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사는 청소년들에게 돈을 줬더니, 벌어진 일
전국 10개 군 지역이 2월 26일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충북에서는 유일하게 옥천군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월간 옥이네> 104호에서는 지역 주민들에게 지급되는 1인당 월 15만 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이 '지속가능한 농어촌' 만들기에 기여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짚어봤습니다. <편집자말>
[월간 옥이네]
농어촌 기본소득 시행을 앞두고 현금성 지원을 받아본 사람들의 경험을 먼저 들여다봤다. 이번 기사의 주인공은 충북 옥천군 청소년들이다. 김정윤·이수휘·오형주씨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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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천군 청소년 꿈키움바우처 카드 |
| ⓒ 월간 옥이네 |
단지 '옥천에 사는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받은 지원금은 이들에게 무슨 의미였을까? 김정윤(20)씨는 "지역에서 청소년에게 돈을 준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며 처음 꿈키움바우처를 받았던 소감을 전했다.
"지역 어른들이 청소년의 삶에도 관심이 있구나, 느끼게 된 정책이었어요. 그때는 지원금이 1년에 7만 원이었어요. 중학생 때만 하더라도 부모님께 조금씩 용돈을 받아 썼으니까, 온전히 제 소유의 돈이 생긴 게 낯설었어요. 더군다나 지역에서 주는 돈이니 소중히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오형주(19)씨와 이수휘(19)씨에게도 꿈키움바우처는 '부모님께 부탁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돈'을 소유한 첫 경험이었다.
"용돈을 매달 받기보단 필요할 때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받아쓰는 편인데, 꿈키움바우처가 나오면서는 부모님께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빈도가 줄었어요. 꿈키움바우처는 부모님께 알람이 가지도 않고, 잔액도 제가 확인할 수 있으니까 사용하기 훨씬 편해요." (오형주씨)
"매달 아무 조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있다는 게 좋아요. 학교(충북산업과학고등학교)에 아르바이트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근데 모두가 그런 건 아니거든요. 아르바이트를 안 하거나, 집에서 용돈을 적게 받는 친구들이랑은 만나서 놀 때 사용할 수 있는 돈에 격차가 생기니까 서로 조심스러울 때가 있어요. 그런데 지원금으로 일정 금액이 매달 나오니까, 일상적인 지출에 한해서는 이 차이가 덜 드러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수휘씨)
오형주씨 또한 "가정 형편상 취미 활동에 돈을 막 쓰기 어려운 친구가 있었는데, 운동용품을 구매할 수 있어 좋아했다"며 "꿈키움바우처는 지금으로 활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돈, 다른 사용법
청소년들은 지역 내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카드를 발급받아 꿈키움바우처를 이용한다. 음식점·카페·편의점 사용 비율이 50%로 제한돼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사용처와 방식은 청소년 개인의 선택에 맡겨져 있다.
"한쪽 눈 시력이 안 좋아서 렌즈를 껴요. 한 달 치가 4만 원 정도라 꿈키움바우처 두 달분을 모아서 렌즈를 구매해요. 그리고 미용실도 자주 가고요(커트 1만 5천 원, 펌 7만 원). 옥천에는 놀 곳이 별로 없는 편이지만, 용돈이 부족할 때는 꿈키움바우처를 쓰려고 일부러 옥천에서 놀기도 해요. 볼링장이나 당구장에서는 사용할 수 있거든요." (이수휘씨)
"중학생 때는 밥 사 먹을 때 사용했는데, 지금은 자주 사용 안 해요. 고등학교 진학하고 나서는 계속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서요. 일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필요한 돈은 스스로 벌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김정윤씨)
"서점에서 제일 많이 써요. 2~3달에 한 번씩은 미용실에 가야 해서 머리 자를 때도 쓰고요. 꿈키움바우처를 쓸 수 있는 가게가 정해져 있는데,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는지 여쭤보는 게 부담스러워서 확실히 쓸 수 있는 서점이랑 미용실에서만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오형주씨)
꿈키움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167개(2026년 1월 기준). 정책 시행 초기, 스포츠용품점과 서점 등 일부 업종에 한정됐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제한적인 사용처는 청소년들이 바우처 이용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김정윤씨는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청소년을 위한 우편물 안내도 추가되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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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해 만든 자료이미지 |
| ⓒ 오마이뉴스 |
세 명 중 꿈키움바우처를 가장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이수휘씨. 그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급됐던 지난해 9월, 부모님을 설득해 지원금 20만 원을 직접 사용할 권한을 얻는 등 다른 현금성 지원 정책에도 두 사람과 비교해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이번 농어촌 기본소득 15만 원도 용돈 대신 개별적으로 사용하게 해달라고 두 번째 설득을 시도할 예정이다.
반면, 꿈키움바우처 사용처 제한에 있어서 아쉬움을 표현했던 김정윤씨는 꿈키움바우처 사용에서 그랬듯 농어촌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다소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다양한 소비처와 생활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기본소득 15만 원을 받게 되는 것이 옥천에 남을 유인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것.
"올해 1월에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은 대전으로 가게 됐어요. 전입 신청이 늦어져서 기본소득을 잠시 받게 되더라도 부모님께 드리려고요. 옥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돈을 줘도 쓸 곳이 없거든요. 돈을 주는 것도 좋지만, 지역에서 어떤 소비와 경험을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오형주씨는 꿈키움바우처를 '청소년이 하고 싶은 활동을 지원하는 자금'이라고 바라보며, "사업의 목적을 분명히 하기 위함이라면 사용처 제한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꿈키움바우처를 문제집 구매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 이러한 인식은 농어촌 기본소득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이어진다.
"농어촌 기본소득을 제가 따로 사용하고 싶지는 않아요. 부모님이 저보다 잘 사용하실 테니까요(웃음). 신문을 보니까 옥천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지로 선정되고 인구 유입이 확 늘었다고 하는데, 단순히 인구 증가로 만족하는 사업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요. 저도 옥천에서 살고 있지만,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는 타지 이주를 생각하고 있거든요. 옥천 주민들부터 옥천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기본소득이 쓰일 수 있다면 좋겠어요."
단 3명이 보여준 사례만으로 단정하긴 어렵지만, 꿈키움바우처 사용 과정에서 변화를 경험한 청소년은 농어촌 기본소득을 각자의 삶과 지역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사업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이들의 경험은 농어촌 기본소득 정책이 기본소득 지급 이후 주민의 기본소득 효능감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함을 시사한다. 농어촌 기본소득 15만 원은 주민에게 무엇으로 기억되고, 또 어떤 선택으로 이어질까. 그 답은 주민의 일상에서 만들어져야 할 테다.
농어촌 기본소득, 사용 주체는 누구?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사업을 앞두고 사업 명칭·사용 지역 제한 등 다양한 쟁점이 오가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가장 주목하는 쟁점은 기본소득의 개별성, 다시 말해 사용 권한에 관한 문제다. 이러한 논의는 지난해 하반기에 지급된 민생지원 소비쿠폰을 두고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옥천군은 농어촌 인구 감소 지역으로 분류돼 1차에 20만 원, 2차에 10만 원이 지급됐다. 이때 일부 가정에서는 부모와 청소년 자녀 사이 지원금 사용 권한을 두고 논의가 오갔다. 이수휘씨와 김정윤씨 역시 이를 놓고 부모님과 대화를 나눈 바가 있다고 밝혔는데, 두 사람에게 그날의 대화를 물었다.
- 민생지원 소비쿠폰 사용을 두고 부모님과 견해 차이가 있었다고요.
이수휘씨 : "부모님께 민생지원 소비쿠폰을 사용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더 어린 나이면 모르겠는데, 고등학생이라면 사용 권한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부모님은 생각이 다르셨죠."
- 사용 권한을 가지기에 적절한 나이는 몇 살이라고 생각하나요?
이수휘씨 : "제 경험상으로는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부터 써야 하는 돈이 늘어났어요. 그래서 중학교 2학년부터는 민생지원 소비쿠폰, 농어촌 기본소득 같은 지원금 사용 권한을 부모님께 요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김정윤씨 : "저는 중학교 1학년이라고 생각해요. 중학생이 되면 공부량이 많아지면서 학교뿐만 아니라 학원에 있는 시간도 길어져요. 그럼 자연스럽게 문제집 등 사야 할 물건도 많아지고, 집 밖에서 끼니를 챙겨야 하는 경우도 잦아지더라고요. 그런데 제 경우에는 고등학교 진학 이후에 주말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한 터라 부모님 사용하시라고 드렸어요."
- 부모님은 왜 지원금을 직접 쓰는 걸 반대하셨나요?
이수휘씨 : "이미 용돈도 받고 있는데, 왜 돈이 더 필요하냐고 말씀하셨어요. 실제로 고정 용돈은 많지 않지만, 필요할 때 말씀드리면 더 주시곤 하셔서 용돈이 부족한 건 아니긴 해요."
김정윤씨 : "과소비하는 습관이 생길까 우려하시는 것 같아요. 실제로 꿈키움바우처를 연 1회 지급했을 때는 지원금을 받자마자 다 써버리는 친구들도 종종 있었어요."
-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하셨나요?
이수휘씨 : "밖에서 밥 먹어야 할 때 1만 원씩 받거나 문제집, 학원 등록비, 렌즈 등 필요한 게 있으면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용돈을 받는 일이 많아요. 그럼 못해도 한 달에 20만 원 정도 받게 되거든요. 이렇게 받는 용돈 대신 민생지원금을 쓰겠다고 말씀드렸어요. 허락해주시는 대신 조건을 거셨는데, 그게 사용 기간이었어요. 20만 원을 3주 동안 사용해라, 이런 식으로요. 아마 큰 돈을 한 번에 사용하게 될까 걱정하셨던 것 같아요."
- 필요한 만큼 용돈을 받고 있는데,용돈을 대신해서라도 지원금을 사용하고 싶은 이유가 있었나요?
이수휘씨 : "필요할 때마다 부모님께 사용처를 설명하고 타 쓰는 것보다 매달 일정 부분 제가 쓸 수 있는 돈이 있다는 게 좋아요. 밥을 먹든, 친구들과 놀든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으니까요. 꿈키움바우처는 가맹점이 한정돼 있는데, 민생지원 소비쿠폰은 옥천 내에서라면 거의 다 쓸 수 있다 보니까 더 좋았고요. 농어촌 기본소득도 제가 사용하게 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월간 옥이네 통권 104호
글·사진 이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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