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갈 수 있다"…인생 첫 5000m 설산 써미트 프로젝트

■ 추천! 더중플 - 호모 트레커스
「 호모 트레커스(www.joongang.co.kr/plus/series/177)는 더중앙플러스의 걷기 콘텐트입니다. 걷기 좋은 길, 걷기 노하우와 걷는 자의 철학을 다룹니다. 올해부터 중앙일보와 함께 하는 해외 트레킹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첫 행선지는 중국 쓰촨성의 미봉, 칭거봉(5018m)입니다.
」
산을 보면 오르고 싶은 욕망은 인간의 본능이다. 1938년, 당시 죽음의 벽이라 불린 아이거 북벽(3970m) 초등이 그렇다. 이카루스의 신화처럼 무모한 도전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정상에 올랐고, 이 등반에서 얻은 경험은 유럽의 등반가들이 히말라야로 고개를 돌리는 계기가 됐다. 1953년 인류 최초로 8000m 산 정상에 오른 프랑스 안나푸르나(8091m) 원정대, 1953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에 오른 에드먼드 힐러리와 텐징 노르가이도 마찬가지다.
깎아지른 암벽과 해발 7000~8000m에 이르는 히말라야 봉우리가 전문 등반가의 영역이라면 5000m 산은 보통 사람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트레킹 피크(Trekking Peak)라 분류하는데, 전문적인 등반 기술이나 특별한 허가 절차 없이 일반인도 오를 수 있는 산이다. 에베레스트 동쪽에 있는 임자체(6165m)와 안나푸르나 아래 자리한 타르푸출리(5663m),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5895m) 등이다.
5000m 고산에 오를 때 가장 큰 걸림돌은 고소 증세, 즉 고산병(高山病)이다. 평소 평지에서 살던 사람이 갑자기 해발 5000m 이상 저압 저산소(低壓 低酸素) 환경을 만났을 때 일어나는 신체적 고통으로 가벼운 두통·어지러움으로 시작해 심하면 구토가 나고 폐수종이나 뇌수종에 이른다. 가끔 히말라야 트레킹 중 발생하는 인명 사고도 불행의 시작은 고산병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높은 산을 꿈꾸는 보통 사람에게 가장 큰 적이다.
방법은 단계를 밟아 고도를 높이는 것이다. 높은 곳에 갔을 때 신체가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해발 3000m에서 3500m에 오른 뒤 3000m 이하로 하산, 그리고 4000m를 간 뒤 다시 하산하는 식이 다. 고산병을 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해발 3000m 하이뤄거우 노천 온천

고소 적응 1단계는 칭거봉에서 차로 5~6시간 떨어진 하이뤄거우(海螺沟) 빙천삼림공원이다. 해발 3000m 노천 온천에서 6000~7000m 설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온천의 나라’ 일본은 물론 히말라야 어디에도 이런 곳은 없다. 하이뤄거우는 촉산의 왕(蜀山之王)으로 불리는 공가산(貢嘎山, 7556m) 동쪽에 자리 잡은 골짜기로 계곡이 소라 껍데기처럼 나선형으로 이어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깊숙이 들어갈수록 비경이다.
하이뤄거우의 명소는 금산온천리조트와 해발 3600m 공가산 전망대다. 금산온천리조트 옥상에 있는 노천탕은 일몰과 일출을 볼 수 있는 천혜의 전망대다. 아침에는 일조금산(日照金山)으로 빛나는 금은봉(金銀峰, 6410m) 정상을 볼 수 있고, 해 지고 난 이후엔 달빛을 받은 은빛 실루엣을 빛나는 산 능선을 볼 수 있다.
해발 3000m 고소(高所) 온천에 있는 동안 고소 증세는 전혀 없었다. 몇 가지 이유를 추정할 수 있다. 일단 차를 타고 접근하기 때문에 힘 들이지 않고 갈 수 있고, 그래서 숨이 차지 않는다. 또 리조트가 숲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일 것 같다. 전나무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 덕분에 차에서 내리자마자 가슴을 펴고 심호흡을 하게 된다. 하룻밤을 묵는 것 만으로 고소 적응에 도움을 준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공가산 전망대는 해발 3500~3600m에 걸쳐 1시간 정도 걸을 수 있는 트레일이 있다. 3500m대를 거쳐가는 고소 적응 코스로 맞춤이다. 케이블카에서 금산리조트로 내려오는 숲길은 아름드리 전나무 사이에서 수시로 원숭이가 튀어나오는 호젓한 길이다. 둘이 걷는 커플이 유난히 많았다.
3666m 숙소 아래 운해, 뉴베이산

꼭대기에 올라가면 약 200개의 객실을 갖춘 숙소가 나타난다. 산 정상부를 뒤덮은 글램핑 텐트와 컨테이너형 리조트가 다소 이질적으로 다가오지만, 해발 3600m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안락한 트윈 침대와 전기 히터, 샤워 시설 그리고 고소 증세가 왔을 때 코에 대고 호흡하는 산소 발생기까지 갖췄다.
뉴베이산은 공가산에서 직선거리로 30~40㎞로 떨어진 곳으로 아침마다 붉게 빛나는 삼각 뿔을 볼 수 있다. 이보다 더한 매력은 산 아래 3000m 상공에 이불처럼 깔리는 운해(雲海)다. 이 곳의 운해는 비행기 안에서 보는 운해처럼 가만히 떠 있는 게 아니라 골짜기를 따라 흐르다가 갑자기 폭포수처럼 낙하한다. 몽환적인 풍경에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우기 때를 제외하고 거의 운해가 낀다.
예전 뉴베이산은 일부 캠퍼들이 ‘도둑 캠핑’을 하는 곳이었다. 2009년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에 “중국 최대의 360도 전망대”로 소개된 후 캠퍼들이 몰려들었고, 이후 황폐해졌다. 그러자 쓰촨성 정부가 출입을 막고 개발을 추진해 방문객센터를 비롯해 3666m 전망대, 카페 그리고 고급 리조트와 글램핑(glamping) 숙소를 갖춘 관광지로 거듭났다. 지금은 ‘인생 첫 설산’을 찾아 모여든 이들이 주류를 이룬다. 중국 젊은이들과 동행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다.
해발 5018m 칭거봉 등반

지난 1월 17일, 골짜기를 거슬러 올라 산 정상에 섰을 때 고개를 내밀어 맞은편 고원 지대를 내려다보았다. 겨울이라 황량했지만, 여름이면 그 고원이 코스모스 천국이 변한다고 하니 ‘다시 한번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칭거봉 정상 등반은 새벽 3~4시에 출발한다. 베이스캠프는 해발 4300m. 몽골의 전통 숙소 겔처럼 생긴 대형 돔 텐트가 설치돼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다. 내부에 장작 난로가 있어 추위에 떨지 않아도 된다. 산 아래 마을에서 베이스캠프로 가는 길도 멀지 않다. 쓰촨성 쑹판현(松潘县) 대성향(3300m) 마을에서 트레킹을 시작해 서너 시간이면 닿는다. 체력이 달리는 사람은 말을 타고 이동할 수 있다. 이때는 현지 가이드가 마부가 돼 같이 고삐를 쥐고 같이 걷는다. 트레킹 시작에서 정상 등반 후 하산까지 1박 2일, 약 25시간 걸린다.
지난 1월, 정상 가는 길은 눈이 사르르 깔렸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눈이 많이 오는 3~4월에 그보다 더 푹신하다고 한다. 정상부 직전 해발 약 4700m부터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마지막 오르막(해발 4700m)에서 정상까지 구간은 안전을 위해 고정 로프를 설치했다. 아이젠은 해발 4500m 지점부터 착용한다. 겨울 덕유산이나 설악산을 오를 정도의 체력이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코스다.
■ 중앙일보와 함께 하는 ‘인생 첫 5000m 써미트’
「

호모 트레커스가 2026년을 맞아 독자와 함께하는 해외 트레킹 프로그램을 선보입니다. 중국 쓰촨성의 3000~4000m 트레킹 코스에서 고소 적응을 마친 후 칭거봉(5018m)에 오르는 9박 10일 일정입니다. 호모트레커스 김영주 에디터 그리고 한국과 중국 쓰촨성의 등반 전문가들이 가이드합니다. 청두 미쉐린 가이드 레스토랑을 포함해 쑹판현과 루딩현의 맛집을 들르는 미산미식(美山美食) 투어입니다. 유라시아트렉(02-737-8611) 홈페이지(www.eurasiatrek.co.kr)나 QR(아래) 코드에 접속하면 자세한 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쓰촨성 트레킹&등반 1~5편 모두 보기
① 50대 기자, 5000m 설산 오르다
www.joongang.co.kr/article/25402625
② 3000m 탕에 누워 설산 본다
www.joongang.co.kr/article/25404361
③ 해발 3666m, 특별한 그 호텔
www.joongang.co.kr/article/25405510
④ 칠순 앞두고 7시간 만에 설산 정상에
www.joongang.co.kr/article/25407262
⑤ 5000m 올라도 살쪄서 온다…쓰촨 맛집 5곳
www.joongang.co.kr/article/25409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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