, 일론 머스크는 한 팟캐스트에서 앞으로 10여 년이면 로봇 숫자가 사람보다 많아진다고 예언했다. 그는 로봇이 만드는 재화를 공짜처럼 쓰는 '보편적 고소득(UHI)' 시대도 전망했다. 상상컨대, 그 시대에 인간은 생계부터 가사까지 노동은 로봇에게 맡기고 '로꾸' 이상의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할 것 같다. 문제는, 그 세상에 이르기까지 시간이다.
일론 머스크는 10~20년 뒤에 유토피아가 올 수 있지만 앞으로 '3년에서 7년 사이' 굉장히 험난한 구간이 올 거라고 한다. 아뿔싸. 유토피아는 희망 영역이지만 이 험난한 구간은 우리가 통과하는 현실이다. AI가 초음속으로 발전하면서 일자리 소멸 또는 일자리 양극화의 공포가 커진다. 이 말은 고용 노동에 기반해 운영되는 사회 제도와 정치 제도가 몽땅 흔들린다는 뜻이다.
'지진처럼' 다가올 AI발 일자리 위기
혹자는 말한다. 새 기술이 일자리를 없앤다는 공포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 상쇄됐다고.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AI발 고용 위기는 "지진처럼 급작스럽게 발현할 수 있다." 얼마 전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정부 의뢰로 작성한 보고서에 쓴 말이다.
보고서는 고용에 미치는 기술 영향을 평가하면서 'AI가 주도하는 자동화'는 기존과 전혀 다르다고 한다. 이 자동화는 아주 빠르고, 모든 방향으로, 다수의 노동을 대체할 수 있기에 '기술 특이점'으로 이해된다고 본다. 경영진이 회사가 위기라고 판단하면, 한순간에 대부분 직원을 AI로 대체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해진다. 대처할 틈 없이 위기가 폭발할 수 있다.
지진파는 이미 오고 있다. 올해 1월, 미국 주요 기업들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월 기준으로 최대인 10만 8000명 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S&P 주가지수가 사상 최대치인 시점에 말이다. 일부 기업은 AI 전환 자금을 마련하려고 '선제 해고'를 단행했다. 이 분위기에서 2월에 시트리니 리서치의 이른바 'AI 종말 시나리오(2028 Global Intelligence Crisis)' 보고서가 공개되자 미국 증시가 급락했다. 일부 기술주는 10% 이상 떨어졌다. 보고서는 가까운 미래의 가상 시나리오로, AI가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고 플랫폼을 우회하는 거래 방식을 찾아내면서,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붕괴하고 실업률이 치솟는다는 내용이다. 한편, 한국에선 AI 전환의 포탄이 청년층에 먼저 떨어진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최근 3년간 감소한 청년층(15~29세) 일자리 21만 1000개 중 98.6%가 AI 고노출 업종이었다.
이 충격이 '지진'이라면 피해는 광범위할 것이다. 그런데 주로 정규직 노동에 맞춘 사회보험, 빈곤층에 맞춘 공공부조 등 기존 사회 안전망은 지원 범위가 너무 좁다. 또한, 탈락하고 나서야 사후적으로만 작용한다. 이 제도들은 현재의 기술 혁명을 공동체 모두에 이롭도록 이끌기엔 역부족이다. AI 기술과 인간의 공진화를 위한 안전망은 촘촘하고 보편적이며 선제적이어야 한다. 보편적 기본소득이 호출되는 건 그 '공진화'를 위한 새로운 안전망이기 때문이다.
AI는 누구의 것인가? 'AI 공유부 배당'이 필요하다
그런데 기본소득의 정당성은 AI발 실업의 우려 때문만은 아니다. '공유부(commons)'의 권리가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에 정당하게 귀속되는 자원에 대해 구성원은 '수익 배당권'을 가진다. 여기서 질문은 "AI도 공유부인가?"이다. AI는 누구의 것인가? AI가 공유부라면, 일부라도 공유부 성격이 있다면 AI가 만드는 수익 일부는 '공유부 배당'으로서 공동체에 분배어야 한다. 대답은 "그렇다"이다. AI 기술은 공동체의 공유부에 기반하고 있다. AI 기술을 분석하면 이 점은 명확히 드러난다.
우리는 AI를 주로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대화창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화창, 곧 애플리케이션은 AI 기술의 일부이다. 은행의 상담 창구가 전체 은행 시스템의 일부인 것처럼 말이다. AI 기술을 구성하는 더 큰 요소는 데이터, 인프라, 모델이다.
이 가운데 데이터의 공유부 성격은 가장 뚜렷하다. 사람들이 생산한 글, 사진, 그림, 영상은 말할 것도 없고 소비 활동과 일상생활에서 빚어진 모든 데이터가 온라인을 통해 수집되고 축적되어 AI의 학습 재료로 사용된다. CCTV와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얼굴 데이터, 환자의 진료 데이터, 숙련 노동자의 작업 데이터도 특화된 목적의 AI 성능을 향상하는 데 쓰인다. AI 데이터는 전 국민, 아니 온 인류가 참여한 '데이터 노동'의 생산물이다.
인프라를 보자. 반도체, AI 칩, 인터넷,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전력망 등이 인프라를 구성한다. 그런데 인프라를 이루는 기초 기술의 상당수는 대규모 공공 투자와 공적 지원으로 개발되었다. 알려진 것처럼 인터넷은 미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국(DARPA)의 기초 연구에서 출발했다. AI 칩을 대표하는 엔비디아 GPU는 어떨까? 엔비디아는 2012년 미 국방연구국과 자율주행 프로세서 개발을 위한 최대 2000만 달러 짜리 계약을 맺었고, 이를 수행하며 자신의 GPU 성능 개선에도 도움을 받았다.
2025년 강연에서 엔비디아 수석 과학자 빌 댈리는 미국 정부의 연구 지원으로 엔비디아도 큰 도움을 받았다면서, 기술 혁신에서 정부와 대학과 기업의 협업을 강조한 바 있다. 한국 정부도 다르지 않다. AI 인프라 조성에 2030년까지 16조 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GPU를 확보해 기업과 연구기관에 제공하고 기반 기술을 독자 구축하는 데 정부 재정을 투입할 예정이다.
거대언어모델(LLM) 같은 AI 모델은 어떤가? 현재 AI 모델은 '역전파 알고리듬' 이론에 큰 빚을 졌다. 이 이론은 딥러닝을 가능케 한 핵심 기둥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역전파 알고리듬 이론을 정립한 제프리 힌튼, 데이비드 럼멜하트, 로널드 윌리엄스는 1986년 자신의 연구 결과를 학술지 <네이처>에 실었고, 이 논문은 학계와 산업계에 자유롭게 활용되었다. 한편, 거대언어모델의 핵심 기술인 트랜스포머 기술은 아시시 바스와니 등 구글 연구진이 "필요한 건 오직 어텐션(attention)뿐"이라는 논문을 공개하면서 본격화됐다. '어텐션'은 트랜스포머 기술의 중심에 있는 메커니즘이다. 그런데 지금의 빅 테크 기업들은, 이처럼 상업적 이익 고려 없이 공개된 많은 연구를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내어 독점한다.
종합하면, AI 기술은 인류 공유부인 데이터, 정부 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프라, 특허 없는 인류 공동 지식에 빚진 모델 등으로 구성된다. AI 기술은 공유부이거나 적어도 공공재 위에 발전해 왔다. 따라서 AI 기업과 AI를 활용하는 사업에서 나오는 이익에 대해 공동체는 수익 분배를 요구할 수 있다. 데이터 등 공유부는 누가 그 조성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구분할 수 없다. 그렇다면 모두에게 동등한 몫을 줘야 마땅하다. AI 공유부 배당, 곧 AI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하는 이유다.
AI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한 아이디어
AI가 창출한 수익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가져오는 방법은 다양하다. 필자는 다른 지면에서 그 방법을 제안한 적 있다(진정한 AI 기본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여기서는 미국의 비영리재단인 '보이스 포 체인지' 재단이 올해 발표한 'AI 배당금&보편적 기본소득 로드맵'을 소개해본다. 이 로드맵은 2032년까지 미국인에게 2025년 물가 기준으로 성인 1인당 월 1500달러, 아동 1인당 월 500달러를 지급하자고 제안한다.
재단은 재원에 대해 ▲ AI를 도입한 기업의 초과 이익에 대한 횡재세 ▲ 인간 노동력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정도에 따라 부과하는 '자동화 부담금' ▲ 공공 자산인 데이터·주파수 이용료 및 일정 기준 이상 컴퓨팅 사용에 대한 이용료 ▲ 세금(부가가치세, 탄소세, 금융거래세, 부유세 등) ▲ 기존 현금 복지의 통합 등을 제시한다. 이러한 재원을 '미국 번영 기금'에 적립하고, 기금을 운용해 얻은 추가 수익을 기본소득으로 주자고 한다.
이 방식은 한국에서 AI 배당을 설계하는 데도 참고할 수 있다. 다만, AI 혁신을 지속하기 위해 조세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공유부 수익을 가져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에서 적극적으로 논의할 방안은 '국민 배당형 AI 국부펀드'이다. 국부펀드를 조성해 AI 인프라 구축과 AI 전환에 공공 투자하고, 투자 수익을 AI 배당으로 국민에게 지급한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AI 글로벌 3강이라는 야심찬 목표에 따라 투자하고자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투자 성과금의 전 국민 배당이라는 계획이 빠졌다. AI가 공유부 성격을 가진다면, 공공 투자가 국민에게 직접 돌아와야 공정하다. 국민성장펀드는 국민 배당형 AI 국부펀드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OECD의 2023년 보고서(Benefit Reforms for Inclusive Societies in Korea)는 한국의 사회 안전망을 점검하며 "특정 직업이 아니라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라고 지적한다. 비정형 노동에 대한 이 언급은 AI 전환기 모든 노동에 해당될 수 있다. AI 전환이라는 거대한 물결에서 직업이나 직무의 변동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중요한 건 그 물결에서 사람이 보호될 수 있느냐다. 기존 노동 보호 정책도 물론 개선해야 한다. 그런데 거기 더해 조건 없는, 취약함을 증명할 필요 없는, 사후 구제가 아니라 선제적으로 바닥을 갖춰주는 안전망이 반드시 필요하다. 보편적 기본소득이란 새로운 안전망 위에 우리는 AI 전환을 기회로 여겨 도전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이것이 먼 미래 일이 아니라 지금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 오준호는 기본소득정책연구소 소장이며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정치 쫌 아는 10대>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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