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와 육개장은 국룰? 다른 장례식도 가능합니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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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장례식을 부탁해' 워크시트를 작성 중인 참여자 |
| ⓒ 나눔과나눔 |
서울시 공영장례·지원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나눔과나눔은 몇 해 전부터 '나의 장례식을 부탁해'라는 워크숍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참여자가 직접 '사전장례의향서'를 작성하면서 자신의 장례를 기획해 보는 워크숍입니다. 그 워크숍의 여는 말로 나눔과나눔이 애용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장례식을 꼭 장례식장에서 해야 할까요?"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기 시작한 것은 생각보다 최근의 일입니다. 1990년대를 기점으로 하여 장례식장 장례가 보편화되기 시작했으니, 30년을 조금 넘겼지요. 그 이전에는 장례를 집에서 치렀습니다.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사시던 방에 시신을 모셔 두고 그 앞에 병풍을 친 뒤 제물상을 차렸습니다. 그때만 해도 고인과 조문객은 한 공간 안에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장례식장에서의 장례가 보편화되면서 이 형태가 조금 바뀌었습니다. 장례식장 빈소에서 조문객이 제단을 향해 인사를 올릴 때 고인은 그 공간에 없습니다. 물리적으로 고인은 어디에 모셔져 있을까요? 별도의 공간인 안치실입니다.
조문객이 제단을 향해 올리는 인사는 고인이 그곳에 있다고 여기며 행해집니다. 사실 그곳에 없는데 말이지요. 여기서 다시 앞의 질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고인을 안치실이라는 별도의 공간에 모시기 시작한 후로, 우리는 고인과 한 공간에서 장례를 치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장례를 치르는 장소가 꼭 장례식장의 빈소여야만 할까요?
장례식장 벗어나기
재작년에 상담센터로 걸려 왔던 전화가 생각납니다. 내담자는 혼자 동생의 장례를 치르고 있었습니다. 동생과 자신은 결혼하지 않았고, 다른 형제도 없기에 찾아올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빈소는 마련했지만, 음식은 주문하지 않았고요.
그렇게 홀로 동생의 빈소를 지키는 내담자에게 친구들이 연락했습니다. 건너서 소식을 들은 친구들은 내담자에게 조문을 오겠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친구의 동생이 떠났는데, 인사는 해야 한다면서요.
참으로 고마운 연락이었지만 내담자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저녁쯤에 도착한다는 친구들에게 음식이라도 대접해야 도리인데, 장례식장에서 판매하는 음식은 50인분 단위였습니다. 친구들 말고는 올 사람이 없는데 그만큼의 음식을 주문할 수가 없었지요. 그렇게 고민하며 방법을 찾다 수급자인 동생에게 혹시라도 지원되는 것이 없는지 물어보려고 상담센터에 전화한 것입니다.
저는 지원되는 것은 없는지, 혹은 다른 방법이 없는지 물어보는 내담자에게 장례식장이 어디인지 되물었습니다. 그리고 지도로 검색해 보았습니다. 지하철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장례식장이었기에 주변에 맛집이 제법 있었습니다. 그중에 너무 시끄럽지 않고, 가격이 적당한 식당을 찾아 추천해 주었습니다. 꼭 빈소에서 육개장을 대접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이면서요. 빈소에서 조문객을 받고, 친구들과 함께 식당에 가서 음식을 대접해도 된다고요.
떠올리기 어렵지 않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생을 떠나보내고 경황이 없는 내담자에게는, 그리고 조문객 접객은 장례식장의 접객실에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사람에게는 떠올리기 어려운 일이었을 겁니다.
'나의 장례식을 부탁해' 워크숍에서는 더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합니다. 장례식장이 아니라 카페를 대관해서 디저트와 차를 대접하고 싶다는 참여자도 있었고요, 전통적인 장례 방식이 맘에 든다며 자신의 집을 빈소로 쓰고 싶다는 참여자도 있었습니다. 마을 공동체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참여자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을 사용하고 싶다고 했고요. 이 경우에는 가족장을 넘어선 마을장이 될 수 있겠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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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눔과나눔 사무실에 마련된 빈소 |
| ⓒ 나눔과나눔 |
장례 관련 상담을 하다 보면 "그래도 돼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장례 비용이 부담이라는 내담자에게 어차피 화장할 것이니 수의와 관을 가장 저렴한 것으로 해도 된다고 답할 때도, 당장 장지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내담자에게 유골함을 우선 집으로 모시고 간 뒤 천천히 생각해 보셔도 된다고 답할 때도, 장례식장 인근의 식당에서 접객해도 된다고 답할 때도 "그래도 돼요?"라는 질문은 어김없이 따라붙습니다.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장례 방식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밖의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고 해서, 그것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장례식장에서 치르는 장례가 가장 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례식장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도, 상황이 허락하지 않아서 장례식장을 벗어나야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고인을 모시는 것은 전문가의 영역입니다. 염습, 입관, 장지까지 관을 운구하는 것 등은 전문가에게 맡겨야겠지요. 하지만 그 외의 것은 직접 기획하고 선택해도 괜찮습니다. 나눔과나눔은 많은 장례를 지원하면서 때때로 사무실에서, 공원에서, 온라인 공간에서 장례를 치른 적도 있습니다.
장례의 핵심은 고인의 존엄을 지키는 것과 사별자의 애도입니다. 여기에 틀린 방식은 없습니다. 만약, 다른 대안적인 장례를 고민하고 있는 분이 계신다면 꼭 이 말을 건네고 싶습니다. "그래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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